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에 대하여
굳지 않은 땅을 골라서
지상으로 돋는 싹은 없다
머리로 딱딱한 천정을 몇 번이고
부딪고 또 부딪치면서
이윽고 물러지고 틈이 난 곳으로
머리가 솟는 순간부터
다시 싸움은 시작되는 것이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이곳은 어디인가
아무도 호명하지 않은 또 나는 누구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바람과 비를 배우고
햇빛에 순종하는 버릇을 잊어본 적 없는
그럴수록 검붉은 대지와 멀어지는 당혹감으로
나는 자주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뿌리가 궁금해진다
이 지상의 나 말고
불러도 대답할 수 없는
이름도 붙여지지 않은 또 하나의 나
태어난 죄로
못질 소리 요란히 들리는 기억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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