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나호열
밥술이라도 뜨려고 할머니는
어스름 저녁 집을 나선다
전봇대, 담벼락에 남이 볼까
불온한 전단 한 장씩 붙이는 일
아침이면 일찍 동회에 나가
일거리를 배정받는다
불법 광고물을 떼내는 일
전봇대, 담벼락에 붙은 전단이
시치미를 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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