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양해원의 말글 탐험

'過半'을 넘으면 얼마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1. 4. 09:31

[양해원의 말글 탐험]

'過半'을 넘으면 얼마지?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6.09.22 03:09
 
 
 
 
 

들썩이는 일본 탓에 우리나라 지진이 잦아졌을까. 한 해 걸러 한 번꼴로 난다는 '파괴적 지진' 얘기가 아니다. 일본 의회 개헌(改憲) 세력이 3분의 2를 넘겼다. 유권자도 두 달 만에 찬성파가 더 많아졌다. 개헌 핵심은 전쟁을 치를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 태평양전쟁으로 판 제 무덤을 또 파려는가. 그 야욕(野慾)에 디딤돌을 놓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때로 가 보자.

 

'이날 열린 참의원(총 242석) 선거에서 자민당이 118석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개표가 진행 중인 11일 0시 30분 현재 상황이다. 과반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과반(過半)은 절반이 넘는다는 뜻이니 여기서는 딱 121석이 아니라 122~242석에 해당한다. 그런데 특정 수치가 대상이라야 어울리는 육박(肉薄)과 함께 쓰는 바람에 알쏭달쏭해졌다. '절반에 육박'이나 '최소(最少) 과반에 육박'이 옳다.

 

이 과반은 툭하면 겹말을 데리고 다닌다. '상반기 한국 영화 점유율(46.3%)은 과반을 넘지 못했다.' 그냥 '절반을 넘지 못했다'거나 '과반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면 될 것을….

 

'남짓'을 뜻하는 접미사 '여(餘)'도 아리송한 표현에는 선수다. '약 한 달의 프로젝트 공모에 370여 건 이상 지원서가 접수됐다.' '그 소설에는 더블린의 다양한 장소가 강물처럼 흐른다. 분량도 무려 1300여 쪽이 넘는다.' 넘는다, 이상(以上)이다 했으면 '여'가 필요 없다. 아니면 넘는다, 이상이다 하지 말든가.

 

다음 문장은 도대체 몇 건을 말할까. '온라인 쇼핑몰에는 키 성장 보조제가 수십만원짜리부터 수백만원짜리까지 수십여 건 뜬다.' 수십 자체가 불특정인데 '여'까지 붙였으니, 답이 없다. 글쓰기 교과서라던 신문 모습이 아련하다.

 

 

심지어 '남짓'이 아닌데 '여'를 붙이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28일 고병원성 AI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가 한 달여 뒤인 3월 23일 ~ 지위를 잃었다.' 한 달이 채 안 되므로 '근(近)/약(約)/거의 한 달 뒤'라야 말이 된다. 이렇게 무심코 쓰는 비문(非文)이 우리말을 금 가게 한다.

 

옆집은 군국(軍國) 망령에, 윗집은 핵(核) 도박에 홀렸다. 단단히 정신 차려야 한다. 말과 글에 다 나타나는데, 허투루 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