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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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눅눅하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7. 23. 22:19

눅눅하다  / 나호열

 

 

세월은 빠르게 가고 추억은 느리게 온다

마치 깊은 산에서 잃어버린 메아리처럼

밑창이 닳은 얼굴로 내 앞에 앉는다

혼자 듣는 음악이 식고

혼자 마시는 차가 흘러간다

느리게 낡아가는 웃음을

새장 속에서 꺼내도 날아갈 줄 모른다

어느 사람에게 추억은 사막을 펼쳐 놓거나

깊고 눅눅한 숲을 읽는 것이리라

나머지 남은 생은 잃어버린 낙타를 찾거나

나무 이름을 다시 외우는 일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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