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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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

백지 백지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백지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뿐이다 네가 외로워서 술을 마실 때 나는 외로움에 취한다 백지에 떨어지는 눈물 한 장의 백지에는 백지의 전생이 숨어 있다 숲과 짐승들의 발자국 눈 내리던 하늘과 건너지 못하는 강이 흐른다 네가 외로워하는 것은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만 네 옆에 내가 갈 수 없음이 외로움이다 그러므로 나는 숲에다 편지를 쓴다 길에다 하염없는 발자국에다 편지를 쓴다 백지에는 아무 것도 없다 눈만 내려 쌓인다

ㅁ 봄 -나호열 어쩔 수 없다 눌러도 눌러도 돋아오르는 휘영청 수양버들의 저 연둣빛 회초리 바람 맞은 자리마다 까르르 웃음소리 (감상) 어디선가 봄이 오는 소리,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금세 온다고 하지 않던가 지난 겨울은 참으로 혹독하였다 폭설과 한파로 세상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호숫가를 거닐다보면 연둣빛 버들가지가 새초롬히 흔들흔들 지나는 사람에게 빙긋 미소를 보내는 듯하다. 낭창낭창한 버들의 유혹에 잠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어디선가 휘파람소리 버들피리 소리도 들리듯한 환상에 빠진다. 휘영청, 희미한 낮달도 그 유연한 버들가지의 춤에 발을 삐어 절뚝거리며 호숫가를 배회하는 듯한 착각에도 빠진다. 휘영청, 시인도 그 풍경에 동화되어 휘휘낭창 품속에 있던 하모니카도 입술에 물고 봄처녀..

대한민국 새벽에 무슨 일이

푸시업 130번 80대, 오늘도 허탕 60대, 눈 탓 눈 못 붙인 50대…대한민국 새벽에 무슨 일이 중앙선데이 입력 2023.12.30 01:30 업데이트 2023.12.30 22:49 업데이 김홍준 기자 신수민 기자 원동욱 기자 구독 SPECIAL REPORT 지난 25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차량 기지에서 차만석씨가 헤드라이트를 조정하며 제설 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 화이트크리스마스였습니다. 차만석(59)씨는 제설 차량(개인 소유)에 올랐습니다. 그는 고양시청 제설 하청을 받은 회사의 직원입니다. 시동을 켜고, 헤드라이트 각도를 조정했습니다. 삼날(제설 차량 앞에 달려 눈을 도로 가장자리로 미는 장치)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했습니다. 그는 지난밤 11시부터 5시간째 ‘대기 중’이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1.22

동화작가 이금이, '아동문학 노벨상' 안데르센상 최종후보

동화작가 이금이, '아동문학 노벨상' 안데르센상 최종후보 중앙일보 입력 2024.01.22 16:11 김지혜 기자 구독 동화작가 이금이. 사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KBBY) 이금이(62) 동화작가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HCAA) 최종후보에 올랐다. 22일 아동문학계에 따르면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최근 발표한 올해의 안데르센상 글 부문 최종후보 6명에 이 작가가 포함됐다. 이 작가와 함께 최종후보에 오른 인물은 마리나 콜로산티(브라질), 하인츠 야니쉬(오스트리아), 바르트 뫼예르트(벨기에), 티모 파벨라(핀란드), 에드바르드 반데 벤델(네덜란드) 등이다. 안데르센상은 덴마크의 전설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을 기려 1956..

[74] 시계추를 쳐다보며

[최영미의 어떤 시] [74] 시계추를 쳐다보며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입력 2022.06.13. 00:00업데이트 2022.06.13. 02:13 밤이나 낮이나 한결같이 왔다 갔다 (…)언제나 그것만 되풀이하는 시계추의 생활은 얼마나 심심할꼬 가는가 하면 오고 오는가 하면 가서 언제나 그 자리언만 긴장한 표정으로 평생을 쉬지 않고 하닥하닥 걸음만 걷고있는 시계추의 생활을 나는 나는 비웃을 자격이 있을까 나 역시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닌 그저 그 세월 안에서 세월이 간다고 간다고 감각되어 과거니 현재니 구별을 해가면서 날마다 날마다 늙어가는 인생이 아닌가 늙고는 죽고, 죽고는 나고, 나고는 또 늙는 영원한 길손여객이 아니런가 -김일엽(金一葉·1896~1971) 그림=이철원 벽시계를 보며 이런 상념을..

공부할 시 2024.01.22

조용히 꿈틀거리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숲

[나무편지] 조용히 꿈틀거리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겨울 숲 ★ 1,215번째 《나무편지》 ★ 바닷가 겨울 숲에 다녀왔습니다. 천리포수목원입니다. 겨울 숲은 언제라도 평안합니다. 월든의 헨리 데이빗 소로가 겨울 숲을 좋아한 건 무성했던 잎 내려놓고, 솔직하게 드러낸 나무의 속내를 그대로 오래 바라볼 수 있는 때문이었지만, 천리포수목원의 겨울 숲이 좋은 건 무엇보다 한적하다는 겁니다. 이곳을 처음 찾았던 26년 전만 하더라도,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던 때여서, 언제라도 한적했습니다만, 요즘은 그때만큼 한가로운 날은 전혀 없습니다. 고작해야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뜸한 이 계절이 그나마 한적하다 할 수 있습니다. 빈곤퇴치를 비롯해 집 없는 이들을 위한 노숙인 지원단체를 설립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제 4 강 의식과 무의식

제 4 강 의식과 무의식 프로이드 Sigmund Freud 1856 – 1939 Ⅰ. 무의식 無意識 1. 무의식은 심리학에서 개인의 의식 밖에 있는 생각, 욕구, 기억 등을 말한다. 2. 무의식의 발견자 프로이드 Sigmund Freud 1856 – 1939 인류는 이제까지 세 번에 걸친 커다란 통사痛事를 경험해 왔다 먼저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우주에 대한 지구 중심의 꿈이 여지없이 깨져 버렸고, 다음으로는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진화했을 뿐이라는 다윈의 주장은 신의 아들이라는 인간의 자존심을, 그 환상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프로이드는 인간은 스스로 자아를 통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의식’에 의해 철저히 지배당하고 있는 가엾은 동물에 지나지 않음을 밝혀냄으로써 인류에 세 번째 통사를 ..

경남 거창 수승대

수승대 물길에 ‘근심’ 비우고 정자선 ‘허기진 마음’ 채운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문화일보 입력 2024-01-18 09:12 업데이트 2024-01-18 14:46 에메랄드 보석을 떠올리게 하는 수승대 아래 구연소(龜淵沼)의 물색. 물가의 정자는 거창 신씨 가문의 정자 ‘요수정(樂水亭)’이다. 요수란 이름은 논어의 ‘지자요수(知者樂水)’에서 따온 것이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겨울 풍경·전통·맛집 ‘3박자’ 어우러진 경남 거창 퇴계가 바꿔준 이름 ‘수승대’ 詩文·이름들 빈틈없이 빼곡 강물은 바닥 보일 만큼 투명 신권이 지은 정자‘요수정’엔 마루 중간 방 한 칸 지어넣어 장작 불 때워 몸 녹이는 공간 ‘블루리본’ 받은 식당만 9곳 근사한 정자가 카페로 변신 오일장엔 가성비 순댓국골목 양식 진료실에 한..

8146번 버스

청소부·경비원… 3시 50분, 8146번 버스가 새벽을 깨우며 달린다 출발 15분 앞당긴 8146번 첫차 직접 타보니 구아모 기자 김보경 기자 입력 2024.01.20. 03:00업데이트 2024.01.20. 07:27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강남구 논현동까지 운행하는 ‘8146번’ 버스는 매일 새벽 3시 50분에 첫차가 출발한다. 서울에서 가장 일찍 움직이는 출근 버스다. 5분 간격으로 3대가 출발하는데, 손님들은 이 3대를 묶어 ‘첫차’라고 부른다. 손님은 서울 강남 빌딩에서 청소부나 경비원으로 일하는 50~60대가 많다. 이른 시간이지만 자리가 없어 강남까지 1시간 20분쯤 선 채로 가기도 한다. 그래픽=백형선 19일 오전 3시 50분 상계동 차고지에서 출발을 준비 중인 8146번 버스에 승객이 하..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take / 김유수 쓰레기를 줍는다 나는 쓰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그것이 나를 쓰레기라 불렀다 쓰레기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추운 거리를 그것이 배회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그것의 입 속은 차갑다 지나가는 그것의 입술은 아름다웠다 지나가는 그것의 코트가 차갑다 쓰레기와의 동일시는 어떻게 줍는 것일까 너는 왜 나처럼 쓰레기를 줍지 않을까 어떤 부부가 예쁜 쓰레기를 주워 간다 어떤 직장인이 따분한 쓰레기를 주워 간다 어떤 시인이 터무니없는 쓰레기를 주워 간다 그러한 쓰레기의 용도는 내가 입을 수 없는 옷이었다 지나가는 그것이 코를 틀어막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이 눈을 질끈 감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이 옷을 건네주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을 코트로 덮어버렸다 지나가는 그것이 무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