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타인의 슬픔 2008

낙엽에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3. 10. 00:35

낙엽에게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있는 바람, 상처, 꽃의 전생
그 무수한 흔들림으로부터 떨어지는,
허공을 밟고 내려오는 발자국은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 발효되어 갈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슬픔은 없다, 오직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지는 시간이 외로울 뿐
슬픔은 술이 되기 위하여 오래 직립한다
뿌리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취기가 없다면
나무는 온전히 이 세상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무의 눈물이 아니다
너는 우화를 꿈꾼 나무의 슬픈 날개이다
 

'타인의 슬픔 20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기도 / 나호열  (0) 2012.03.20
거룩한 손   (0) 2012.03.19
밤길   (0) 2012.03.08
삼부연 폭포   (0) 2012.03.07
장성 지날 때  (0) 201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