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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을 소식들 289

관람객 호도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기자수첩] 관람객 호도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정상혁 기자 입력 2022.08.17 03:00 국립미술관은 단순히 그림 걸어두는 데가 아니다. 이곳의 모든 전시는 한국 미술계의 본보기가 되고 사료(史料)로 남는다. 그 이름의 무게 탓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무리한 전시 구성으로 자꾸 논란에 휩싸이는 건 이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중섭’이 서울관에서 개막했다. 이중섭 그림 9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로, 은지화·엽서화 등 기존의 분류 외에 ‘출판미술’ 섹션을 따로 마련했다. “이중섭은 작품 활동과 함께 잡지의 표지나 삽화 같은 출판미술을 제작하기도 했다”는 짧은 설명문과 함께 벽면에 현대문학·자유문학 등 1950~1960년대 잡지 16권(표지)을 부착한 것이다. 진열은 그..

향년 100세, 이중섭 부인의 마지막 지킨 345통의 편지

향년 100세, 이중섭 부인의 마지막 지킨 345통의 편지 기자명황은순 기자 입력 2022.08.30 22:37 수정 2022.08.31 09:15 호수 2723 2016년 5월, 도쿄 시부야구의 자택에서 주간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남덕 여사. photo 황은순 기자 국민화가 ‘이중섭’의 부인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 1921~2022) 여사가 지난 8월 13일 향년 100세(한국 나이 101세)로 사망했다. 이중섭 화백의 둘째 아들 이태성(야마모토 야스나리. 72)씨는 주간조선에 "지난 8월 13일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100세로 영면에 들어갔다. 장례는 도쿄 세타가야 기독교회 예배당에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렀다“고 전해왔다. 이와 함께 태성씨는 ”한국 아이들이 보낸 그림과 편지에 어머니도 나도 아..

돌아온 임윤찬, 바흐 시대처럼 객석을 등지다

돌아온 임윤찬, 바흐 시대처럼 객석을 등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후 국내 첫 무대 바로크 시대 무대 편성 보는 듯 관객 대신 단원 마주보며 협연 롯데콘서트홀 2000여 객석 매진 시작 전부터 기립 박수 터져나와 마지막 악장서 폭발적 타건 펼쳐 박수 세례에 ‘깜짝 앙코르’ 두곡도 김성현 기자 입력 2022.08.12 03:00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1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바흐 협주곡 협연을 앞두고 리허설하는 모습. 본공연 때는 정장과 셔츠, 구두와 넥타이까지 ‘올 블랙’이었지만 연습 때는 여느 10대들처럼 반팔 차림이었다. /목프로덕션 10일 밤 서울 롯데콘서트홀. 정장과 셔츠, 구두와 넥타이까지 ‘올 블랙(all black)’으로 차려입은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이 무대에 등장하자 객석에서 곧바로 환..

하버드에 핀 진달래… K문학, 15년째 ‘활짝’

하버드에 핀 진달래… K문학, 15년째 ‘활짝’ 창간 15년 ‘아젤리아’ 편집장 이영준 경희대 교수 이영관 기자 입력 2022.08.08 03:00 영어로 발간되는 한국 문학 문예지 ‘아젤리아’ 편집장인 이영준 경희대 교수는 “앞으로 더 심도 있게, 그물망을 좁혀서 한국 문학을 소개할 것”이라며 “아젤리아 같은 잡지가 언어권별로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은 최근 발간된 아젤리아 13, 14, 15호(왼쪽부터) 표지. /박상훈 기자 미국 하버드대학 한국학연구소가 발행하는 영문 문예지 ‘아젤리아(AZALEA:진달래)’가 최근 창간 15주년을 맞았다. 창간호부터 편집장을 맡아온 이영준(64)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교수는 “BTS 노래 가사로 한국어를..

김훈 “내 인생 흔든 안중근 신문조서…그의 청춘을 썼다”

김훈 “내 인생 흔든 안중근 신문조서…그의 청춘을 썼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04 00:03 지면보기 신준봉 기자 구독 소설가 김훈이 마침내 안중근 소설을 썼다. 이토 히로부미 처단 전후를 그린 장편소설 『하얼빈』이다.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했다. [연합뉴스] 서른한 살 안중근이 우덕순에게 묻는다. 1909년 함께 이토 히로부미 처단에 나섰던 그 우덕순이다. “자네는 권총이 있는가? 총알은 몇 발 있는가?” 우덕순의 대답은 호신용으로 사둔 중고 권총이 있다는 것, 총알 일곱 발로 꿩을 잡고 세 발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헐렁한 대화는 이어진다. “꿩을 쏘고 남은 총알로 이토를 쏘는구나.” 안중근의 말에 “나는 사냥꾼이 아니지만 이토는 꿩보다 덩치가 크니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작가 이문열 “평생 그렸던 귀향의 꿈… 이제 잿더미가 됐다”

작가 이문열 “평생 그렸던 귀향의 꿈… 이제 잿더미가 됐다” 경북 영양 광산문학연구소 全燒 이영관 기자 입력 2022.07.07 03:00 화재로 폐허가 된 광산문학연구소 건물이 있던 자리에 선 이문열 작가는“지금도 내 삶에 이런 일이 왜 일어났나 생각 중”이라며 바닥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40년 넘게 마음에 그렸던 집이, 20년 만에 이런 황폐한 잿더미로 돌아가다니…” 지난 4일 오후 경북 영양군 두들마을에서 만난 이문열(74) 작가는 잿더미가 된 광산문학연구소를 보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화재로 전소된 이 연구소는 평생 타향살이를 하던 그가 21년 전 고향에 지은 집이다. 전통 목조 한옥 양식 건물 2개 동(418m²)이었다. 불이 지나간 자리엔 깨진 기와..

경북 영양 ‘이문열 문학연구소’ 화재로 잿더미

경북 영양 ‘이문열 문학연구소’ 화재로 잿더미…방화 가능성 조사 권광순 기자 입력 2022.07.01 15:07 소설가 이문열씨가 경북 영양군에 지은 ‘광산문학연구소’가 1일 화재로 전소됐다. /경북소방본부 소설가 이문열씨가 경북 영양군의 고향에 지은 ‘광산문학연구소’가 화재로 전소됐다. 1일 경북소방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14분쯤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에 있는 광산문학연구소 건물에 불이 난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1일 오전 6시 20분쯤 7시간여 만에 불을 완전히 진화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ㅁ’자 구조의 기와와 목조로 된 건물 2개 동(418㎡)이 모두 불에 탔다. 경찰은 관리사 식당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방화 등 모..

김지하는 '흰 그늘'이었다…쓸쓸했던 빈소, 49재엔 400명 추모

김지하는 '흰 그늘'이었다…쓸쓸했던 빈소, 49재엔 400명 추모 중앙일보 입력 2022.06.26 19:21 업데이트 2022.06.26 19:32 김정연 기자 구독 가톨릭 함세웅 신부는 25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대교당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 49재 추모문화제에서 "처음엔 참석을 거절했다, 그의 과거 글이 우리에게 큰 상처가 됐다"면서도 "죽음은 화해의 과정이다. 김지하의 초기, 중기, 말기를 나눠서 평가해야하고, 김지하 시인은 천상의 전달자"라고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시인 김지하는 마지막 가는 길까지 세상과 불화하는 듯했다. 후배 시인 김사인이 49재 추모시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소신공양으로 엄혹했던 한 시대를 우리가 건널 수 있었음에도 지난달 8일 그의 죽음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썰렁하다고 할 ..

16년 만의 단편집 ‘저만치 혼자서’ 소설가 김훈 인터뷰

내 소설에서 ‘헛된 희망’을 기대하지 마라 16년 만의 단편집 ‘저만치 혼자서’ 소설가 김훈 인터뷰 윤수정 기자 입력 2022.06.03 03:00 1일 소설집 ‘저만치 혼자서’를 낸 소설가 김훈. 이 책은 재작년 장편 ‘달 너머로 달리는 말’ 이후 2년 만의 신간이자, ‘강산무진’ 이후 16년 만의 새 소설집이다. /김지호 기자 “냅둬, 냅둬. 제발 냅둬.” 한 할머니가 6·25 때 전사한 남편의 유해 발굴을 한사코 반대한다. 그립지 않아서가 아니다. 남편이 전쟁 중 ‘상치쌈이 먹고 싶다’ 쓴 편지까지 오롯이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죽기 직전까지 “냅둬”를 되뇌인다. 작가 김훈(74)의 단편집 ‘저만치 혼자서’(문학동네)의 수록작 ‘48GOP’의 한 대목이다. 유해라 하더라도 보통은 그리운 남편과의 ..

김훈 “김지하는 암흑시대를 밝힌 촛불 하나”

김훈 “김지하는 암흑시대를 밝힌 촛불 하나” 이문열 “한때 헹가래 받았다가 떨어져 냉담한 대접받는 사람 돼” 유홍준 “민족 예술 1세대의 대부” 정과리 “詩로 현실문제 적극 대응” 김미리 기자 윤수정 기자 입력 2022.05.09 03:32 김지하 시인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문단 및 문화계 인사들은 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들에게 김지하는 촛불이었고, 민족 예술 1세대의 대선배였으며, 한편으로 인간 생명을 재해석한 시인이자 철학자였다. 시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문화계 인사 4인의 육성(肉聲)을 싣는다. ●이문열(소설가) 젊은 시절 내 소설 ‘황제를 위하여’를 읽고서 보자고 해 만났다. 그때 난초 한 포기를 그려준 것이 첫 만남이었다. 술자리에서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내가 죽기를 바라는가보다, 왜 죽지 ..

겸재·다산·모네 한자리…“이건희가 쓴 국민 미술교과서”

겸재·다산·모네 한자리…“이건희가 쓴 국민 미술교과서” 중앙일보 입력 2022.04.28 00:02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20). [사진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겸재 정선(1676~1759)의 수묵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1751)와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수련이 있는 연못’(1917~20)을 한 전시에서 만난다. 고 이건희(1942~2020)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아꼈던 작품들이다. 지난해 4월 고 이 회장 유족들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7개 기관에 기증한 문화유산과 미술품의 놀라운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 이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2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다. 국립중앙박물..

“자연은 낭만이 아닌 노동… 구름·태풍·고립이 나를 맑게해”

“새벽마다 끙끙 앓으며 詩 첫문장을 기다린다” 제주 이주 1년 시인 문태준, 시집·산문집 동시에 펴내 “자연은 낭만이 아닌 노동… 구름·태풍·고립이 나를 맑게해” 이기문 기자 조선 입력 2022.02.21 03:00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한 지 1년 반 동안 시인의 손은 투박해졌다. 문태준 시인은 “퇴근하면 텃밭을 일군다”며 “자연 속의 생생한 시어들이 싸락눈처럼 쏟아질 때 즐겁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문태준(52) 시인은 지난 2020년 8월, 오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 애월읍 장전리로 갔다. 고향은 경북 김천. 제주도 출신 아내가 태어났던 폐가를 허물고 새집을 지었다. 방 2개와 작업실을 갖추고 ‘문정헌(文庭軒)’이라 이름 붙였다. 글과 뜰이 있는 집에 살며 최근 여덟 번째 시집 ‘아침은 생각..

이문열 "이재명, 경기동부연합 계보뿐…한번도 이념 안밝혀"

이문열 "이재명, 경기동부연합 계보뿐…한번도 이념 안밝혀" 중앙일보 입력 2022.02.07 05:00 업데이트 2022.02.07 09:15 신준봉 기자 소설가 이문열씨. 형형한 눈빛으로 문학과 글쓰기의 의미, 안타까웠던 작품, 다음달 대선에 관한 생각 등을 밝혔다. 출판사를 알에이치코리아로 옮긴 전집 출간 작업이 막바지 단계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작가 이문열, 소설과 인생, 대선 정치를 말하다 소설가 이문열의 삶과 문학에는 한국 현대사가 선명하게 녹아 있다. 남한 정부가 수립된 1948년에 태어난 그는 80~90년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작가였다. 젊은 거장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책 장례식이라는, 유례없는 사상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어느덧 만년(晩年)의 양식(樣式)을 모색해..

시인 성윤석 첫 산문집 나와

생의 밑바닥에서 건져 올린 '천의 얼굴', 시인 성윤석 첫 산문집 나와 중앙일보 입력 2021.12.27 17:15 업데이트 2021.12.27 17:25 위성욱 기자 성윤석 시인과 그의 산문집. 위성욱 기자 기자, 공무원, 바이오벤처 기업인, 묘지관리인, 부두노동자…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성윤석 시인이 첫 산문집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쌤앤파커스)를 내놓았다. 그는 대학 시절인 1990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며 독특한 이력들을 쌓았다. 언뜻 보면 먹고 살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여러 직업들을 거친 후 잇따라 시집을 낸 것을 보면 스스로 이런 직업들로 자신을 떠나 보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고향 같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