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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병산屛山을 지나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1. 31. 16:57

병산屛山을 지나며

 

 

어디서 오는지 묻는 이 없고

어디로 가는지 묻는 이 없는

인생은 저 푸른 물과 같은 것이다

높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어리석음이

결국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임을

짧은 인생이 뉘우친다

쌓아올린 그 키 만큼

탑은 속절없이 스러지고

낮게 기어가는 강의 등줄기에

세월은 잔물결 몇 개를 그리다 만다

옛 사람 그러하듯이 나도

그 강을 건널 생각 버리고

저 편 병산의 바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려니

몇 점 구름은 수줍은 듯 흩어지고

돌아갈 길을 줍는 황급한 마음이

강물에 텀벙거린다

병산에 와서 나는 병산을 잊어버리고

병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병산 屛山

경북 안동시 풍산면 하회 낙동강변의 산, 산허리에 병풍처럼 바위가 띠로 둘러져 있어 병산이라 일컫는다. 서애 유성룡의 위패를 모신 사액서원 병산서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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