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6배가 늘었다'와 '6배로 늘었다'
"언론은 거짓말쟁이." 진실을 목숨처럼 여기는데 웬 애꿎은 소리냐고? 그럼 한번 해보자, 기사 속 숨은 거짓말 찾기.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학생 3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는 총 4212곳(초 2645곳, 중 1166곳, 고 401곳)으로 집계됐다. 2001년(700곳)보다 6배나 늘어났다. 저출산 영향으로 학생 수가 가파르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교육부에서 내놓은 자료를 확인했다. 2645+1166+401=4212. 학교 수 자체도, 계산도 틀림없다. 그런데 2001년 700곳은 학생 300명이 아니라 60명 이하인 학교였다. 소규모 학교 기준이 시기나 지역마다 달라, 설명하자면 복잡해져 생략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럼 6배가 늘었다니 700+700×6=4900 안팎이 돼야 한다. 실제 학교 수는 4212. 차이가 크다. 다시 계산해보자.
늘어난 학교 수가 4212-700= 3512. 3512는 700의 5배(3500)에 12를 더한 값. 그렇다면 6배가 아니라 5배 남짓이 는 것이다. 10에서 60이 됐다면 50이 늘었으니 5배가 늘었다고 해야 하는데 '6배가' 늘었다고 한 셈이다. '6배로' 늘었다 했으면 문제없었을 텐데. 수치(數値)가 나오는 기사는 흔히 이런 잘못된 셈법을 쓴다. 하필 따분한 숫자 얘기를 하는 까닭이다.
'보험개발원이 2014년 수입차와 국산차 1대당 평균 수리비를 조사한 결과 외제차 부품 값은 198만4000원으로 국산차 43만1000원의 4.6배에 달했다. 수입차 공임 역시 49만1000원으로 국산차 24만3000원에 비해 2배나 비쌌다.' 부품값 4.6배는 옳다. 그런데 공임(工賃) 49만1000원은 한눈에 봐도 24만3000원의 2배가 살짝 넘을 뿐이다. 2배가 아니라 그냥 배(倍·갑절)가 비싼 셈. 바꿔 말하면 100%가 비싼데 200%가 비싸다 한 것이다.
이런 표현도 있다. '이 도로 신설로 출퇴근 시간이 2배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2배 이상이 줄어든다면, 걸리는 시간은 무조건 마이너스가 된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시간 여행이 정말 있는 걸까. 시간이 2분의 1 이하로 줄어든다는 뜻이겠지.
혹시 이 모두가, 부풀리기 좋아하는 세태(世態)와 그러려니 하는 무신경이 빚어낸 거짓말 아닌 거짓말 아닐까. 이래저래 늘 사람이 문제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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