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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세설신어

[154] 일언방담 (一言芳談)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6. 21. 23:36

[정민의 세설신어]

[154] 일언방담 (一言芳談)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2.04.17. 23:0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일본 고전 명수필집 '도연초(徒然草)'를 읽는데, 고승의 명언을 모은 '일언방담(一言芳談)'이란 책에서 옮겨 적은 몇 구절이 나온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일은 대개의 경우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우리는 매일 할까 말까 싶은 일을 이번만, 한 번만 하며 해놓고 돌아서서 후회한다. "내세의 안락을 원하는 자는 훌륭한 물건을 지니지 않는 편이 낫다." 실상은 하나라도 더 갖고 다 가지려고 아등바등한다. "속세를 떠난 수도자는 지닌 것 없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해나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행여 무시당할까봐 남의 것까지 욕심 사납게 그러쥔다. "신분이 높은 사람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 된 기분으로, 유능한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 된 기분으로 살아가면 된다." 늘 정반대로 하려 드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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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출입국 치안상황 교통·긴급연락처 일본은 아시아 대륙 동쪽에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 시코쿠[四國], 규슈[九州] 4개 큰 섬을 중심으로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이어지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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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에는 꼴불견의 모습을 적어둔 대목도 있다. "공공연하게 남녀 관계 이야기를 입에 담거나, 남의 신상을 농담 삼아 얘기하는 일. 늙은이가 젊은이 틈에 끼어 남을 웃기려고 지껄이는 꼴. 시시한 신분이면서 점잖은 분들을 친구처럼 허물없이 함부로 대하는 모양. 가난한 집에서 술잔치를 좋아하는 것." 대목마다 주변에서 일상으로 대하는 낯익은 풍경들이다. 대체로 인간이란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매우 천하게 보이는 일로 꼽은 목록은 이렇다. "앉아 있는 주변에 여러 도구가 즐비하게 놓인 것, 벼루 갑 안에 붓이 많이 들어 있는 것, 남과 만났을 때 수다스러운 것, 불공드릴 때 좋은 공덕을 너무 많이 적어 읽는 일." 공연히 뜨끔해져서 서둘러 책상 정리를 한다. 말도 반으로 줄여야지.

 

일본의 대표적 고대 수필 '마쿠라노소시(枕草子)'에는 낯간지럽고 민망한 순간들을 이렇게 꼽았다. "손님과 얘기하는데 안쪽에서 은밀한 소리가 들려올 때, 사랑하는 남자가 술에 취해 한 얘기를 또 하고 자꾸 할 때, 본인이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 사람 얘기를 했을 때, 예쁘지도 않은 어린애를 부모가 귀여워 어쩔 줄 모르며 다른 사람에게 어린애 목소리를 흉내낼 때, 학문이 높은 사람 앞에서 공부가 전혀 없는 사람이 아는 체하며 옛 위인의 이름을 들먹거릴 때."

 

예나 지금이나 부족한 것이 문제 되는 법은 없다. 넘치는 것이 늘 문제다. 우리는 말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욕심 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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