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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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서 슬픈 2019 (E북)

반생 半生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0. 31. 21:21

반생 半生

 

유채꽃밭에 서면 유채꽃이 되고

높은 산 고고한 눈을 보면 눈이 되고

불타오르는 노을을 보면 나도 노을이 되고

겨울하늘 나르는 기러기 보면

그 울음이 되고 싶은 사람아

 

어디서나 멀리 보이고

한시도 눈 돌리지 못하게 서 있어

눈물로 씻어내는 청청한 바람이려니

지나가는 구름이면 나는 비가 되고

나무를 보면 떨어지는 나뭇잎 되고

시냇물을 보면 맑은 물소리가 되는 사람아

 

하루 하루를 거슬러 올라와

깨끗한 피돌기로 내 영혼에 은어떼가 되리니

나는 깊어져 가고

너는 넓어져 가고

그렇게 내밀한 바다를 만들어가는

어디에 우리의 수평선을 걸어놓겠느냐

목숨아,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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