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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어느 범신론자의 고백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7. 31. 13:25

어느 범신론자의 고백 / 나호열



고해소마다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그들은 번호표를 받고 차례를 기다리다가

얌전히 불려나간다

은행에서는 돈 없음이 증명되고

병원에서는 아픈 것이 죄가 된다

솔직하게 불지 않으면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저 편에서 묻는 질문에

양심은 콩알만해 진다

일주일에 몇 번 하십니까

얼굴이 벌겋게 닳아오른 저 사람은 변비 환자이다

비밀은 없습니다 소화되지 않는 불안과 함께

신은 어디 계신 것일까

낮은 곳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혹시? 

씨씨티브이가 어디론가 나를 낱낱이 전송하고 있다

숨기려고 고개를 숙일수록 혐의는 늘어날 것이다

분명 신은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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