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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 22. 16:36

ㅁ 봄
-나호열

어쩔 수 없다
눌러도 눌러도 돋아오르는
휘영청
수양버들의 저 연둣빛 회초리
바람 맞은 자리마다
까르르
웃음소리

(감상)
어디선가 봄이 오는 소리,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금세 온다고 하지 않던가
지난 겨울은 참으로 혹독하였다
폭설과 한파로 세상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호숫가를 거닐다보면
연둣빛 버들가지가 새초롬히 흔들흔들 지나는 사람에게 빙긋 미소를 보내는 듯하다.

낭창낭창한 버들의 유혹에 잠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어디선가 휘파람소리 버들피리 소리도 들리듯한 환상에 빠진다.

휘영청,
희미한 낮달도 그 유연한 버들가지의 춤에 발을 삐어 절뚝거리며 호숫가를 배회하는 듯한 착각에도 빠진다.

휘영청,
시인도 그 풍경에 동화되어 휘휘낭창 품속에 있던 하모니카도
입술에 물고 봄처녀를 부르고야 말 것이다.

수양버들은 봄을 불러내는 전령사가 분명하리라.
저 회초리,
바람에 멍든 상처마다 연둣빛 버들강아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풍길에 나섰다.
까르르 깔깔 웃음소리, 이곳 저곳에서 물밀듯한 봄날의 팡파르, 벌써 가슴이 방망이질이다. 혹독하게 덴 상처마다 황홀한 꽃이 되어 생명을 노래하리라.

우리 삼촌들 할머니들은 봄날이면 버들가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만들어주시곤 하였다.
삐이 삐ㅡ 고뿔도 열병도 다 멎게 만드는 신통한 버들피리,
그 나무 속에는 감기를 치유하는 효능이 있는 줄 어찌 아셨을까.
아스피린도 알고보면 버들가지 추출액으로 만든 약품이 아니던가.
이미 우리네 조상들은 버들피리로 건강하고 신나는 새봄맞이를 준비하셨던 걸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휘영청'은, 이 시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화룡점정이 아닐까?

ㅡ나병춘

#나호열 시편
#힐링시편
#문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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