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긴 편지 / 나호열 긴 편지 시 : 나호열 그림 : 김성로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 와르르 눈물이 깨..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03.03
한아름 한아름 나호열 왼 손과 오른 손이 닿으면 보이지 않는 원이 하나 생깁니다 찬 밥 한 덩이 얻어들고 두 손 안에 감쌌던 밥그릇 그만큼 자라고 또 자라 이 세상에 쿵쾅거리는 심장이 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한번은 누구나 얼싸 안았던 그가 떠나고 떠나지 않고 기다려주는 나무의 체온을 느낄 때도 ..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03.02
며느리의 기다림 일요일 저녁, 하루 종일 심난한 마음을 어쩌지 못한 채 책장만 넘기고 있는데 며느리가 손바닥만한 쪽지를 들고 왔다. AM7 인가 하는 무가지에 자신이 글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짧기도하거니와 잘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지만 그 글에는 나에게 없는 기다림이 있고 희망이 있다 나에게는 여전히 철 없고 .. 혼자 중얼거리다 2009.03.02
문학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문학지 ,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나 호 열 공급과 수요의 원칙이 있다. 공급은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는 단순한 이 논리는 현실에서는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공급이 수요에 과잉되거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할 때 시장은 혼란에 빠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서 공급과 수요의 균형은 시장..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9.02.28
싹에 대하여 싹에 대하여 굳지 않은 땅을 골라서 지상으로 돋는 싹은 없다 머리로 딱딱한 천정을 몇 번이고 부딪고 또 부딪치면서 이윽고 물러지고 틈이 난 곳으로 머리가 솟는 순간부터 다시 싸움은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이곳은 어디인가 아무도 호명하지 않은 또 나는 누구인가 태어나는 순간..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02.24
[스크랩] 작가가 뽑은 작가의 책 `김중혁 →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작가가 뽑은 작가의 책 ⑥ 김중혁 →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이런 게 시였지, 노래였지 한동안 시를 잊고 살던 내게 한순간에 되살려준 시의 기억 요즘에도 사람들이 시를 읽나? 모르겠다. 나는 한동안 시를 잊고 살았다.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요즘에도 사람들이 시를 쓰나?’라는 생각도 ..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2009.02.22
어린 노숙자 어린 노숙자 검은 쓰레기 봉지를 뒤집어쓰고 걸어간다 걸어가는 쓰레기처럼 냄새를 풍기며 사람들 곁을 지나간다 코를 막거나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들 옆을 묵묵히 걸어간다. 뷹은 신호등 앞에서 멈추었다가 초록 신호등이 켜지자 다시 걷는 걸 봐서는 그는 아직 정신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켄터키 .. 세상으로 내려가는시냇물(산문) 2009.02.22
李德操 檗 乘舟入京 벗 이덕조 벽과 함께 배를 타고 서울로 들어가다[李德操 檗 乘舟入京] 1781년(16세) 4월 15일이었다 숲속의 꾀꼬리 소리 나그네 배 보내는데 제수황리역객선 啼樹黃鸝逆客船 강가의 마을에는 아침 연기 깔리었네 수변촌락시조연 水邊村落始朝烟 봄 깊은 양쪽 기슭 붉은 꽃비 흩날리고 춘심양안간홍우 春.. 茶山을 생각하며 2009.02.22
<집과 무덤> - 장성혜 <집과 무덤> 내 마음의 시 한 편 - 장성혜 (시인) 저녁에 닿기 위하여 새벽에 길을 떠난다 살아갈수록 긴 말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시가 오히려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때가 많다. 이 한 줄 속에 새의 허망함이 다 담겨 있다. 새벽이나 저녁은 삶과 죽음의 환유로 읽힌다. 저무..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09.02.22
한상림의 시 메주꽃 평생 콩 농사를 짓던 어머님 아파트 베란다 창살에 줄줄이 메주덩이 매달아 놓으셨다 인큐베이터 양파망에 담긴 미숙아들 검버섯 핀 어머니의 손은 발효기다 볏짚에서 보름 동안 엎치락뒤치락 다독여 볕에 내걸면 곰삭은 꽃눈이 튼다 송글송글 찬이슬이 땀방울처럼 맺히고 정월 찬바람에 쩍.. 내가 쓴 시인론·시평 2009.02.20
폭설 폭설 나 호 열 하늘이 똥을 누신다 무량하게 경전을 기다리는 사람들 위로 몇 날 며칠을 똥을 누신다 거름이다 말씀이다 사람들이 만든 길을 지우고 몇 그루의 장송도 넘어뜨렸다 아우성에도 아랑곳없이 부질없는 쇠기둥을 휘게 만들었다 하늘에 방목한 것은 조개, 양떼, 새털 이름을 가진 구름뿐, 냄..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09.02.20
「세상의 중심」 나호열의「세상의 중심」 김송배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까운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에 나는 서 있는 것이다 소요의 산 어디쯤에 뉘엿뉘엿 자리잡은 비탈진 나무들 햇살이 꽂히는 곳이면 어디든 세상의 중심인 것을 나는 성급히 직선을 꿈꾸었다 아니면 너무 멀리 에둘러 돌아 왔다 이빨 빠진 늙은 꽃..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09.02.20
붉은 벽돌집 붉은 벽돌집 평생 소원은 굽어보는 것이라고 했다 얕은 언덕위에서 낮게 깔린 지붕들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억센 풀들 발길에 아랑곳 하지 않는 어깨보다 좁은 길 지나 그가 서 있었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붉은 벽돌을 질빵에 얹고 고개 숙이고 바로 코 앞만을 쳐다보며 걸어 올라갔다 벽돌을 얹고 내..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02.19
장자의 꿈, 인간만이 길을 만든다 장자의 꿈, 인간만이 길을 만든다 ――소고(小考) 나호열론 조 영 미1)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간적인 삶은,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우리는 곧잘 ‘영원(永遠)’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믿음과 변하지 않는 사랑을 약속하..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2009.02.18
문득 문득 익숙했던 마땅히 있어야 했을 자리가 말끔하게 치워졌다 그러므로 바람은 저리도 정처 없는 것이다 나무를 붙잡으려고 없는 손을 힘껏 쥐어 보는 것이다 나는 여기 있는데 그림자가 없는 것이다 무작정 걸어도 길은 끝나지 않는다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2009.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