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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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목련과 함께 할 시간은 더 남아 있습니다.

[나무편지] 아직 목련과 함께 할 시간은 더 남아 있습니다. ★ 1,227번째 《나무편지》 ★ 사월 들어서면서부터 “목련 꽃 한창”이라고 호들갑만 떨고 이제야 목련 소식 전해드립니다. 우리의 봄을 더 아름답게 하는 목련 종류는 매우 많은 데다, 꽃 피는 순서에도 차이가 있어서 이 즈음에도 목련 꽃은 충분히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한 때문이었습니다. 나무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하루 이틀 미룬 게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그 사이에 천리포수목원에서 피어난 흰색 종류의 목련은 절정을 넘어섰습니다. 수목원 밖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남부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 도심의 백목련 종류는 이미 낙화까지 다 마친 듯합니다. 하지만 지역을 조금만 달리하면 목련 꽃이 지금 한창인 곳도 있습니다. 이를테..

봄, 혼자 커가는 그리움

봄, 혼자 커가는 그리움 권애숙 (시인) “어느 계절이 좋아요?” 언젠가 누가 불쑥 물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4계절 열두 달이 휙휙 전신을 디디고 지나갔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이, 가수 빅뱅의 노래 ‘봄여름가을겨울’이, 겨울에 당도해 있는 어떤 이의 전생 같은 계절들이, 겹쳐 흘렀습니다. ‘생은 이런 것이야’ 하는 듯 웃으며, 울먹거리며, 생의 희로애락을 보편적인 상징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서로 인접한 것들은 서로에게 스며들어 많든 적든 간섭을 합니다. 한 줄에 연결된 혈육처럼. 사계 역시 서로 연결고리로 이어져 앞뒤의 계절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지요. 봄에 태어난 것들에선 겨울의 냄새가 많이 묻어 있습니다. 겨울의 차고 매서운 추위를 건너왔기에 또 어떤 계절..

김형석 히트곡을 하모니카로…“작업하다 옛사랑 추억 떠올라”

김형석 히트곡을 하모니카로…“작업하다 옛사랑 추억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2024.04.15 00:10 황지영 기자 구독 박종성x김형석 프로젝트 ‘그대, 다시’.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노느니특공대·뮤직앤아트컴퍼니]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추억이 떠올라요.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하는 제 노래와 결이 비슷하죠.” 작곡가 김형석(58)이 자신의 히트곡으로 하모니카 연주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하모니스트 박종성(37)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다. 양념처럼만 소비되던 하모니카를 메인으로 내세운 것도 재밌어 보였다고 한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형석은 “언더그라운드가 오버그라운드가 되는 시도라 생각했다. 작업하면서도 힐링이 됐고 추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1호 하모니카 전공자..

카테고리 없음 2024.04.16

서산 부석사 벚꽃 찾은 탐험가 김현국

오늘은 꽃길 내일은 얼음길, 유라시아 대륙 여섯번 횡단 중앙선데이 입력 2024.04.13 00:01 업데이트 2024.04.13 06:3 김홍준 기자 구독 서산 부석사 벚꽃 찾은 탐험가 김현국 탐험가 김현국씨가 충남 서산시 부석사 운거루에서 벚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다. 김홍준 기자 4월, 환장하겠네. 이렇게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지속하는 건, 그 꽃 때문이다. 벚꽃. 야하다고 하면 ‘불순하다’는 핀잔을 듣고, 순결하다면 ‘그렇게까지?’라는 반문을 받게 하는 꽃. 게다가 핌이 화려하면서, 짐이 애처롭기도 하니 양면의 ‘마력’을 품은 꽃이다. 벚꽃이 대단할 이즈음에, 수수한 절을 찾았다. 충남 서산시 부석사에는 벚꽃의 고즈넉함이 피어났다. 사찰 관계자가 밝힌 ‘벚꽃 중에도 왕벚나무꽃’이 이번..

7080 은퇴 선배들이 권하는 ‘돈·삶·몸’

조선경제머니 “이거 참 좋더라”... 7080 은퇴 선배들이 권하는 ‘돈·삶·몸’ 은퇴 로드맵 짜기, 막막하시죠? 인생 선배들의 꿀팁 알려드려요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입력 2024.04.15. 07:36업데이트 2024.04.15. 07:56 “은퇴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갔어요. 40년 일하고 퇴직했는데, 사회에서 밀려난 느낌이 듭니다.” “퇴직 후 처음엔 집에 있는 게 좋았는데 어느 순간 답답해지더군요. 나만의 일상 루틴을 만들어서 밖에 나가니까 훨씬 낫습니다.” “바쁘게 일하다가 얻는 휴일이 가장 꿀맛이란 걸, 퇴직하니까 알겠네요.” 누구나 겪지만 막상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퇴 생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막막하다. 이럴 땐 한 발 앞서 은퇴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충고가 가장 피부에 ..

전남 곡성

‘서민 아낀 佛心’ 가슴 울리고… ‘섬진강 물안개’ 마음 홀리네 [박경일기자의 여행] 문화일보 입력 2024-04-11 09:09 업데이트 2024-04-11 09:29 곡성 오산면의 절집 용주사. 마치 ‘무협지 속 공간’처럼 느껴지는 자리에 있다. 법당 뒤로 병풍처럼 서 있는 크고 기이한 근육질의 바위가 인상적이다. 사진 왼쪽의 바위에는 물길을 돌려서 만든 폭포가 실타래처럼 걸려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천년 고찰의 숨결 따라 힐링 전남 곡성 태안사 혜철스님 사리 모신 ‘부도’ 주민들 나서 국보지정 서명운동 ‘호남 3대 정자’ 꼽혔던 함허정 벼슬 못 오른 선비 회한 느껴져 제월섬엔 메타세쿼이아 숲 빽빽 ‘초록의 그림책 세상’ 들어온 듯 섬진강 침실습지 주변 수변공원 봄시즌 물안개와 만나 절경이뤄 ..

목발 11― 나들이

목발 11 ― 나들이 한 사람은 부끄러워서 한 사람은 어색해서 평생 손 마주 잡지 못했다 오늘은 고샅길 지나 꽃구경 간다 날마다 지게 지고 소쿠리 이고 다니던 산길에 산수유도 피고 매화도 활짝 얼굴을 폈다 허리도 굽고 다리 힘도 없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손 꼭 잡았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부끄러움도 없이 어색함도 없이 한 그루 꽃나무로 피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의 주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의 주인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4.04.11 02:18 지구 위에는 수십억 명의 인구가 지역별로 국가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수십억 인구 중에서 단 한 사람쯤이야 백사장의 모래알 하나처럼 무가치 무의미하게 여겨버릴 수 있으나, 따지고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우주의 주인공이자 우주 전체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인간 한 사람이 우주의 존재 이유고 우주 자체라는 것이다. 옛날의 책을 읽어 보면 인간 한 사람의 높은 가치를 이야기한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경(古經)에도 거론돼 있지만, 어진 이들인 율곡 이이나 다산 정약용도 사람의 가치를 거론했다. 다산, 목민심서 48권 저술한 뒤 “백성 하나에라도 도움 됐으면” 비록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해도 단 한 명의 목숨 해쳐서는..

[83] 병

[최영미의 어떤 시] [83] 병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8.15. 00:00 태어난 제 나라를 부끄러워하는 것. 지나간 사랑을 한탄하는 것. 부정하기를 너무 좋아하는 것.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술잔 들고 술 깬 후의 슬픔을 미리 생각하는 것. -사토 하루오(1892~1964) (유정 옮김) 그림=이철원 어떤 일본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 정서가 비슷해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시인들과는 다른 마음의 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쓸쓸함이 마음 바닥을 건드린다. 패배한 자의 슬픔이라고 할까? 동아시아에서 태어나 전통적인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개인의 좌절감. 제 나라를 부끄러워하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부정하기를 좋아하나 현실을 바꿀 힘은 없고, 지나간 사랑을..

공부할 시 2024.04.09

[182] 지미무미(至味無味)

[정민의 世說新語] [182] 지미무미(至味無味)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10.30. 23:30 유명한 냉면집을 안내하겠다 해서 갔더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맛을 보곤 실망했다. 좋게 말해 담백하고 그저 말해 밍밍했다. 네 맛도 내 맛도 없었다.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꼽는다는 냉면집 맛이 학교 앞 분식집만도 못했다. 나처럼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집 벽에 순수한 재료로만 육수를 내서 처음 맛보면 이상해도 이것이 냉면 육수의 참맛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여러 해 전 일인데도 가끔 생각난다. 감미료로 맛을 낸 육수 국물에 길들여진 입맛들이 얼마나 투덜댔으면 주인이 그런 글을 써 붙일 생각을 했을까? 그래도 사람들이 여전히 줄을 서서 찾는 걸 보면, 맛을 아는 사..

한국시낭송연합회 강릉 시낭송 초청(2019.06)

눈물이 시킨 일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전은 완성이 아니라 생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푸르름처럼 언제나 내 머리맡에 놓여 있다 나는 다시 경전을 거꾸로 읽기 시작한다 사랑이 내게 시킨 일이다 - 시집 『눈물이 시킨 일』 (2011) 밤에 쓰는 편지 / 나호열 먹을 갈아 정갈해진 정적 몇 방울로 편지를 쓴다 어둠에 묻어나는 글자들이 문장을 이루어 한줄기 기러기 떼로 날아가고 그가 좋아하는 바이올렛 한 묶음으로 동여맨 그가 좋아하는 커피 향을 올려 드리면 내 가슴에는 외출중의 팻말이 말뚝으..

[212] ‘때문’은 외로울 수 없다

[양해원의 말글 탐험] [212] ‘때문’은 외로울 수 없다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24.01.12. 03:00업데이트 2024.03.25. 15:52 서울 시내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연합뉴스 한겨울 일요일 밤은 유독 쓸쓸하다. 가게들도 일찌거니 닫아 장막 같은 큰길. 지나는 이 없는 건널목 신호등만 외롭게 끔벅거린다. 눈 내려 얼어붙은 골목길이 반드르르한데. 대낮 같으면 미끄럼 한번 지쳐 보련만, 고양이 그림자도 비치지 않으니 되레 머쓱하다. 게다가 자빠지기라도 해 봐. 부질없는 생각이 꿈틀대 곱다시 집에 들어갔다. 체면 덕분이었을까, 때문이었을까. ‘덕분’은 ‘베풀어 준 은혜나 도움’이니, 무사 귀가를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때문’은 ‘어떤 ..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나무편지] 목련 꽃 화창한 이 봄이 더 아름다운 까닭을 기억합니다. ★ 1,226번째 《나무편지》 ★ 눈길 머무르는 곳마다 목련 꽃이 한창입니다. 도시의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난 작은 산책길에도, 학교의 식당 건물 앞 볕 좋은 곳에도, 한적한 지방 소도시의 도서관 앞뜰에도, 수목원 식물원 길섶에도 어김없이 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금은 도무지 어쩔 도리 없는 목련의 계절입니다. 대개는 흰 색의 백목련 종류가 지금 한창입니다만, 가끔은 서둘러 피어난 자목련 종류도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목련은 지금이 절정이라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며칠 동안은 우리의 봄을 지켜주겠지요. 풀꽃들 가운데에도 성마른 성질의 풀꽃도 있는 듯합니다. 지난 주에 천리포수목원 숲길에서 우연히 만난 앵초가 그렇습니다. 앵초의 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