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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가장슬픈노래

모시 한 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1. 12. 14:43

모시 한 필

 

모시 한 필 속에는
서해바다 들고 나는 바람이
금강을 타고 오르는 여름이 있다

 

키만큼 자란 모시풀을 베고
삼 개월을 지나는 동안
아홉 번의 끈질긴 손길을 주고받는
아낙네들의 거친 숨소리가
베틀에 얽히는 것을
슬그머니 두레의 따스한 마음도
따라 얹힌다
모시 한 필 속에는
서천의 나지막한
순한 하늘이 숨어 있고
우리네 어머니의 감춰진 눈물과 땀방울이
하얗게 물들어 있다

 

구름 한 조각보다 가볍고
바람 한 줄보다 팽팽한
세모시 한 필
어머니가 내게 남겨준
묵언의 편지
곱디고와
아직도 펼쳐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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