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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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35

妊婦와 産婦는 엄연히 다른데…

[양해원의 말글 탐험] 妊婦와 産婦는 엄연히 다른데…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8.11 03:09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골골샅샅 아기 울음 그득했던 1960년대 출산 억제 표어(標語)다. 그래도 넘쳤던지 70년대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했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던 80년대를 지나 세기가 바뀌자 억제가 장려로 바뀌었다. '아기들의 웃음소리 대한민국 희망소리.' 마침내 올해 신생아(新生兒)가 6·25 이후 가장 적으리라고 통계청이 최근 발표했다. 최악인 2005년이 43만5031명이었는데, 자칫 41만명대로 주저앉을 판이란다. 나라 앞날 걱정할 만큼 귀해진 새 생명, 그 엄마도 귀하게 모셔야 할 시대다. 전철 안 문구가 그걸 말한다..

독자를 끝없이 홀리는 단어 '입장'

[양해원의 말글 탐험] 독자를 끝없이 홀리는 단어 '입장'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8.04 03:10 성질이 순한 사람을 흔히 양(羊)이라 한다. 호랑이는 거꾸로 몹시 사납고 무서운 사람을 빗대는 말이다. 미련하거나 행동이 굼뜨면 곰, 능청스러우면 구렁이다. 간사하거나 꾀 많기로는 여우가 으뜸이다. 말에도 이런 '여우'가 있다. '입장(立場): 당면하고 있는 상황. 처지(處地)로 순화.' 하지만 이 정도 사전 풀이로 곱게 잡힐 여우가 아니다. 신문에 나타난 여러 모습을 살펴보자. '딸의 불륜에 충격을 받았을 김민희 어머니 입장을 이해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전 풀이대로 '처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입장'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표정을 바꿨다. '홍 감독과 김민희는… 불륜설에 대해서는 ..

'회담하다'와 '회담을 가지다'

[양해원의 말글 탐험] '회담하다'와 '회담을 가지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7.28 03:02 여럿이 먹는 음식 너무 열심히 자기 입으로 가져가면 밉살스럽다. 공짜랍시고 뭐든 잔뜩 가져가도 그렇다. 보통 사람의 이깟 욕심도 눈총받는데, 국민을 상대로 칼집 휘두르던 사람들이 그랬다면 오죽할까. 그런 두 사람이 요즘 지나치게 가지려 한 일로 호되게 유명세(有名稅)를 치른다. 정작 한 사람은 마땅히 가졌어야 할 의심을 갖지 않아 의심받고 있다. '검사장 승진 대상자가 특정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88억원어치나 갖고 있다면 (중략) 그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누가 봐도 자금 출처 등에 대해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의심을 꼭 '가져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공직자의 의무, 도덕성 같은..

전쟁을 닮아가는 언어

[양해원의 말글 탐험] 전쟁을 닮아가는 언어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7.21 03:09 6시간 천하로 끝난 터키 쿠데타는 10~20년에 한 번씩 일어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잠잠해진 지 40년이 다 됐다. 대체로 민주화가 덜 된 나라 일인 걸 보면 대한민국이 터키보다 한결 낫지 싶다. 한데, 좀 비틀어 보자면 그렇지만도 않다. '유승민 복당… "쿠데타" 반발한 親朴.'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 간판을 얻지 못한 7명이 당을 뛰쳐나갔다. 그들의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허용한 '비대위' 결정에 당내에서 일어난 반발을 신문이 그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한 친박 핵심 관계자는 (중략) "이건 쿠데타와 다름없다"'고 했다. 간신히 당권(黨權)을 다시 쥐었다고 여긴 쪽에서는 위험천만하다고 여겼겠다...

3個國, 4個社?… 이러다 사람도 한 개 두 개 센다

[양해원의 말글 탐험] 3個國, 4個社?… 이러다 사람도 한 개 두 개 센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7.14 03:08 껌으로 크기 시작한 어느 대기업집단이 바로 그 신세가 됐다. 국내에 거느린 회사만 열 손가락을 아홉 번 넘게 꼽아야 한다는데, 그 위세와는 딴판으로 남우세스러운 속살을 거듭 드러냈다. 기어이 창업주 맏딸인 그룹 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됐다. 그는 '4개 계열사 사내이사와 ~ 3개사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여기서 뭔가 걸리는 말, 4개 계열사, 3개사, 어색하다. 왜 그럴까. 국립국어원 사전은 예시문의 '개(個)'에 해당하는 풀이를 '낱으로 된 물건을 세는 단위'라고 했다. 물건은 '일정한 형태를 갖춘 모든 물질적 대상'이다. 하지만 기업이 물건은 아니다. 말이나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