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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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붉은 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7. 25. 00:14

 

붉은 혀 / 나호열

 

 

비겁하게 숨어서 아무렇지 않게 불화살을 날렸다

좌중은 일순 조용해졌다가 붉게 얼굴을 물들였다

분명히 불화살은 그들의 심장에 들어박혔을 것이다

뱀의 날름거리는 혀에 독이 있던가

하루 종일 축축해진 혀

온갖 깨끗한 것을 주워 삼키면서 더러운 말을

더 많이 내뱉는 혀

생각 같아서는 한 사나흘 쭉 빼내서 염천에 말려야 할텐데

야들야들한 그것이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거울 앞에 서서 삐죽이 내미는 붉은 혀

내가 우습다 징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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