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155] 승영시식 (蠅營豕息)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04.24. 23:03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귀양 살던 다산에게 이웃에 사는 황군(黃君)이 찾아왔다. 그는 술꾼이었다. 술 냄새를 풍기며 그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취해 살다 꿈속에 죽을랍니다(醉生夢死). 욕심부려 뭣 합니까? 그리 살다 가는 게지요. 집 이름을 아예 취몽재(醉夢齋)로 지을까 합니다. 글 하나 써주십시오." 다산의 성정에 마땅할 리 없었겠지만 꾹 참고 말했다. "자네, 제 입으로 술 취했다고 하는 걸 보니 아직 취하지 않은 것일세. 진짜 취한 사람은 절대로 제가 취했단 말을 안 하는 법이지. 꿈꾸는 사람이 꿈인 줄 아는 것은 꿈 깬 뒤의 일이라네. 제가 취한 줄을 알면 오히려 술에서 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