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5/01 82

[20] 가을밤에 떠오르는 것들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0] 가을밤에 떠오르는 것들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9.26. 00:02  첫사랑이여등롱에 다가가는얼굴과 얼굴初(はつ)恋(こい)や燈(とう)籠(ろう)によする顔(かお)と顔(かお)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마음이 잘 익은 단감처럼 몰랑몰랑해지는 계절이다. 문득 목덜미로 훅 불어 드는 찬 바람에도 그리움에 사무치고, 어두운 수풀 뒤에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에 잊었던 추억들이 떠오르며, 가로등 불빛 아래 느릿느릿 걷는 고양이의 뒤태가 사랑스러워 달려가 껴안아 주고 싶은 걸 꾹 참는다. 유독 지난여름의 아스팔트가 잘 달구어진 뚝배기처럼 극심하게 뜨거웠기 때문일까. 잔혹한 더위를 다 같이 이겨낸 인간, 벌레, 개, 고양이, 새가 모두 동지처럼 애틋하다. 오래..

[213] 홍진벽산(紅塵碧山)

[정민의 세설신어] [213] 홍진벽산(紅塵碧山)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6.05. 03:05  조선 시대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삼전도(三田渡)를 건너며 지었다는 시다. "바야흐로 백사장에 있을 적에는, 배 위 사람 뒤처질까 염려하다가, 배 위에 올라타 앉고 나서는, 백사장의 사람을 안 기다리네."(方爲沙上人, 恐後船上人. 及爲船上人, 不待沙上人.) 백사장에서는 나룻배가 자기만 떼어놓고 갈까 봐 애가 탔다. 겨우 배에 올라타 앉고 나자, 저만치 달려오는 사람은 눈에 안 보이고 왜 빨리 출발하지 않느냐며 사공을 닦달한다는 것이다.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나온다.발을 동동 구르며 쫓기듯 하루가 간다. 아무 일 없이 가만있으면 불안하다. 금세 뭔 일이 날 것 같고, 나만 뒤처..

병산屛山을 지나며

병산屛山을 지나며   어디서 오는지 묻는 이 없고어디로 가는지 묻는 이 없는인생은 저 푸른 물과 같은 것이다높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어리석음이결국은 먼 길을 돌고 돌아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임을짧은 인생이 뉘우친다쌓아올린 그 키 만큼탑은 속절없이 스러지고낮게 기어가는 강의 등줄기에세월은 잔물결 몇 개를 그리다 만다옛 사람 그러하듯이 나도그 강을 건널 생각 버리고저 편 병산의 바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려니몇 점 구름은 수줍은 듯 흩어지고돌아갈 길을 줍는 황급한 마음이강물에 텀벙거린다병산에 와서 나는 병산을 잊어버리고병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병산 屛山경북 안동시 풍산면 하회 낙동강변의 산, 산허리에 병풍처럼 바위가 띠로 둘러져 있어 병산이라 일컫는다. 서애 유성룡의 위패를 모신 사액서원 ..

영성 대가 “삶은 고통? 신비다”…더러운 2평 감옥서 깨달은 것

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궁궁통통2영성 대가 “삶은 고통? 신비다”…더러운 2평 감옥서 깨달은 것카드 발행 일시2025.01.31백성호의 궁궁통통2세상에 문제 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모두의 삶에는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저는 그 문제로 인해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생각합니다.왜냐고요?문제를 품고서 골똘히궁리하고,궁리하고,또궁리하는 과정을 통해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그게 결국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궁리하고 궁리하면통하고 통합니다.‘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그런 이야기를 담습니다.#궁궁통1중세 때가톨릭 수도원은세속의 때가많이 묻어 있었습니다.귀족의 자녀는수도자가 될 때수도원에상당한 액수의지참금을 냈고,바깥에서 거느리던하인들을 데리고수도원에 들어갔습니다.                ..

근대 이전 최장거리 여행자 이제현

왕명 따라, 왕 구명 위해 3만㎞…중국땅이 좁았다중앙일보 입력 2025.01.31 00:24 업데이트 2025.01.31 02:52근대 이전 최장거리 여행자 이제현이익주 역사학자·서울시립대 교수설날을 구정(舊正)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정부가 양력 1월 1일을 신정(新正)이라고 하고 3일까지 연휴로 지정해서 공휴일도 아닌 음력 설을 고사시키려고 했다. 그때 이중과세(二重過歲) 금지란 말도 나왔다. 해를 두 번 보내지 말라는, 즉 설을 두 번 쇠지 말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음력 설 사랑을 막지 못했다. 결국 구정이 ‘민속의 날’이란 어정쩡한 이름으로 공휴일이 되더니 1989년부터는 ‘설날’ 이름을 되찾고 사흘 연휴가 되었다. 대신 신정 연휴는 점차 없어져 신·구정 싸움은 후자의 승리로 끝이 ..

문화평론 2025.01.31

아모르 데이? 아모르 파티! 니체가 ‘신을 죽인’ 진짜 이유

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궁궁통통2아모르 데이? 아모르 파티! 니체가 ‘신을 죽인’ 진짜 이유카드 발행 일시2025.01.24에디터백성호백성호의 궁궁통통2#궁궁통1“신은 죽었다!”독일 철학자니체(1844~1900)는이렇게 외쳤습니다.니체가 사랑했던 여인 루 살로메와 함께 있다. 루 살로메는 시인 릴케와 프로이트 등과도 염문을 뿌렸다. 중앙포토니체의할아버지와 아버지는루터교 목사였습니다.게다가어머니는목사의 딸이었습니다.그러니니체는 철저하게기독교의 울타리에서성장한 셈입니다.그런 니체가왜“신은 죽었다!”라고도발적인 선언을했을까요.거기에는이유가 있습니다.서양의 중세는한마디로‘신(神)의 시대’였습니다.인간의모든 삶이신에게맞춰져 있었습니다.다시 말해신에 대한 사랑이인간의 삶을 지배하던시대였습니다.그런 시대의끝자락에서스피..

카테고리 없음 2025.01.24

[나무편지] 새해 큰 복 많이 받으세요.

[나무편지] 새해 큰 복 많이 받으세요.  ★ 1,271번째 《나무편지》 ★   다음 《나무편지》에는 어떤 나무를 담아야 하나 궁리하다 보니, 내일부터는 고향 가시느라 모두 분주하시겠네요. 날짜 지나는 걸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겁니다. 규칙적인 직장 생활에서 벗어난 지 이십칠 년쯤 되고 보니, 휴일 감각은 물론이고, 심지어 요일 감각까지 다 떨어졌습니다. 함께 살던 자식들도 떨어져나간 뒤에는 더 그렇네요.   새해에는 무슨 일들이 생길까요. 요즘 사정으로 봐서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좀더 아름답고 여유로운 좋은 날이 더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바삐 오가실 설 귀성 길, 모두 평안하고 풍성한 마음으로 잘 다녀오세요. 가야할 곳도, 오라는 곳도 없이 보내야 할 긴 설 연휴, 잘 쉬고 새 달 들어서면서 다..

굴업도 똥밭에 충격 먹었다…“똥삽 들라” 산 선생님 외침

굴업도 똥밭에 충격 먹었다…“똥삽 들라” 산 선생님 외침카드 발행 일시2024.09.10에디터김영주 “산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가져오기만 하면 LNT(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를 실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사람의 90%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요즘 한라산 정상에 올라 컵라면 먹는 게 유행이던데, 라면 먹고 나서 국물 한두 방울 남으면 별생각 없이 버리잖아요. 근데 미량의 나트륨이 식물을 말라 죽게 하고, 동식물에 피해를 줍니다.”  한국 아웃도어 활동가 중 ‘LNT 1세대’인 김영식(61)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장이 말했다.김영식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장이 충주호 종댕이길을 걷고 있다. 사진 김영주 기자“산에..

카테고리 없음 2025.01.24

훔쳐온 쓰시마 불상, 13년 만에 일본에 돌려준다

훔쳐온 쓰시마 불상, 13년 만에 일본에 돌려준다쓰시마 불상, 오늘 간논지에 소유권 인도서산 부석사서 100일간 일반 공개 후5월 중 일본으로 실물 이송할 예정허윤희 기자입력 2025.01.24. 00:51업데이트 2025.01.24. 07:53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 간논지에서 훔쳐온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오른쪽). 높이 50.5cm. 24일 간논지에 소유권을 인도하고 서산 부석사로 옮겨 100일간 일반에 공개한 후 5월 중 일본에 이송할 예정이다. 당시 절도단이 훔쳐온 또다른 불상인 동조여래입상(왼쪽)은 2015년 7월 가이진 신사로 돌려줬다. /신현종 기자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섬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

카테고리 없음 2025.01.24

쇄국 나선 사절단 태세 급변, 서양 문물 챙겨 귀국

쇄국 나선 사절단 태세 급변, 서양 문물 챙겨 귀국중앙일보 입력 2025.01.24 00:18스핑크스의 사무라이들윤상인 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았지만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과거사 문제의 매듭도 양보할 수 없지만 상대를 더 잘 아는 일도 중요합니다. 일본의 근대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남긴 여행기와 일기, 문학작품을 통해 ‘현대 일본의 기원’인 일본 근대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살피는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우등생의 빛과 그늘서양 제국주의가 기세를 떨치던 19세기 후반의 시점에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서양 대포의 위력에 굴복하여 국토의 전부 혹은 일부를 식민지로 내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궁금해한다. 왜 일본만이 식민지가 안 되..

문화평론 2025.01.24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

[카페 2030]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이영관 기자입력 2025.01.23. 23:58업데이트 2025.01.24. 11:22  그 어떤 시사 고발 프로그램보다 활발하게 제보가 들어오는 곳이 있다. 바로 연애 예능 프로그램. 얼마 전 ‘나는 솔로’에선 한 여성 출연자가 첫 방송 이후 화면에서 자취를 감췄다. 과거 조건 만남을 빙자해 절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나오자, 제작진이 사과하고 그를 통편집한 것이다. 논란은 곧 잦아들었지만, 두 달 뒤인 이달 초엔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이번엔 직업. 모 대기업에 근무한다고 밝힌 출연자가 ‘정규직이 아닌 비서’라는 의혹이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며 “직업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시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

카페 공간의 경제학...美 스타벅스, 왜 '공짜 손님' 쫓아내나

카페 공간의 경제학...美 스타벅스, 왜 '공짜 손님' 쫓아내나[WEEKLY BIZ] 스타벅스는 사무실, 회의실 역할도...근처에 창업도 느는 효과조성호 기자입력 2025.01.23. 18:18업데이트 2025.01.23. 18:21   0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지난 14일 뉴욕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이들이 커피 주문은 하지 않은 채 콘센트에 자신의 전자 제품을 충전하며 앉아 있는 모습. 이들 옆에는 미국 노숙자들이 주로 끌고 다니는 손수레가 놓여 있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공짜 손님이라도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했으나 오는 27일부터 해당 정책을 철회하기로 했다./사진=게티이미지 미..

절제하지 못하는 사회의 끝은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절제하지 못하는 사회의 끝은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입력 2025.01.24. 00:02   일러스트=이철원이런 신화가 있다. 신들의 왕 제우스가 하늘에서 인간 사회를 내려다보니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서로 죽고 죽이느라 사회가 늘 파탄 나고 종국에는 소멸되어 남아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인간 사회를 구할 방도를 고민하다 전령사 에르메스를 시켜 두 선물을 내려보낸다. 하나는 ‘염치’를 뜻하는 ‘아이도스’, 또 하나는 ‘정의’를 뜻하는 ‘디케’다. 또 모든 인간에게 동물과 다른 특별한 기술을 부여하는데, 그게 ‘정치적 기술(arete politike)’인 ‘말(言)’이다.세상은 대체로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자, 재능이 있는 자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