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0] 가을밤에 떠오르는 것들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9.26. 00:02 첫사랑이여등롱에 다가가는얼굴과 얼굴初(はつ)恋(こい)や燈(とう)籠(ろう)によする顔(かお)と顔(かお)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마음이 잘 익은 단감처럼 몰랑몰랑해지는 계절이다. 문득 목덜미로 훅 불어 드는 찬 바람에도 그리움에 사무치고, 어두운 수풀 뒤에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에 잊었던 추억들이 떠오르며, 가로등 불빛 아래 느릿느릿 걷는 고양이의 뒤태가 사랑스러워 달려가 껴안아 주고 싶은 걸 꾹 참는다. 유독 지난여름의 아스팔트가 잘 달구어진 뚝배기처럼 극심하게 뜨거웠기 때문일까. 잔혹한 더위를 다 같이 이겨낸 인간, 벌레, 개, 고양이, 새가 모두 동지처럼 애틋하다.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