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니 금동손·맹꽁이 벼루… 큐레이터들이 콕 집어낸 유물들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 오늘 개막
“나는 오른손입니다. 팔에서 떨어져 나온 지는 오래되었어요. 왼손도, 몸체도, 나 말곤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부처의 금동 손바닥이 덩그러니 공중에 떠 있다. 손 길이 4.8㎝. 몸체는 어디로 갔을까. 통통한 네 손가락을 곧게 편 모양새,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손금까지 디테일한 묘사가 갖가지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경주 월지에서 발견된 이 손은 꽤 오래 전시실에 진열돼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 10일 개막하는 특별전 ‘소소하고 소중한’ 도입부에 초미니 금동손이 나왔다. 누구의 손인지, 원래 모습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함께 전시된 소형 불상을 통해 금동손 주인의 원래 크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할 뿐이다. 양희정 학예연구관은 “손 크기로 볼 때 금동불 높이는 40㎝ 정도로 추정된다”며 “오른손은 별도로 만들고 따로 주조한 팔에 끼워넣는 형태로 만들었다”고 했다.
유물보다 큐레이터가 주인공인 전시다. 경주박물관 12명의 큐레이터가 수장고에서 콕 집어낸 유물을 각자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박물관 경력 34년 차인 관장부터 입사 3년 차 막내 학예사까지, 저마다의 시각으로 들려주는 유물 스토리텔링이 흥미진진하다. 덕분에 그동안 수장고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44건 144점이 새로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납작 엎드린 맹꽁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통일신라 벼루는 이상미 학예연구관의 ‘픽(pick)’이다. 경주 황오동 상가 주차타워 부지에서 발굴된 것으로, 신라에 많은 벼루가 있지만 동물 모양으로 빚은 건 처음이다. 이 연구관은 “실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라며 “벼루의 진짜 용도는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라”고 질문을 던진다. “앞다리 양쪽에 난 두 개의 구멍에 끈을 연결하면 휴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신라 관리의 허리춤에 매달린 휴대용 문방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큐레이터의 답.
경주 황용동 절터에서 출토된 사자상과 짐승 얼굴 무늬 꾸미개, 신라 귀족의 바둑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바둑돌 등을 볼 수 있다. 김대환 학예연구사는 “기록으로 전하는 신라 바둑의 실체를 박물관 수장고에서 만난 그날은 매우 흥분된 하루였다”고 소개했다. 신라 위주의 경주박물관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조선 전기 목조관음보살상도 오랜만에 수장고 밖으로 나왔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화려하지 않은 문화유산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그 가치를 전시에 담아내는 큐레이터의 큐레이팅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물 아래에 큐레이터가 직접 쓴 ‘선정 이유, 작품 해설과 관람 포인트’가 붙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내년 3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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