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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먼 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8. 5. 13:24

먼 길 / 나호열
  - 제주도 기행. 2

 

결코 제 발로는 벗어날 수 없는 섬에 왔다
섬과 구름을 헷갈리면서
한 시간의 유폐는 지루했다
성산포에서 버스를 탔다 기다려 주는 사람 없는
타지를 향해서 바다가 가끔씩 나타났다 사라지고
타고 내리는 사람들은 자리가 넉넉했다
시흥, 종달, 세화, 조천 마을 이름을 하나씩 
해풍에 씻기우는 여로에 새겨 넣었다
부질없는 일이다 어디에서 내려야 할지 허둥대면서
나는 오던 길을 되짚어 내려 왔다
한 시간은 구름이었다가
또 한 시간은 섬이었다가
제비를 처음 본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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