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屛山을 지나며
어디서 오는지 묻는 이 없고
어디로 가는지 묻는 이 없는
인생은 저 푸른 물과 같은 것이다
높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어리석음이
결국은 먼 길을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임을
짧은 인생이 뉘우친다
쌓아올린 그 키 만큼
탑은 속절없이 스러지고
낮게 기어가는 강의 등줄기에
세월은 잔물결 몇 개를 그리다 만다
옛 사람 그러하듯이 나도
그 강을 건널 생각 버리고
저 편 병산의 바위를 물끄러미 쳐다보려니
몇 점 구름은 수줍은 듯 흩어지고
돌아갈 길을 줍는 황급한 마음이
강물에 텀벙거린다
병산에 와서 나는 병산을 잊어버리고
병산이 어디에 있느냐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병산 屛山
경북 안동시 풍산면 하회 낙동강변의 산, 산허리에 병풍처럼 바위가 띠로 둘러져 있어 병산이라 일컫는다. 서애 유성룡의 위패를 모신 사액서원 병산서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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