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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중얼거리다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4. 7. 22:46

🌿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나호열

얼마동안이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니?
바람의 수작에 울컥 꽃을 토해내거나
균열을 일으키며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는
풍경 속의 고요를 담아낸 하늘은 저리도 고운데
아무 것도 동여매지 못한 허리띠 같은 길이 숨는다
죽은 채로 태어나 그냥 사는 일과
흙에 목숨을 대고 태어나 죽어가는 일이
서로를 닮으려는 엇갈린 꿈이다
뼈와 살을 덜어내고 서로에게 그림자를 걸치며
봄을 지나가고 있다
늙는 것이 아니라 낡아가는 기쁨을 누리며
또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니?

사람과 나누는 대화보다 나무나 바위처럼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세월을 들려주는 무언의 대화가 좋다

어느 해  어느 월 의성 조탑동 전탑을 보고 의성읍 탑리 학교가 내려다 보이는 탑리 5층 석탑과 눈을 마주친후 빙계계곡 빙산사지 탑과 마주 했을 때 참고 숨겼던 슬픔이 솟구쳐 올랐다

시<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은 그렇게 내게 왔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마음이 괴로울 때 익산 왕궁리 석탑을 만나보시게
멀리 보아야 그리워지는 사람처럼 사시사철 우뚝한 큰 마음을 만나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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