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 모든 순간이 남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4.01.31 00:21 지면보기 원영 스님 청룡암 주지 온 나라가 꽁꽁 얼어붙은 1월 어느 날! 동안거 중에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포살(출가자들의 송계참회의식)에 참여했다. 스님들이 조계사 법당 안에 가득 모였다. 아는 스님, 모르는 스님, 알 듯 말 듯 낯익은 스님들이다. 반갑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한 눈인사를 나누며, 나는 어서 빨리 포살이 시작되기만을 바랐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섞인 날에는 잊고 싶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얼굴도 더러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과 혹여 먼 발치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금세 마음이 흔들린다. 이윽고 염불이 시작되었다. 분위기가 엄중하다. 그러나 마음은 혼탁한 기억을 더듬느라 돌아올 줄 모른다. 산란한 마음을 과거에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