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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공간의 경제학...美 스타벅스, 왜 '공짜 손님' 쫓아내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1. 24. 14:31

카페 공간의 경제학...美 스타벅스, 왜 '공짜 손님' 쫓아내나

[WEEKLY BIZ] 스타벅스는 사무실, 회의실 역할도...근처에 창업도 느는 효과

입력 2025.01.23. 18:18업데이트 2025.01.2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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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뉴욕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이들이 커피 주문은 하지 않은 채 콘센트에 자신의 전자 제품을 충전하며 앉아 있는 모습. 이들 옆에는 미국 노숙자들이 주로 끌고 다니는 손수레가 놓여 있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공짜 손님이라도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도입했으나 오는 27일부터 해당 정책을 철회하기로 했다./사진=게티이미지

 

미국 스타벅스가 오는 27일부터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손님은 매장에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전했다. 기존엔 음료 구매와 상관없이 누구나 의자에 앉아 쉬거나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했는데, 이 같은 정책을 7년 만에 바꾼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공짜 손님 내쫓다니 야박해졌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에선 상황이 좀 다른 편이다. 부랑자나 마약 하는 사람까지 음료도 안 시키고 스타벅스를 마구 찾아 소란스럽게 되자, ‘매장을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하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의 의중에 따라 정책 변경이 이뤄졌다는 게 WSJ 보도다.

커피숍을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국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제3의 공간’으로의 입지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해석한다. 제3의 공간이란 집이나 직장이 아닌 곳을 말하는 용어다. WEEKLY BIZ가 커피숍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 분석해봤다.

◇”안 사먹을 거면 들어오지 마세요”

제3의 공간이란 구체적으로 집이나 일터 또는 학교도 아니지만 편안하고 즐거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을 뜻한다. 1980년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대표적인 제3의 공간은 영국식 펍이었다. 그러다가 스타벅스가 그 바통을 이어받는다. 스타벅스가 커피값은 다소 비싸게 받아도 주인의 눈치 안 보고 편하게 휴식과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면서다.

스타벅스의 이런 위상이 조금씩 무너진 건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었다.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되자 스타벅스는 일부 매장의 좌석을 폐쇄하거나 의자를 치워버렸다.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손님이 늘면서 앉아서 휴식을 하는 수요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이런 움직임을 부추겼을 뿐 더 결정적인 계기는 무료 개방에 있었다.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음료 등의 주문과 상관없이 누구나 좌석이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당시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매니저가 화장실 이용을 문의하는 흑인 고객 2명을 경찰에 신고했고, 인종차별 논란과 항의 시위가 발발한 게 계기였다.

문제는 이런 ‘공짜 손님’이 몰려들자 정작 커피를 사 마시는 사람들이 앉을 공간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매장에 앉아서 마약을 복용하거나 직원을 위협하는 부랑자도 급증하며 2022년엔 이런 안전 문제가 반복되는 매장 16개를 폐쇄하기에 이른다.

스타벅스가 매장 내 괴롭힘, 폭력, 위협적 언행, 외부 주류 반입, 흡연, 구걸을 금지한다는 바리스타 행동강령을 이번에 내리게 된 계기다. 스타벅스 직원은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주문 없이 머무르는 고객을 내쫓도록 교육을 받게 된다.

 

스타벅스는 대신 떠나간 고객을 잡기 위한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두유, 오트밀크, 코코넛밀크 등 우유 대체품에 대한 추가 비용을 받지 않기 시작했고, 이달 말부터는 음료를 구매한 고객에겐 핫(Hot)·아이스(Ice) 커피를 무료로 리필 제공할 예정이다.

◇스타벅스 근처에선 창업도 늘어

스타벅스가 제3의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해낸다면 단순히 스타벅스란 커피 회사의 이미지 개선과 매출 상승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 순기능까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스타벅스가 지역 사회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면서 소통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스타벅스를 사무실이나 회의실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스타벅스가 있는 지역의 창업 활동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호르헤 구즈만 컬럼비아대 교수 연구팀이 미국국립경제연구소에 게재한 ‘제3의 장소와 기업가 정신: 스타벅스로부터의 증거’라는 논문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간 지역과 스타벅스 입점을 거부한 지역의 창업 활동을 비교한 결과 7년 동안 매년 적게는 2.9건에서 많게는 5.7건의 신규 창업 건수 차이가 나타났다.

이런 효과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많아 상대적으로 스타벅스가 들어가기 꺼려 하는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전 NBA(미 프로농구) 선수 매직존슨은 스타벅스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만들어 할렘 등 낙후 지역에 스타벅스를 입점하는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런 지역에서 매년 평균 4.3건의 신규 창업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기업가들은 회사를 시작할 때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구체화하며, 잠재적인 위협을 파악하고, 자금 제공자나 법적 장애물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는다”며 “(이 같은 필요성을 감안해) 스타벅스는 커피숍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사교적 환경을 제공하는 모델에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좌석을 두고 오래 앉아 있게 하는 스타벅스가 이런 효과를 누리는 것은 던킨과의 비교에서도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 2위 커피숍인 던킨을 대상으로도 창업 증가 여부를 조사했는데 던킨 근처에선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스타벅스나 던킨처럼 전국구 브랜드는 아니지만 스타벅스처럼 제3의 공간을 표방하는 카리부커피는 스타벅스처럼 창업 증진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즈만 교수는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스타벅스의 입점 효과는 단순히 핫플레이스의 입점과는 달리 스타트업부터 미용실, 배관 사업까지 모든 종류의 업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타벅스 입점을 막은 곳과의 비교분석을 해보면 ‘여기에 스타벅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