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의 노래 1 백년 후면 넉넉하게 닿을 수 있겠다 망각보다 늦게 당도한 세월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 끝에 빅뱅 이전으로 돌아간 심장을 애도하는 동안 수화로 들어야 하는 노래가 있다 떨쳐내지 못하는 전생의 피 증발되지 않는 살의 향기로 꽃핀 악보 사막이란 말은 그렇게 태어났던 것이다 오동나무 한 그루가 사막을 키우고 있다 사막을 건너가는 꿈이 넉잠을 자는 동안 바람은 고치에서 풀려나오며 오동나무에 날개를 달았다 짧은 생은 촘촘한 기억의 나이테로 현을 묶고 백년쯤 지난 발자국으로 술대를 젓는 늦가을을 기다리는가 아, 거문고의 긴 날숨이 텅 빈 오동나무의 가슴을 베고 아, 거문고의 깊은 들숨이 나비가 되지 못한 음을 짚어낼 때 나는 다만 첫발을 딛는 꽃잎의 발자국 소리를 사막에 담을 뿐 수화로 그 노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