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 한 필 모시 한 필 속에는 서해바다 들고 나는 바람이 금강을 타고 오르는 여름이 있다 키만큼 자란 모시풀을 베고 삼 개월을 지나는 동안 아홉 번의 끈질긴 손길을 주고받는 아낙네들의 거친 숨소리가 베틀에 얽히는 것을 슬그머니 두레의 따스한 마음도 따라 얹힌다 모시 한 필 속에는 서천의 나지막한 순한 하늘이 숨어 있고 우리네 어머니의 감춰진 눈물과 땀방울이 하얗게 물들어 있다 구름 한 조각보다 가볍고 바람 한 줄보다 팽팽한 세모시 한 필 어머니가 내게 남겨준 묵언의 편지 곱디고와 아직도 펼쳐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