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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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 모든 순간이 남는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남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4.01.31 00:21 지면보기 원영 스님 청룡암 주지 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은 1월 어느 날! 동안거 중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포살(출가자들의 송계참회의식)에 참여했다. 스님들이 조계사 법당 안에 가득 모였다. 아는 스님, 모르는 스님, 알 듯 말 듯 낯익은 스님들이다. 반갑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한 눈인사를 나누며, 나는 어서 빨리 포살이 시작되기만을 바랐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섞인 날에는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얼굴도 더러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과 혹여 먼 발치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금세 마음이 흔들린다. 이윽고 염불이 시작되었다. 분위기가 엄중하다. 그러나 마음은 혼탁한 기억을 더듬느라 돌아올 줄 모른다. 산란한 마음을 과거에 버..

서울 옥인동에 남은윤덕영의 벽수산장

나라 망하고도 제 버릇 못 고친 매관매직의 흔적[박종인의 ‘흔적’] [아무튼, 주말] 서울 옥인동에 남은 윤덕영의 벽수산장 박종인 기자 입력 2024.01.13. 03:00업데이트 2024.01.13. 10:50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윤덕영의 한옥. 부패한 친일파 윤덕영은 1921년 고종 부태묘 행사 때 참봉 벼슬첩 수백장을 팔아 비웃음을 샀다. /박종인 기자 서울 종로구 옥인동 골목에는 뜬금없는 돌기둥이 있다. 연립주택 사이로 난 도로 양편에 서 있는 육중한 돌기둥이다. 큰길가 ‘송석원 터’라는 표지석 뒤쪽 골목이다. 한쪽 기둥은 온전하고 다른 쪽 기둥은 몸통 없이 기단과 머릿돌만 있다. 그 골목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지번이 옥인동 47-133번지인 한옥이 나온다. 한옥으로 오르는 돌계단이 근사..

유물과의 대화 2024.01.31

과거·미래에 대한 생각 많은 게 문제, 살길은 현재에 있다

과거·미래에 대한 생각 많은 게 문제, 살길은 현재에 있다 [마음을 찾는 사람들]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 김한수 기자 입력 2024.01.31. 03:00업데이트 2024.01.31. 05:59 전현수 박사가 병원 명상실에서 좌선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생각을 줄여야 합니다. 저희 병원에 오시는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 생각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생각이 적은 경우는 못 봤습니다. 생각은 달콤합니다. 그러나 실제가 아니고 과거나 미래로 향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살길은 현재에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67) 박사는 20년 넘게 명상 수행을 하며 정신 치료에 접목하고 있다. 1985년 레지던트 2년 차에 불교를 본격적으로 접한 그는 2003년과 2009년 등 도합 3년간 병원을 닫고 미얀마와 한국..

의자 없는 지하철 보며, 잔인한 ‘의자 뺏기’ 게임을 생각했다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 의자 없는 지하철 보며, 잔인한 ‘의자 뺏기’ 게임을 생각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입력 2024.01.31. 03:00 일러스트=양진경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월 10일 출근 시간부터 지하철 4호선 혼잡도를 줄이고자 ‘의자 없는 열차’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이 사건만큼 ‘의자 앉기 게임’ 모습을 띤 우리 사회를 잘 반영할 만한 일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게임에서는 참여자보다 의자 개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재빠르게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은 탈락한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의자 개수는 계속 줄어들고, 최후까지 의자에 앉는 데 성공한 1인만 승자가 된다. 중소기업뉴스의 2022년 분석에 따르면 서울에는 전국 대기업의 52.1%, 중소기업의 21.4%가 몰려..

美 유명작가, 한국 여행 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네요"

美 유명작가, 한국 여행 뒤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네요" 중앙일보 입력 2024.01.28 14:58 업데이트 2024.01.28 20:49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한영혜 기자 구독 마크 맨슨이 한국을 방문한 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는 영상을 올렸다. 사진 유튜브 캡처 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인플루언서 마크 맨슨이 한국을 방문한 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는 영상을 올려 화제다. 맨슨은 『신경 끄기의 기술』 등 유명 자기계발서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구독자 14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맨슨은 약 24분간 이어지는 영상에서 한국이 경제·문화적으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깊은 우울증과 외로움을 앓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유교 ..

문화평론 2024.01.29

성공회성당에 있는 무덤의 비밀

죽으면 쫓겨났던 서울 사대문 안에 死者를 위한 공간이 있네 [아무튼, 주말] 성공회성당에 있는 무덤의 비밀 박종인 기자 입력 2024.01.20. 03:00 ‘도성 10리 안으로 들어와 무덤을 쓴 자는 사형에 해당하나 감하여 유배를 보낸다.’(‘대전통편’ 형전 금제(禁制) 경성십리내입장자(京城十里內入葬者)) 조선시대 수도 한성에서 사람이 죽으면 사대문 안은 물론 성저십리(城底十里)라고 부르는 성밖 10리까지도 무덤을 만들지 못했다. 거기에 사람을 묻으면 사형에 맞먹는 유배형을 당했다. 그런데 그 엄한 조선 법과 관습에도 불구하고 사대문 안에 무덤이 있는 공간이 있다. 서울 정동에 있는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가톨릭 명동성당이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1층에는 성세례요한성당이 있다. 여기에는 이 성당 건물..

유물과의 대화 2024.01.29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일에서 재미 찾아보자, 깜짝 놀랄 거다"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일에서 재미 찾아보자, 깜짝 놀랄 거다" 중앙일보 입력 2024.01.19 00:17 업데이트 2024.01.19 01:36 업 백성호 기자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구독 백성호의 현문우답구독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지난 12일 경남 양산의 통도사 설법전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宗正) 신년 하례회가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해 종회의원 등 종단의 중책을 맡은 이들 300명이 최고지도자인 종정 성파(性坡) 스님을 찾아와 새해 인사를 드리는 자리였다. 새해 당부를 곁들여 성파 스님은 짧게 법문을 던졌다. “가볍게 뛰어다니는 짐승은/화살에 상처 입을 화가 없지 아니하고/자주 나는 새는/반드시 그물에 걸리는 재앙이 있다.” 〈輕步之獸(경보지수)는 非無傷箭之禍(비무상전지화)요, 數飛之鳥(삭..

붓다를 만나다 2024.01.29

제 5강 사회의 부조리에 대하여

제 5강 사회의 부조리에 대하여 Ⅰ.나는 어떤 삶을 지향하고 있는가? ◆ 참고자료 비트겐슈타인의 가족닮은꼴(family resemblances)이론 비트겐슈타인은 같은 상황을 게임에 적용시켰다. 게임을 보자.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게임이 존재한다. 농구나 축구처럼 공을 가지고 하는 게임부터 시작해서 화투처럼 카드를 가지고 하는 게임, 또 가위바위보처럼 손으로만 하는 게임 등등 여기서 일일이 그 많은 게임의 종류를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이렇게 복잡한 게임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이 많은 게임을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코드나 개념은 절대로 발견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대신에 게임들간의 닮은 점이 연속해서 교집합을 이루면서 그것들이 일정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

삼천포

소박한 삶 속 ‘대박 풍경’ … “이젠 삼천포로 빠지세요” [박경일기자의 여행] 문화일보 입력 2024-01-25 09:16 업데이트 2024-01-29 11:47 풍차 모양의 건물이 서 있는 곳이 삼천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청널공원이다. 공원과 해안도로 사이에는 공원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수직엘리베이터와 스카이브리지를 연결해 만든 ‘청널문화오름’을 설치했다. ■ 박경일기자의 여행 - “속담은 잊어줘요”… 매력 만점 소도시 삼천포 ‘사천8경’꼽히는 실안도로 낙조 바다 보이는 극장 등 낭만 가득 삼천포종합시장 ‘오일장’ 난전 홍콩 뒷골목 연상 이국적 풍경 삼천포 출신 ‘박재삼거리’ 이어 최근 트로트가수 ‘박서진길’도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타고 볼거리 많은 작은 섬 ‘늑도’로 관람차·회전목마 품은 동..

시인 김광섭

시인 김광섭 문화일보 입력 2024-01-29 11:46 김종호 논설고문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로 각별한 우정을 나눈 인물로는, 시인 이산(怡山) 김광섭(1904∼1977)과 화가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4)도 대표적이다. 1960년대 초에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이웃해 살았다. 김환기가 미국 뉴욕에서 외롭게 지내던 시기에는 편지를 통해 교유했다. 1966년 어느 날의 김환기는 편지에서, 김광섭 시집을 내겠다는 출판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며 이렇게 썼다. ‘원색 석판화를 넣어 호화판 시집을 제가 다시 꾸며 보겠어요. 한 권에 3만 원짜리를 내야겠어요. 되도록이면 비싸서 안 팔리는 책을 내고 싶어요. 이런 게 미운 세상에 복수가 될까.’ 김광섭은 시 ‘저녁에’를 잡지 ‘월간중앙..

[48] 빛의 길을 따라가는 순례

[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48] 빛의 길을 따라가는 순례 신수진 한국외대 초빙교수 입력 2023.01.20. 03:00 이정록, NABI / 산티아고 01, 2019. 인간이 사는 동안 품고 가는 질문의 핵심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일 것이다.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슨 사명을 가지고 살다 죽음 뒤엔 어떻게 될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는 게 산 자의 숙명이다. 강아지가 아무리 좋은 친구라 해도 그 삶을 길에 비유하진 않는다. 오직 사람만이 생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순례자인 것이다. 이정록(1971~ )은 성스러운 장소의 특질을 탐구한다. 그것은 지형이거나 공기의 밀도일 수도 있고, 에너지이거나 그냥 느낌일 수도 있다. 작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오랜 시간 인간에게 신성성..

들어가며

들어가며 음식飮食은 문화다. 하나의 음식에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한 것들이 들어가 있다. 그중에는 재료와 시간, 만든 이의 정성이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정제되어 온 다양한 비법이 들어가 있다. 가문에서 내려오는 비전祕傳의 조리법도 있고 현대 과학기술의 정수가 녹아든 조미료도 있다. 또한 음식에는 시간과 공간도 있다. 잔치 음식, 명절 음식, 제사 음식처럼 특정한 때를 상징하는 음식도 있고 지역마다 집안마다 즐겨먹는 음식이 다르듯 공간을 대표하는 음식도 있다. 이러한 음식 여럿이 모여 하나의 상차림에서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과장 좀 보태서 작은 우주와 다름없다. 음식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물건, 또는 마시고 먹는 행위 그 자체를 일컫는다. 음식이라는 단어 속에서 우리는 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