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하다 / 나호열
세월은 빠르게 가고 추억은 느리게 온다
마치 깊은 산에서 잃어버린 메아리처럼
밑창이 닳은 얼굴로 내 앞에 앉는다
혼자 듣는 음악이 식고
혼자 마시는 차가 흘러간다
느리게 낡아가는 웃음을
새장 속에서 꺼내도 날아갈 줄 모른다
어느 사람에게 추억은 사막을 펼쳐 놓거나
깊고 눅눅한 숲을 읽는 것이리라
나머지 남은 생은 잃어버린 낙타를 찾거나
나무 이름을 다시 외우는 일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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