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정민의 세설신어 185

[527] 거안사위 (居安思危)

[정민의 世說新語] [527] 거안사위 (居安思危)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7.11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색(李穡·1328~1396)의 ‘진시무서(陳時務書)’ 중 한 대목이다. ‘근래에 왜적 때문에 안팎이 소란스러워 거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안함에 처하여서도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면(居安思危) 가득 차더라도 넘치지 않을 것입니다. 환난을 생각하여 미리 막는다면(思患豫防) 어찌 엉킨 문제를 도모하기 어렵겠습니까? 늘상 하던 대로 하다가 하루아침에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장차 무엇으로 이를 대비하겠습니까?’ 이정암(李廷馣·1541~1600)의 '왜변록(倭變錄)'에 실린 서해도 관찰사 조운흘(趙云仡·1332~1404)이 임금에게 올린 글의 첫 대목이다. '무..

[526] 행루오리 (幸漏誤罹)

[정민의 世說新語] [526] 행루오리 (幸漏誤罹)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7.04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1791년 11월 11일, 형조에서 천주교 신자로 검거된 중인(中人) 정의혁과 정인혁, 최인길 등 11명의 죄인을 깨우쳐 잘못을 뉘우치게 했노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정조가 전교(傳敎)를 내렸다. “중인들은 양반도 아니고 상민도 아닌, 그 중간에 있어 교화시키기가 가장 어렵다. 경들은 이 뜻을 알아 각별히 조사해서 한 사람도 요행으로 누락되거나(幸漏), 잘못 걸려드는(誤罹) 일이 없도록 하라.” 행루오리(幸漏誤罹)는 운 좋게 누락되거나 잘못해서 걸려드는 것을 말한다. 죄를 지었는데 당국자의 태만이나 부주의로 법망을 빠져나가면 걸려든 사람만 억울하다. 아무 잘못 없이 ..

[525] 다행불행 (多倖不幸)

[정민의 世說新語] [525] 다행불행 (多倖不幸)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6.27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위백규(魏伯珪·1727~1798)가 1796년에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읽는데 자꾸 지금이 겹쳐 보인다. “백성의 뜻이 안정되지 않음이 오늘날보다 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등급이 무너지고 품은 뜻은 들떠 제멋대로입니다. 망령되이 넘치는 것을 바라고, 흩어져 음일(淫溢)함이 가득합니다. 사양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고, 겸손한 뜻은 자취도 없습니다. 조정에 덕으로 겸양하는 풍조가 없고 보니 관리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고, 마을에 스스로를 낮추는 풍속이 없는지라 위의 명령을 모두 거스릅니다. 본분을 어기고 윗사람을 범하여 불의가 풍속을 이루고, 함부로 나아가면서..

[524] 신신신야 (信信信也)

[정민의 世說新語] [524] 신신신야 (信信信也)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6.20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믿을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고, 의심할 것을 의심하는 것도 믿음이다. 어진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어짊이고, 못난 자를 천하게 보는 것도 어짊이다. 말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고 침묵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다. 이 때문에 침묵을 안다 함은 말할 줄 아는 것과 같다(信信信也, 疑疑亦信也. 貴賢仁也, 賤不肖亦仁也. 言而當知也, 默而當亦知也. 故知默猶知言也).” 순자(荀子) '비십이자편(非十二子篇)'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실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덮어놓고 믿지 않고 살피고 따져보아 믿을 만한 것을 믿는 데서 생긴다. 의심할 만한 일을 덩달아 믿어 부화뇌동하면 뒤에 꼭 후..

[532] 문슬침서 (捫虱枕書)

[정민의 世說新語] [532] 문슬침서 (捫虱枕書)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8.15 03:15 | 수정 2019.08.15 1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왕안석(王安石)은 두보(杜甫)의 시 중 '주렴 걷자 잠자던 백로가 깨고, 환약을 빚는데 꾀꼬리 우네(鉤簾宿鷺起, 丸藥流鶯囀)'란 구절을 아껴 뜻이 고상하고 묘해 5언시의 모범이 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다가 스스로 '청산에서 이 잡으며 앉아 있다가 꾀꼬리 울음소리에 책 베고 자네(靑山捫虱坐, 黃鳥枕書眠)'란 구절을 얻고는 자신의 시도 두보만 못지않다며 자부했다고 한다. 섭몽득(葉夢得)의 '석림시화(石林詩話)'에 나온다. 방 안 공기가 갑갑해서 주렴을 걷었다. 마당가 방죽에서 외다리로 졸던 백로가 그 소리에 놀라 깨서 저편으로 ..

[531] 취몽환성 (醉夢喚醒)

[정민의 世說新語] [531] 취몽환성 (醉夢喚醒)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8.08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취생몽사(醉生夢死)는 정자(程子)가 ‘염락관민서(濂洛關閩書)’에서 처음 한 말이다. “간사하고 허탄하고 요망하고 괴이한 주장이 앞다투어 일어나 백성의 귀와 눈을 가려 천하를 더럽고 탁한 데로 빠뜨린다. 비록 재주가 높고 지혜가 밝아도 보고 들은 것에 얽매여 취해 살다가 꿈속에서 죽으면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邪誕妖異之說競起, 塗生民之耳目, 溺天下於汚濁. 雖高才明智, 膠於見聞, 醉生夢死, 不自覺也).” 정구(鄭逑·1543~1620)가 '취생몽사탄(醉生夢死嘆)'에서 말했다. "신묘한 변화 잘 알아 참몸을 세워서 바탕을 실천해야 생사가 편안하리. 어찌하여 제멋대로 구는..

[530] 타락수구 (打落水狗)

[정민의 世說新語] [530] 타락수구 (打落水狗)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8.01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루쉰의 산문집 ‘투창과 비수’에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글이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권세를 믿고 날뛰며 횡포를 부리던 악인이 있다. 그런 그가 실족하게 되면 갑자기 대중을 향해 동정을 구걸한다. 상처를 입은 절름발이 시늉을 하며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한다. 그러면 그에게 직접 피해를 보았던 사람들마저도 그를 불쌍히 보며, 정의가 이미 승리했으니 그를 용서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슬그머니 본성을 드러내 온갖 못된 짓을 되풀이한다. 원인은 어디에 있나? 물에 빠진 개를 때려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셈이니, 하늘을 ..

[529] 미견여금 (未見如今)

[정민의 世說新語] [529] 미견여금 (未見如今)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7.25 03:16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대순(李大醇)은 서얼이었지만 경학에 정통했고 예문(禮文)도 많이 알아, 어린이를 가르치는 동몽훈도(童蒙訓導) 노릇을 하며 살았다. 제자 중에 과거에 급제해서 조정에 선 사람이 적지 않았다. 임진왜란 이후 금천(衿川) 땅에 유락해 먹고살 길이 없었다. 한 대신이 딱하게 보아 다시 훈도 노릇을 하게 해주었다. 이대순은 상경해서 남대문 안쪽 길가에 서당을 열었다. 원근에서 배우러 온 자가 많았다. 그의 학습법은 엄격했다. 전날 읽은 것을 못 외우면 종아리를 때렸다. 도착한 순서대로 가르쳤다. 교과과정은 엄격했고, 나이 순서로 앉혔다. 학생들이 성을 내며 대들었다. "아..

[528] 성일역취 (醒日亦醉)

[정민의 世說新語] [528] 성일역취 (醒日亦醉)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7.18 03:10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예전 한 원님이 늘 술에 절어 지냈다. 감사가 인사고과에 이렇게 썼다. ‘술 깬 날도 취해 있다(醒日亦醉).’ 해마다 6월과 12월에 팔도 감사가 산하 고을 원의 성적을 글로 지어 보고하는데, 술로 인한 실정이 유독 많았다. “세금 징수는 공평한데, 술 마시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斛濫雖平, 觴政宜戒).” “잘 다스리길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 술버릇을 어이하리(非不願治, 奈此引滿).” 정약용이 ‘다산필담(茶山筆談)’에서 한 말이다. '상산록(象山錄)'에서는 또 이렇게 썼다. '술을 즐기는 것은 모두 객기다. 세상 사람들이 잘못 알아 맑은 운치로 여긴다. 이..

[527] 거안사위 (居安思危)

[정민의 世說新語] [527] 거안사위 (居安思危)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7.11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이색(李穡·1328~1396)의 ‘진시무서(陳時務書)’ 중 한 대목이다. ‘근래에 왜적 때문에 안팎이 소란스러워 거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편안함에 처하여서도 위태로움을 생각한다면(居安思危) 가득 차더라도 넘치지 않을 것입니다. 환난을 생각하여 미리 막는다면(思患豫防) 어찌 엉킨 문제를 도모하기 어렵겠습니까? 늘상 하던 대로 하다가 하루아침에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장차 무엇으로 이를 대비하겠습니까?’ 이정암(李廷馣·1541~1600)의 '왜변록(倭變錄)'에 실린 서해도 관찰사 조운흘(趙云仡·1332~1404)이 임금에게 올린 글의 첫 대목이다. '무..

[526] 행루오리 (幸漏誤罹)

[정민의 世說新語] [526] 행루오리 (幸漏誤罹)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7.04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1791년 11월 11일, 형조에서 천주교 신자로 검거된 중인(中人) 정의혁과 정인혁, 최인길 등 11명의 죄인을 깨우쳐 잘못을 뉘우치게 했노라는 보고가 올라왔다. 정조가 전교(傳敎)를 내렸다. “중인들은 양반도 아니고 상민도 아닌, 그 중간에 있어 교화시키기가 가장 어렵다. 경들은 이 뜻을 알아 각별히 조사해서 한 사람도 요행으로 누락되거나(幸漏), 잘못 걸려드는(誤罹) 일이 없도록 하라.” 행루오리(幸漏誤罹)는 운 좋게 누락되거나 잘못해서 걸려드는 것을 말한다. 죄를 지었는데 당국자의 태만이나 부주의로 법망을 빠져나가면 걸려든 사람만 억울하다. 아무 잘못 없이 ..

[525] 다행불행 (多倖不幸)

[정민의 世說新語] [525] 다행불행 (多倖不幸)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6.27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위백규(魏伯珪·1727~1798)가 1796년에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를 읽는데 자꾸 지금이 겹쳐 보인다. “백성의 뜻이 안정되지 않음이 오늘날보다 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등급이 무너지고 품은 뜻은 들떠 제멋대로입니다. 망령되이 넘치는 것을 바라고, 흩어져 음일(淫溢)함이 가득합니다. 사양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고, 겸손한 뜻은 자취도 없습니다. 조정에 덕으로 겸양하는 풍조가 없고 보니 관리들은 모두 손을 놓고 있고, 마을에 스스로를 낮추는 풍속이 없는지라 위의 명령을 모두 거스릅니다. 본분을 어기고 윗사람을 범하여 불의가 풍속을 이루고, 함부로 나아가면서..

[524] 신신신야 (信信信也)

[정민의 世說新語] [524] 신신신야 (信信信也)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6.20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믿을 것을 믿는 것이 믿음이고, 의심할 것을 의심하는 것도 믿음이다. 어진이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어짊이고, 못난 자를 천하게 보는 것도 어짊이다. 말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고 침묵하여 바로잡는 것도 앎이다. 이 때문에 침묵을 안다 함은 말할 줄 아는 것과 같다(信信信也, 疑疑亦信也. 貴賢仁也, 賤不肖亦仁也. 言而當知也, 默而當亦知也. 故知默猶知言也).” 순자(荀子) '비십이자편(非十二子篇)'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실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덮어놓고 믿지 않고 살피고 따져보아 믿을 만한 것을 믿는 데서 생긴다. 의심할 만한 일을 덩달아 믿어 부화뇌동하면 뒤에 꼭 후..

[523] 식졸무망 (識拙無妄)

[정민의 世說新語] [523] 식졸무망 (識拙無妄)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6.13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선조 때 박숭원(朴崇元·1532~1593)이 강원도 관찰사가 되었다. 대간(臺諫)들이 그가 오활(迂闊)하고 졸렬하다 하여 교체해야 한다며 탄핵했다. 임금의 대답이 이랬다. “세상 사람들이 온통 교묘한데 숭원이 홀로 졸렬하니 이것이 그에게서 취할 만한 점이다.” 한번은 연석(筵席)에서 대신들의 능하고 못하고에 대해 논하였다. 임금이 말했다. “신식(申湜·1551~1623)은 졸렬하고 허성(許筬·1548~1612)은 고집스럽다.” 신식은 꾸밀 줄 모르고, 허성은 원칙을 지킨다는 칭찬이었다. 신식은 임금께서 알아주심에 감격해서 자신의 호를 용졸재(用拙齋)로 지었다. 졸렬..

[522] 주옹반낭 (酒甕飯囊)

[정민의 世說新語] [522] 주옹반낭 (酒甕飯囊)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9.06.06 03:1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최치원(崔致遠)이 양양(襄陽)의 이상공(李相公)에게 올린 글에서 자신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주옹반낭(酒甕飯囊)의 꾸짖음을 피할 길 없고, 행시주육(行尸走肉)의 비웃음을 면할 수가 없다(酒甕飯囊 莫逃稱誚 行屍走肉 豈逭任嗤).” 주옹반낭과 행시주육은 고사가 있다. 주옹반낭은 후한(後漢) 때 예형(禰衡)이 "순욱은 그래도 억지로라도 함께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나무 인형이나 흙 인형이어서 사람 같기는 한데 사람 같은 기운이 없으니 모두 술독이나 밥통일 뿐이다(荀彧猶强可與語 過此以往 皆木梗泥偶 似人而無人氣 皆酒甕飯囊耳)"라 한 데서 나왔다. '포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