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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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백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 22. 16:41

 

백지

 

백지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다

백지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뿐이다

네가 외로워서 술을 마실 때

나는 외로움에 취한다

백지에 떨어지는 눈물

한 장의 백지에는 백지의 전생이 숨어 있다

숲과 짐승들의 발자국

눈 내리던 하늘과 건너지 못하는

강이 흐른다

네가 외로워하는 것은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만

네 옆에 내가 갈 수 없음이 외로움이다

그러므로 나는 숲에다 편지를 쓴다

길에다 하염없는 발자국에다 편지를 쓴다

백지에는 아무 것도 없다

눈만 내려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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