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건봉사 2012.06.23 맨 처음이었는지 마지막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붉음은 언제나 하루를 불태웠으니 안으로는 더럽고 유치하였으나 겉으로는 웃고 있거나 겉은 유곽의 웃음처럼 헤펐으나 속으로는 숙연한 삶의 불기둥을 세웠던 것이나 화염은 화염을 먹고 스스로를 증명할 뿐 혼자 중얼거리다 2012.06.24
창과 문 창과 문은 과연 열림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닫힘을 위한 것일까? 이 질문은 부질없다. 때와 뜻에 따라 열고 닫히는 것이 그것들의 운명이니까... 안에서는 바깥이 훤히 내다보이나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창이 있고 그런가 하면 냉난방 시설이 완벽한 기차나 버스는 밀폐형으로.. 혼자 중얼거리다 2012.06.10
꼿꼿하게! 함께 도를 닦는 여러 벗들이여! 권하노니 밤과 옷의 안일을 위해서 사람들의 비위나 맞추면서 구차하게 살아가지 말라. 보라! 이 세상을, 모든 것은 무상하고 부질없어서 쉽게 지나가 버리고 참되고 진실한 스승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 임제록 중에서 혼자 중얼거리다 2012.06.02
나는 나와 투쟁한다 나는 끊임없이 투쟁해 왔다. 나와 내가 소통하기를 꿈꾸며, 나와 적당히 타협하지 않기 위하여. 나와 변명하지 않기 위하여 적당한 부, 알맞은 명예를 거부하고 철저히 외부로 향하는 뱀의 혀를, 날마다 자라는 맹목을 거세하기 위하여 내가 만일 외롭다면 아직도 외부의 풍경을 지우지 .. 혼자 중얼거리다 2012.05.16
작가의 사명 저는 어떤 정파주의나 집단주의를 싫어합니다. 거기에 소속될 생각도 없어요. 작가는 결국 `독고다이'죠. 작가는 단독자로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요. 저는 문학이 한국식의 편협한 좌우를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고 여겨요. 좌우 너머에 검색하기" href="http://search... 혼자 중얼거리다 2012.03.23
유빈이 내 나이 쉰 넷에 할아버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라는 말이 어색하고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할아버지라는 말이 정겹다. 물론 아직도 은행 같은 서비스 기관에서 아버님이라는 홀대(?)를 받을 때는 화가 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자식들에게는 장성할 때까지 변변하게 부모 노릇을 못했.. 혼자 중얼거리다 2012.03.22
봄날이 오기는 하는가 이 겨울은 길고 지루했다. 몸이 가끔씩 기우뚱거렸고, 그럴 때마다 정신은 아득했다. 비트겐슈타인, 오정국의 시집, 그리고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과 『黑山』을 읽었다.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내게 남긴 흔적은 세상에 대한 冷笑와 그 냉소 너머에 있는 살아있음에 대한.. 혼자 중얼거리다 2012.03.10
사소한 감사 언제부터인가 토요일부터 휴일내내 거의 내 휴대전화는 잠잠하다. 우스개소리로 나이가 들어 이 세상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탓이라고 주절대기도 한다. 또 언제부터인가 전화기에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가 뜨게 되면 일부러 받지 않기도 한다. 대출을 해준다니 반갑.. 혼자 중얼거리다 2012.03.03
시의 쓸모 시는 쓸모 없는 짓이다. 밥벌이가 다급한 사람들은 시 없이도 잘도 산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시 없는 세상도 돌아는 가겠으나, 인간의 정신은 그 윤기를 점점 잃어갈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는 계속해서 쓸모 없는 짓에 몰두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시인이라 부른다 시 공부를 .. 혼자 중얼거리다 2012.02.13
춤 무용이라는 한자어 보다 춤이라는 우리 말이 훨씬 좋다 춤은 가장 원시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예술이다 몸을 도구로 하는 가장 단순한 장르이면서, 몸을 도구로하는 가장 화려한 장르이다 춤꾼은 무대 위에, 관객은 무래 아래에서 서로를 응시하지만 그 사이에 황홀이 가득차게 .. 혼자 중얼거리다 2012.02.11
고독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 - 에드워드 기번 혼자 중얼거리다 2012.02.09
10년에 한 번 명작의 순간이 온다 사진작가 배병우의 말 나는 매일 일기 쓰듯 사진을 찍는다. 늘 워밍업이 돼 있어야 최고의 순간을 잡을 수 있는 거다 혼자 중얼거리다 2012.01.08
1972년 1월 17일 그 날은 몹시 추웠으나 날은 매우 맑았다. 가파르기만 했던 그 언덕길을 6년을 오르내렸으나 그 언덕길이 의미하는 바를 어려풋이나마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1월 17일은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던 날이다. 먹고 살기 바쁜 탓인지 더 이상 기대에 어긋나버린 무관.. 혼자 중얼거리다 201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