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5/05/08 4

[226] 집지전일(執持專一)

[정민의 세설신어] [226] 집지전일(執持專一)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9.04. 03:03 자꾸 딴짓을 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잦다. 이 책을 보다가 저 책이 생각나 뒤적이다 보면 어느새 아주 먼 곳에 와 있다. 궁금한 구절을 찾겠다고 검색 엔진을 돌리다가 전혀 엉뚱한 곳에서 넋 놓고 논다. 나중에는 애초에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생각 따라 노는 재미보다 급히 해야 할 일을 놓치는 딴청이 싫다. 연신 걸려오는 전화와 방문객에게 시달리기까지 하면 봐야 할 책만 달랑 들고 낯선 공간 속으로 들어가 순도 높은 몰두의 시간을 갖고픈 마음이 불쑥불쑥 간절하다.조익(趙翼)이 '도촌잡록(道村雜錄)'에서 말했다. "옛말에 '낯선 곳은 익숙하게 하고, 익숙한 곳은 낯설게 하라'고..

'앙큼하도록 농밀한' 은방울꽃 향기

'앙큼하도록 농밀한' 은방울꽃 향기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4.29. 00:05 박완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소설에 유난히 꽃이 많이 나오네’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싱아·박태기나무·능소화와 함께 요즘 막 피기 시작한 은방울꽃도 박완서 소설에 많이 나오는 꽃 중 하나다.작가의 연작소설 중 하나인 ‘저문 날의 삽화 5’는 필자가 읽어본 소설 중에서 은방울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 주인공은 아내와 함께 서울을 벗어난 교외에서 조용히 사는 은퇴 공무원이다. 자식들을 분가시키고 조금 외롭지만 편안한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숲과 나무를 보며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특히 가까운 계곡에 있는 은방울꽃이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요즘 ..

집단 우울증 앓는 대한민국… 부끄럽도록 푸른 하늘에 '길'을 묻는다

[윤동주 80주기] 집단 우울증 앓는 대한민국… 부끄럽도록 푸른 하늘에 '길'을 묻는다[어둠 넘어 별을 노래하다] [4] 길이숭원 서울여대 명예교수입력 2025.05.08. 00:34업데이트 2025.05.08. 06:45 일러스트=이철원 길잃어버렸습니다.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길에 나아갑니다.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내가 사는 것은, 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 9. 31.걸음마 단계를 거친 후 모든 인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