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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세상의 중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2. 20. 00:31

나호열의「세상의 중심」

 

                                    김송배


가까운 듯 멀고

먼 듯 가까운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에

나는 서 있는 것이다

소요의 산 어디쯤에

뉘엿뉘엿 자리잡은 비탈진 나무들

햇살이 꽂히는 곳이면

어디든 세상의 중심인 것을

나는 성급히 직선을 꿈꾸었다

아니면 너무 멀리 에둘러 돌아 왔다

이빨 빠진 늙은 꽃들 웃는다

중심을 향하여 뿌리를 감추고

알록달록 나들이 왔다고

터진 발을 감춘다


  나호열이 ‘세상의 중심’에서 인식하는 ‘나’는 어쩌면 그 중심축을 향해(혹은 지향점을 향해)서 성급하게 ‘직선’을 꿈꾸거나 ‘아니면 너무 멀리 에둘러 돌아 왔’다는 어조로 보아서 그 중심은 ‘이승과 저승의 어디쯤’이거나 ‘햇살이 꽂히는 곳’이라는 공간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이빨 빠진 늙은 꽃들’이 웃는 시적 정황은 여기에서도 현실적인 고뇌와 갈등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대체로 현대시의 구조는 상황 설정이 이루어지면서 반전이나 또 다른 테크닉으로 주제를 확고하게 투영하는 점으로 볼 때 나호열은 ‘중심을 향하여 뿌리를 감추’거나 ‘터진 발을 감’춤으로써 현실적 은폐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심’이란 공간과 ‘부리를 감추’는 의식과의 l상관성은 무엇일까. 우리는 상당한 지적 혜안을 열어야 한다. 그것이 단순한 일상에서 찾아도 되고 고차원의 인식체계에서 유추해도 관계없다. 또한 그것이 현실적 모순에 대한 비판이거나 아니면 관조(觀照)로 진행하는 성찰의 단계로 이해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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