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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을 소식들 289

37년만에 단편집 ‘툰드라’ 낸 강석경

“인생은 얼어붙은 ‘툰드라’지만… 그래도 희망 찾아 걸어가야죠” 37년만에 단편집 ‘툰드라’ 낸 강석경 이영관 기자 입력 2023.02.20 03:00 소설가 강석경은 “겨울의 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비로소 제 본질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주=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6일 경주시에 위치한 경상북도산림환경연구원. 소설가 강석경(72)이 앙상한 숲을 바라보며 말했다. “줄곧 여기에 살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 말을 하지 않아요.” 밤마다 숲을 산책하고 싶었다. 불가능해도 그 꿈을 말하고 다녔다. 연고 없는 경주에 자리 잡은 지 약 30년. 강석경은 경주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유교가 자리 잡기 이전인 신라 시대의 자유로움에 매료됐으나, 실제 경주는 그렇지 않다는 이유 때문..

제자만 1만 명…'당대 최고의 주역가' 대산 김석진 옹 별세

제자만 1만 명…'당대 최고의 주역가' 대산 김석진 옹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23.02.15 16:14 업데이트 2023.02.15 16:18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백성호 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구독 ‘당대 제일의 주역가’로 꼽히던 대산(大山) 김석진 옹이 15일 분당제생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5세. 김 옹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조부 김병철에게 한학을 배웠고, 19살 때 쌀 세 말을 등에 지고 대둔산 석천암으로 야산 이달(也山) 이달(李達ㆍ1889~1958) 선생을 찾아갔다. 당시 야산은 주역에 통달해 ‘이주역’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3년 전 작고한 재야 사학자 이이화 씨가 야산의 아들이다. 야산의 제자가 된 김 옹은 13년 동안 주역과 서경, 시경을 익혔다. 생활에 큰 어려..

올해 K문학도 빛났다… 해외 문학상 수상만 4건

올해 K문학도 빛났다… 해외 문학상 수상만 4건 이영관 기자 입력 2022.12.28 11:31 손원평 '서른의 반격' 한국문학의 저력을 보여준 한 해였다. 28일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에 따르면, 올해 번역원 지원을 받아 27개 언어권 150여 종에 이르는 한국문학 작품이 해외에서 출간됐다. 정유정(6종), 김영하(4종), 한강(4종), 김애란(3종), 장강명(3종) 등 중견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래픽노블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김금숙의 작품도 5종이 번역됐다. 특히 장르 문학 작품의 해외 진출을 눈여겨 볼만하다. 올 한해 동안 3종 이상 번역서를 출간한 작가 13명 중 5명이 장르 문학을 주로 쓰는 작가다. 정보라(3종), 김초엽(3종), 배명훈(3종) 등이다. 한국 문학 작..

아버지 박두진이 던진 화두… 아들 박영하는 그림으로 그렸다

아버지 박두진이 던진 화두… 아들 박영하는 그림으로 그렸다 부친이 제시한 詩語 ‘내일의 너’ 아들은 수십년째 추상화로 표현 ‘의금상경’展 학고재서 25일까지 정상혁 기자 입력 2023.02.02 03:00 박영하 ‘내일의 너’(146×97㎝) 일부. /학고재 ‘해야 솟아라…’로 유명한 시인 박두진(1916~1998)은 아들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후 화가 박영하(69)씨는 수십년간 이 주제로 추상화를 그려왔다.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주지는 않으셨다”면서도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점에서 내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존재로서 회화의 본질을 고민하기 위해 이 화두를 그림으로 옮긴다”고 말했다. 꾸준히 ‘내일의 너’를 제목으로 한 그림을 발표해오고 있다. 토담을 연상케 하는 흙빛..

진이정·허수경·고정희… ‘죽은 시집’의 부활

진이정·허수경·고정희… ‘죽은 시집’의 부활 ‘문학동네포에지’ 시리즈 인기 절판 시집 총 100권 복간 예정 이영관 기자 입력 2023.01.27 03:00 작년 말 경기도 광명시의 사찰 ‘금강정사’에서 열린 고(故) 진이정(1959~1993)·허수경(1964~2018) 시인 추모 행사. 두 시인과 같은 동인에서 활동한 동명 스님(차창룡 시인)의 주재로 4년 전부터 계속된 행사이지만, 이날은 특별한 손님이 대웅전 상단에 놓였다. 바로 진 시인의 유고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와 허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다. 두 시집은 수십년 전 나와 절판됐지만 ‘문학동네포에지’ 시리즈로 작년에 다시 태어났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절판된 시집을 다시 펴내는 기획이다. 첫 시집을 보지 못한 채 ..

고은 '성추행 논란' 사과없는 복귀…시집 낸 출판사 "공급 중단"

고은 '성추행 논란' 사과없는 복귀…시집 낸 출판사 "공급 중단" 중앙일보 입력 2023.01.20 10:29 업데이트 2023.01.20 10:35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김은빈 기자 구독 이미지크게보기 고은 시인, 연합뉴스 출판사 실천문학사가 문단 복귀로 논란을 빚은 고은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20일 연합뉴스를 통해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입장을 밝혔다. 윤 대표는 "시집 간행 전 충분히 중지를 모으지 못한 상태에서 시집 출판을 결정한 점과 '실천문학' 2022년 겨울호에 게재된 '김성동 선생 추모 특집'(고은 시인의 추모시) 건에 대해 사전에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구효서 주간님과 편집자문위원들께도..

“김소월, 세계서 안 밀린다…한국은 노벨상 콤플렉스”중앙일보

“김소월, 세계서 안 밀린다…한국은 노벨상 콤플렉스” 중앙일보 입력 2023.01.05 00:01 업데이트 2023.01.05 01:31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홍지유 기자 구독 지난달 29일 국립한국문학관 부지(은평구)에서 포즈를 취 한 문정희 관장. 문 관장은 “한국 문학을 홍보하게 된 것은 축복”이라고 했다. 김경록 기자 “김소월, 이상, 서정주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 한국 문학을 한국에 가둔 것은 노벨상 콤플렉스다.” 지난해 10월 국립한국문학관장에 취임한 문정희 관장은 “해외에서 유명한 상을 받아야만 그 작가를 달리 보는 세태가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에 있는 보석은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남이 봐주기만을 기다린다”는 게 한국 문학계를 보는 그의 시각이다. 국립..

“배부르면 詩 안 써질까봐, 하루 한끼만 먹기도 해요”

“배부르면 詩 안 써질까봐, 하루 한끼만 먹기도 해요” ‘우리가 키스할 때…’ 펴낸 고명재 일상의 순간 포착한 시 43편 실어 출간 당일 초판 1500부 모두 팔려 이영관 기자 입력 2023.01.04 03:00 2 고명재는 “사랑은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흔한 기적”이라고 했다. /문학동네 ‘온 세상이 멸하고 다 무너져내려도/ 풀 한 포기 서 있으면 있는 거란다.// 있는 거란다. 사랑과 마음과 진리의 열차가/ 변치 않고 그대로 있는 거란다.’ (‘시인의 말’ 중에서) 시인 고명재(46)의 첫 시집은 어린 시절 들은 비구니의 말로 시작한다. 생업에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시인을 보살펴줬던 그는 4년 전 세상을 떠났다. “스님은 떠날 때도 시신을 해부용으로 기증하셨어요. 육체의 보존이 아니..

올해 K문학도 빛났다… 해외 문학상 수상만 4건

올해 K문학도 빛났다… 해외 문학상 수상만 4건 이영관 기자 입력 2022.12.28 11:31 1 손원평 '서른의 반격' 한국문학의 저력을 보여준 한 해였다. 28일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에 따르면, 올해 번역원 지원을 받아 27개 언어권 150여 종에 이르는 한국문학 작품이 해외에서 출간됐다. 정유정(6종), 김영하(4종), 한강(4종), 김애란(3종), 장강명(3종) 등 중견 작가들의 해외 진출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래픽노블로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김금숙의 작품도 5종이 번역됐다. 특히 장르 문학 작품의 해외 진출을 눈여겨 볼만하다. 올 한해 동안 3종 이상 번역서를 출간한 작가 13명 중 5명이 장르 문학을 주로 쓰는 작가다. 정보라(3종), 김초엽(3종), 배명훈(3종) 등이다. 한국 문학..

“자연 빛만으로도 보석처럼 빛나는 게 우리 석탑”

“자연 빛만으로도 보석처럼 빛나는 게 우리 석탑” 중앙일보 입력 2022.11.24 00:03 지면보기 이은주 기자 구독 개심사 탑 사진 앞의 양현모 작가. 8x10인치 필름 카메라로 찍는다. [사진 양현모 스튜디오] 사진작가 양현모(59)씨는 2009년 홀로 떠난 경주 여행에서 만난 감은사지 3층 석탑을 잊지 못한다. “어둠이 깔리는 폐사지에서 웅장하게 솟아오른 탑의 자태에 ‘멋지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그는 “그날 밤 근처 식당에서 민박하며 아침에 다시 탑을 보고 사진 찍을 생각에 밤새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인물·패션 사진을 찍어온 그의 마음에 뜻밖의 석탑이 들어온 순간이었다.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와 패션·광고 사진으로 이름을 떨치고 돈을 벌면서도 떨쳐내지 못했던 질문, ‘내가 정..

“하찮은 삶의 조각을 건축물로 엮는 것, 그게 문학의 힘”

“하찮은 삶의 조각을 건축물로 엮는 것, 그게 문학의 힘” 중앙일보 입력 2022.11.17 00:02 지면보기 김정연 기자 구독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모두 번역해 최근 13권으로 완간한 김희영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거의 평생 프루스트 연구와 번역에 시간을 쏟았다. 16일 만난 그는 “아직도 끝난 것 같지 않다”면서도 “프루스트를 번역한 지난 10년은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민음사] “아직도 끝난 것 같지 않아요. 지금도 고치고 싶은 데가 너무 많고, 금방 개정판을 내야 할 것 같아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 1922)가 평생에 걸쳐 쓴 유일한 장편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국어 번역본(민음사)을 13권(번역본 기준), 총 5704쪽 분량..

[2022 동인문학상 수상자] ‘완벽한 생애’ 소설가 조해진

“냉소는 그만… 소설 쓰면서, 나는 ‘희망’ 쪽으로 개종했다” [2022 동인문학상 수상자] ‘완벽한 생애’ 소설가 조해진 이영관 기자 입력 2022.10.26 03:00 2022 동인문학상 수상자 조해진은“수상 소식을 전화로 들은 날, 놀랍고 기뻐서 집을 나와 걸었다. 글쓰는 것에 확신이 옅어질 때도 있었지만,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2022년 제53회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조해진(46)은 “한국 문학의 열렬한 애독자인 제가 한 번씩 사랑에 빠졌던 작가들은 대부분 동인문학상 수상자였다. 그분들과 나란히 이름을 불리게 되었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저의 사명을 일깨운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수상작인 장편소설 ‘완벽한 생애’(창비)는 삶..

“지금은 악당·보안관 모호한 세계… 문학이 새 해석을”

“지금은 악당·보안관 모호한 세계… 문학이 새 해석을” 40년 인연 김주영·이문열, 경북 영양서 ‘창작의 길’ 행사 이영관 기자 입력 2022.10.24 03:00 소설가 김주영(왼쪽)은 “돌아다니는 짐을 줄이기 위해 큰 노트에 아주 작은 글씨를 썼다. 다른 직업이 없어서 이 악물고 글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문열은 “계속 쓰다 보니 어느 날 작가가 돼 있었다. 힘든 일 있었지만 글 덕분에 삶이 최악은 면했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어이.” 소설가 김주영(83)이 막걸리 잔을 들며 말하자, 이문열(74)이 소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40여 년 전 문단에 나와 (김주영을) 뵀는데, 우리 형님 친구여가지고. 그때부터 확 잡혔다. 꼼짝도 못 하고(웃음).”(이..

비운의 월북작가 이태준, 철원 옛 노동당사 옆에 부활 씨앗

비운의 월북작가 이태준, 철원 옛 노동당사 옆에 부활 씨앗 중앙선데이 입력 2022.09.03 00:23 지면보기 [길 위에서 읽는 한국전쟁] 〈6〉 분단이 삼킨 조선 최고 문장가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노동당사 앞의 정춘근 시인. 휴전선 일대에서 한국전쟁의 흔적을 찾아다니면서 가장 인상적인 월북자는 철원 태생의 이태준이었다. 철원읍 대마리에 있는 두루미평화관 마당에는 그의 탄생 100주년인 2004년에 세운 ‘상허이태준문학비’가 흉상과 함께 세워져 있다. 문학비 기단에는 이태준의 문학 인생을 요약한 뒤에 이렇게 맺고 있다. “조국과 고향을 잃어버리고 떠도는 이 위대한 문학자의 자취는 지금도 묘연하다. 이제 그의 나이 100세, 하루속히 통일이 이루어져 이 고독한 ‘경계인’의 문학과 생애가 우리 모두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