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11] '호질(虎叱)'의 행간 조선일보 입력 2009.07.10 02:40 '호질'은 '열하일기'에 실려 있다. 북경으로 향하는 길목인 옥전현(玉田縣)을 지날 때, 심유붕(沈有朋)이란 이의 점포 벽에 걸려 있던 것을 베꼈다는 글이다. 작품 서두에서 범은 영특하고 거룩하고 문무를 갖추었으며, 자애와 효성, 지혜와 어짊을 지닌 용맹하고 웅장한 천하무적의 존재로 그려진다. 그런데 바로 뒤이어 그 범조차 꼼짝 못하고 쩔쩔매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비위와 죽우(竹牛), 자백(玆白)과 맹용 같은 짐승들이 그것이다. 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그 넋이 창귀가 되어 범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 그들의 이름은 굴각(屈閣), 이올(彛兀), 육혼 등이다. 무슨 말인가? 범의 앞에 붙은 수식어는 청나라 황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