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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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세설신어 213

[199] 조락공강 (潮落空江)

[정민의 世說新語] [199] 조락공강 (潮落空江)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2.27. 03:04  당나라 때 이정(李�H)이 쓸쓸한 송강역(松江驛) 물가에서 저물녘에 배를 대다가 시 한 수를 썼다."조각배에 외론 객이 늦도록 머뭇대니, 여뀌꽃이 피어 있는 수역(水驛)의 가을일세. 세월에 놀라다가 이별마저 다한 뒤, 안개 물결 머무느니 고금의 근심일래. 구름 낀 고향 땅엔 산천이 저무는데, 조수 진 텅 빈 강서 그물을 거두누나. 여기에 예쁜 아씨 옛 노래가 들려오니, 노 젓는 소리만이 채릉주(采菱舟)로 흩어진다(片帆孤客晩夷猶, 紅蓼花前水驛秋. 歲月方驚離別盡, 烟波仍駐古今愁. 雲陰故國山川暮, 潮落空江網��收. 還有吳娃舊歌曲, 棹聲遙散采菱舟).참으로 적막하고 쓸쓸한 광경이다. 조각배를 탄 나그..

[198] 유언혹중(流言惑衆)

[정민의 세설신어] [198] 유언혹중(流言惑衆)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2.20. 03:07  말이 많아 탈도 많다. 쉽게 말하고 함부로 말한다. 재미로 뜻 없이 남을 할퀸다. 할큄을 당한 본인은 선혈이 낭자한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죽어야 끝이 날까? 요즘 악플은 죽은 사람조차 놓아주지 않는다. 이유가 없다. 그냥 재미있으니까.송나라 때 이방헌(李邦獻)이 엮은 '성심잡언(省心雜言)'을 읽었다. 몇 구절에 밑줄을 긋는다."말로 남을 다치게 함은 예리하기가 칼이나 도끼와 같다. 꾀로 남을 해치는 것은 독랄하기가 범이나 이리와 한가지다. 말은 가려 하지 않을 수 없고, 꾀도 가려 하지 않을 수 없다(以言傷人者, 利如刀斧. 以術害人者, 毒如虎狼. 言不可不擇, 術不可不擇也)." 남을 다치..

[197] 도유우불(都兪吁咈)

[정민의 세설신어] [197] 도유우불(都兪吁咈)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2.13. 03:01    인조 때 김두남 등이 첩에게서 낳은 딸을 부정한 방법을 써서 궁인으로 들였다. 비판하는 상소가 올라와 문제가 되자 임금이 누가 그 따위 말을 하고 다니느냐고 펄펄 뛰며 화를 냈다. 정경세(鄭經世· 1563~1633)가 글을 올려 아뢰었다."이런 문제는 전하께서 목소리를 높일 가치조차 없는 일입니다. 궁중의 일은 외인이 알 수가 없습니다. 잘못 전해진 것이면 임금께서 온화하게 '그런 일이 없다' 하시면 그뿐이고,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즉시 바로잡겠다'고 대답하시면 될 일입니다. 이렇게 하시면 성상의 마음에 삿된 뜻이 없어 밝고 깨끗하고, 상하 사이에 마음이 통해 도유우불(都兪吁咈)하던 요..

[196] 순인자시(詢人者是)

[정민의 세설신어] [196] 순인자시(詢人者是)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2.06. 03:06   제나라 왕이 활쏘기를 좋아했다. 왕은 신하들이 강궁을 잘 쏜다고 말해주면 아주 흡족해했다. 실제 그가 쏜 활은 3석(石)에 불과했지만, 좌우에서 아첨하느라 굉장히 센 9석짜리 강궁이라고 칭찬했다. 윗사람이 칭찬만 원하는지라 신하들은 거짓말로 칭찬해 주었다. 그것이 끝내 거짓인 줄 모르니 허물을 고칠 기회가 없고, 종내 남의 비웃음만 사고 만다.안동 사람 이시선(李時善)이 멀리 남쪽 바닷가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날은 저물고 비까지 내려 왔던 길을 놓치고 말았다. 길 가던 이에게 묻자 왼쪽으로 가라고 했다. 자기 생각에는 암만해도 오른쪽이 맞는 것 같았다. 고개를 갸웃하며 왼쪽 길로 가니 마침..

[195] 허심공관 (虛心公觀)

[정민의 세설신어] [195] 허심공관 (虛心公觀)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29. 23:35  퇴계가 허엽(許曄)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했다. "그대의 편지에서 이른바 경솔하게 선배의 잘못을 논한다고 한 것은 분명 까닭이 있어 나온 말일 겝니다. 저 같은 사람도 이 같은 병통이 있을까 염려하여 마땅히 행동을 고치려고 생각 중입니다. 다만 주자께서 비록 이를 경계하였지만 도학상의 착오나 잘못된 곳을 논변할 때는 터럭만큼도 그저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선배라 하여 덮어 가려주지 않았습니다."다산은 이 편지를 읽고 나서 이렇게 소감을 적었다. "퇴계 선생께서 이색과 정몽주, 김굉필과 조광조 등 여러 군자에 대해 모두 논한 것이 있다. 잘못된 점은 때로 감추지 않았다. 이는 진실로 지극히 공정하..

[194] 유재시거(唯才是擧)

[정민의 세설신어] [194] 유재시거(唯才是擧)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22. 23:30  후한의 승상 조조(曹操)에게 수하의 화흡(和洽)이 말했다."천하 사람은 재주와 덕이 저마다 다릅니다. 한 가지만 보고 취해서는 안 됩니다. 검소함이 지나친 경우 혼자 처신하기는 괜찮아도, 이것으로 사물을 살펴 따지게 하면 잃는 바가 많습니다. 오늘날 조정의 의논은 관리 중에 새 옷을 입거나 좋은 수레를 타는 사람이 있으면 청렴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모습을 꾸미지 않고, 의복은 낡아 해진 것을 입어야 개결하다고 말하지요. 그러다 보니 사대부가 일부러 옷을 더럽히거나, 수레와 복식을 감추기에 이르고, 조정 대신이 밥을 싸들고 관청에 들어오기까지 합니다. 가르침을 세우고 풍속을 살핌은 중용을 중히 ..

[193] 오로칠상 (五勞七傷)

오피니언전문가칼럼[정민의 세설신어] [193] 오로칠상 (五勞七傷) 정 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15. 23:31  유만주(兪晩柱·1755~1788)의 일기 '흠영(欽英)'을 읽다가 다음 대목에서 눈이 멎는다."사람이 살면서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면할 길이 없다. 좋은 음식을 복용하는 꾀는 결단코 황당한 말이 아니다. 음식이나 여색처럼 삶을 해치는 것 외에도, 나랏일로 고민하고 백성을 위해 근심하거나, 헐뜯음을 염려하고 미워함을 두려워하는 것, 얻음을 기뻐하고 잃음을 걱정하는 것 따위가 모두 수고와 손상을 부르는 원인이다. 하지만 수련하고 섭양하는 것은 늘 산이나 물가에 숨어야만 한다. 왕공이나 귀인은 자녀와 재물에다 언제나 진한 술에 취해 사는 것을 근심한다. 마음을 맑게 하고..

[192] 착념삼일(着念三日)

[정민의 세설신어] [192] 착념삼일(着念三日)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08. 23:30   이덕무(李德懋·1741~1793)가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서 말했다."옛날과 지금은 큰 순식간이요, 순식간은 작은 옛날과 지금이다. 순식간이 쌓여서 문득 고금이 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수없이 서로 갈마들어 끊임없이 새것이 생겨난다. 이 속에서 나서 이 속에서 늙으니, 군자는 이 사흘에 마음을 쏟는다(生於此中, 老於此中, 故君子着念此三日)." 어제가 아마득한 옛날 같고, 천년 세월도 눈 깜짝할 사이다. 시간은 상대적이니 길이를 따질 게 못 된다. 어제는 잘살았는가? 오늘은 잘살고 있는가? 내일은 어떤 마음으로 맞을까? 군자는 다만 이 사흘을 마음에 두고 매일매일에 충실할 뿐이다. 사..

[191] 의재필선(意在筆先)

[정민의 세설신어] [191] 의재필선(意在筆先)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1.01. 23:04    청나라 때 문인 왕학호(王學浩)는 여러 번 과거에 낙방했다. 그는 대강남북(大江南北)을 여유롭게 노닐며 그림으로 생계를 이었다. 그림의 격이 워낙 높아 사대부들이 다투어 높은 값에 그의 그림을 사들였다. 남종화의 대가로 기려졌다. 그가 자신의 화첩에 이렇게 썼다. "그림의 여섯 가지 방법과 한 가지 원리는 단지 '사(寫)'란 한 글자로 귀결된다. '사', 즉 그림 그리는 일은 뜻이 붓보다 앞선 후, 본 것을 곧장 따르는 데 있다. 비록 헝클어진 머리에 거친 복색이라도 의취(意趣)가 넉넉해서, 혹 공교로운 아름다움을 지극히 하더라도 기미(氣味)는 고아한 것이 이른바 사대부의 그림이다. 그렇지..

[190] 추연가슬 (墜淵加膝)

[정민의 世說新語] [190] 추연가슬 (墜淵加膝)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2.25. 23:30  연암 박지원이 면천 군수 시절, 충청 감사가 연분(年分)의 등급을 낮게 해줄 것을 청하는 장계를 누차 올렸지만 번번이 가납되지 못했다.다급해진 감사가 면천 군수의 글솜씨를 빌려 다시 장계를 올렸다. 연암이 지은 글이 올라가자 그 즉시 윤허가 떨어졌다. 감사는 연암을 청해 각별히 대접하고 은근한 뜻을 펴보였다.하루는 감사가 연암에게 도내 수령의 고과 점수를 매기는 종이를 꺼내놓고 함께 논의할 것을 청했다. 채점을 받아야 할 당사자에게 채점을 같이 하자고 한 것이니, 감사로서는 특별한 후의를 보이려 한 일이었다. 민망해진 연암은 갑자기 아프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해 면천으로 돌아와 버렸다.감사는 ..

[189] 견양저육 (汧陽猪肉)

[정민의 세설신어] [189] 견양저육 (汧陽猪肉)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2.18. 23:30  견양(汧陽) 땅의 돼지고기는 각별히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 다른 데서 나는 돼지고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이었다. 소동파가 하인을 시켜 견양에서 돼지 두 마리를 사오게 했다. 하인이 돼지를 사러 떠난 동안 그는 초대장을 돌려 잔치를 예고했다. 한편 견양의 돼지를 사가지고 돌아오던 하인은 도중에 그만 술이 취하는 바람에 끌고 오던 돼지가 달아나 버렸다. 난감해진 그는 다른 곳에서 돼지 두 마리를 구해 견양에서 사온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잔치는 예정대로 열렸다. 손님들은 이 특별한 맛의 통돼지 요리를 극찬했다. 이렇게 맛있는 돼지고기는 처음 먹어 본다며 역시 견양의 돼지고기는 수준이 다르다고..

[188] 모릉구용(摸稜苟容)

[정민의 세설신어] [188] 모릉구용(摸稜苟容)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2.11. 23:30    "사람을 살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형상을 살피지 않고, 그림자만 살피면 된다. 겉모습에 힘을 쏟는 것이 형상이고, 참된 정에서 드러난 것이 그림자다. 능히 만종(萬鍾)의 녹을 사양하다가도 콩국 앞에 낯빛을 잃는다. 입으로는 백이(伯夷)를 말하지만 마음속에는 도척(盜跖)이 들어앉았다. 공손히 꿇어 충성을 바치면서도 속으로는 속임수를 쓴다. 겉보기엔 어진 이를 좋아하는 듯하나 속에는 독사를 품었다. 이 밖에 모서리를 어루만지며 구차하게 넘어가려는 술책, 뜻에 영합해서 총애를 취하려는 자취, 겉으로 칭찬하고 속으로는 배척하는 형상, 간악하고 교묘하게 은혜와 원한을 되갚는 것 등등, 일상의 ..

[187] 치모랍언 (梔貌蠟言)

[정민의 世說新語] [187] 치모랍언 (梔貌蠟言)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2.04. 23:30     시장에서 말 채찍을 파는 자가 있었다. 50전이면 충분할 물건을 5만전의 값으로 불렀다. 값을 낮춰 부르면 마구 성을 냈다. 지나가던 부자가 장사꾼의 말에 혹해 5만전에 선뜻 그 채찍을 샀다. 부자가 친구에게 새로 산 채찍 자랑을 했다. 살펴보니 특별할 것도 없고 성능도 시원찮은 하품이었다. "이런 것을 어찌 5만전이나 주고 샀소?" "이 황금빛과 자르르한 광택을 보시구려. 게다가 장사꾼의 말에 따르면 이 채찍은…." 그가 신이 나서 설명했다.친구는 하인에게 뜨거운 물을 가져오래서 그 채찍을 담갔다. 그러자 금세 비틀어지더니 황금빛도 희게 변해버렸다. 노란 빛깔은 치자 물을 들인 것이었..

[186] 각곡류목(刻鵠類鶩)

[정민의 세설신어] [186] 각곡류목(刻鵠類鶩)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2.11.27. 23:30    후한의 명장 마원(馬援)에게 형이 남긴 조카 둘이 있었다. 이들은 남 비방하기를 즐기고, 경박한 협객들과 어울려 지내기를 좋아했다. 멀리 교지국(交址國)에 나가 있던 그가 걱정이 되어 편지를 보냈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나는 너희가 남의 과실 듣기를 부모의 이름 듣듯 했으면 좋겠다. 귀로 듣더라도 입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남의 잘잘못을 따지기 좋아하고, 바른 법에 대해 망령되이 시비하는 것은 내가 가장 미워하는 일이다. 죽더라도 내 자손이 이런 행실이 있다는 말은 듣고 싶지가 않다. 용백고(龍伯高)는 돈후하고 신중해서 가려낼 말이 없다. 겸손하고 검소하며 청렴해서 위엄이 있다. 그래서..

[185] 영서연설(郢書燕說)

[정민의 세설신어] [185] 영서연설(郢書燕說)정민 · 한양대 교수 · 고전문학입력 2012.11.20. 23:30업데이트 2012.11.21. 01:36우암 송시열 선생께서 손자를 가르치다가 영 속이 상하셨던 모양이다. 손자에게 주는 시 두 수를 남겼다. 그중 둘째 수. "내가 직접 모범 보여 손자 교육 못하니, 타일러도 우습게 아는 것이 당연하다. 내 말은 그래도 성현의 말씀이고, 네 자질은 다행히 못난 사람 아니로다. 맹상군이 무를 캠이 어이 뿌리 때문이랴, 영서(郢書)의 거촉(擧燭)으로 어진 신하 길 열었네. 선생 비록 바르지 않다손 치더라도, 네 덕을 새롭게 함에 어이 방해되겠느냐?(我敎小孫不以身, 宜其邈邈此諄諄. 余言而自聖賢說, 汝質幸非愚下人. 趙相采 豈下體, 郢書擧燭開賢臣. 雖云夫子未於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