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341

‘온고지신’?

‘온고지신’? 중앙일보 입력 2023.01.06 01:29 지면보기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 가르치는 사람의 모범으로 공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하는 인격을 제시한다.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다. 우리의 연암 박지원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말한다. 공자의 온고지신보다 연암의 법고창신이 조금 더 실천성을 드러내 보이기는 하나,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균형을 말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과거를 따뜻하게 대하면서 미래를 연다고 하니 얼마나 이상적인가. 그러길래 공자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누구도 온고지신의 교훈적 의미를 줄여서 보지 않는다. 어떤 좋은 말은 의미가 좋다는 것 자체로 권위를 갖는다. 그래서 그 ‘좋은 말’을 사용하기만 해도 진짜로 실천..

상식에서 바라보면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상식에서 바라보면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결혼해 자녀 둘 둔 47세 대한민국 공무원이 설령 빚이 좀 있다 해도 스스로 월북하겠나 외국에 함께 나가 골프까지 같이한 사람을 “모른다” 하는 게 과연 상식에 맞는 말인가 시민 법정에서 보면 진실의 풍경이 보인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10.28 03:00 일하러 간 40대 가장이 바다 위에서 실종되었다. 북한군이 사살해 시신을 소각했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더 기막힌 건 정부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것이다. 가족은 졸지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혔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2020년 9월 27일 서해 연평도 수..

태풍에 문단속하듯 마음도 단속해야

태풍에 문단속하듯 마음도 단속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2.09.20 00:51 지면보기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학 교수 볼을 때리는 바람이 시원하다. 태풍 오는 길목이지만 평소처럼 포행하듯 화북천변을 걷는다. 한라산 쪽에 많은 비가 내리더니 메말랐던 하천에 물이 굽이친다. 파도소리가 통쾌하게 들려온다. 바닷가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제주 사람들은 태풍 소식에 더 민감하다. 가을 초입의 태풍은 더 큰 피해를 준다니 신경이 쓰인다. 강도 높은 태풍이 잦아진 원인은 수온이 1도 높아져서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언론에서 연일 최강의 태풍이 제주를 강타한다고 경고한 덕에 뭍의 지인들이 걱정 섞인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온다. 인공위성 덕에 태풍이 발생과 예상 경로까지 알 수가 있다. 그때마다 절 집안 단속에 나선다. 바람에..

시인 꿈꾸던 필즈상 허준이 “먼 길 돌아왔다, 너무 조급해 말라"

시인 꿈꾸던 필즈상 허준이 “먼 길 돌아왔다, 너무 조급해 말라" 중앙일보 입력 2022.07.05 18:26 업데이트 2022.07.05 19:33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이해준 기자 이경은 PD구독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는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의 필즈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된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역대 수상자 명단을 보면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필즈상 명단에서 1980∼1990년 사이 현대 수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큰 흐름을 볼 수 있다”며 “특히나 제가 하는 분야인 대수기하학에 큰 공헌을 하신, 저에겐 영웅 같은 분들도 이름이 줄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명단 바로 밑에 내 이름이 ..

하느님과 어느 신부님의 대화

하느님과 어느 신부님의 대화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2.06.18 03:00 일러스트=김영석 “오, 하느님! 내가 호암상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은 알고 계십니까?” 지정환 신부는 수상 소식을 듣고 하느님에게 달려가 한껏 기쁨에 겨워 자랑합니다. 하느님은 짐짓 축하나 칭찬은 감추어 두고 시큰둥하게 묻습니다. “이 사람아! 누구 공으로 호암상을 받는지 알고는 있느냐?” 신부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합니다. “알고 말고요. 40년 동안 죽을 고생을 다한 나에게 주는 상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하느님은 “제발 정환아, 내 앞에서 자화자찬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고 있느냐?”고 질책합니다. 그러나 신부는 “하느님,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곳에서 있었던 그 많은 일과 고통스러웠던..

코로나에 숨통 틔워준 피렌체의 ‘와인 창문’

[김성윤의 맛 세상] 코로나에 숨통 틔워준 피렌체의 ‘와인 창문’ 건물 외벽 어깨 높이 지점에 뚫린 아치형 구멍… 와인 주고받는 창문 흑사병 때 애용됐지만 20세기 이후 벽돌·판자로 막아 무용지물로 코로나 때 ‘와인 창’ 되살린 가게 명소로… 팬데믹 후에도 열려 있길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2.05.31 03:00 “바바에(Babae)는 피렌체 올트라르노에 있다”고 호텔 컨시어지가 말했다. 올트라르노(Oltrarno)는 ‘아르노(Arno)강 건너편’이란 뜻으로, 이탈리아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강 이남 지역을 말한다. 두오모, 시뇨리아 광장 등이 있는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중심이던 북쪽과 구별해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걸으니 산토스피리토 거..

선생님, 삼도천 꽃밭 마음껏 걸어가세요

선생님, 삼도천 꽃밭 마음껏 걸어가세요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며 홍용희 문학평론가 입력 2022.05.10 03:00 홍용희 문학평론가 선생님, 삼도천의 꽃밭을 마음껏 걸으며 가세요. 선생님, 창밖 신록의 가로수 사이로 붉은 연등이 고즈넉하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엄혹한 시절, 서대문 형무소 높은 담벼락 안에서 인왕산을 밝히는 연등을 보며 이렇게 노래하셨다지요. ‘꽃 같네요./꽃밭 같네요/물기 어린 눈에는 이승 같질 않네요/갈 수 있을까요/언젠가는 저기 저 꽃밭/살아 못 간다면 살아 못 간다면/황천길에만은 꽃구경할 수 있을까요/삼도천을 건너면 저기에 이를까요/벽돌담 너머는 사월 초파일’(시 ‘초파일 밤’) 저는 이토록 아름다운 꽃밭을 노래한 시는 세상에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

유추, 생각의 중추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3] 유추, 생각의 중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22.02.15 03:00 2월 15일 오늘은 세 사람의 탁월한 사상가가 태어난 날이다. 제러미 벤담(1748), 앨프리드 화이트헤드(1861), 그리고 더글러스 호프스태터(1945)가 얼추 100년 간격으로 탄생했다. 법률가로 시작해 공리주의 철학을 집대성한 벤담과 수학을 공부하고 이른바 과정 철학(process philosophy) 분야를 정립한 화이트헤드에 관해서는 익히 알고 있겠지만 호프스태터는 좀 낯설지 모른다. 그러나 1979년 그에게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안겨준 책 ‘괴델, 에셔, 바흐’를 최애하는 독자는 은근히 많다. 호프스태터에게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Walking encycloped..

김대균의 말

김대균의 말 어느 분이 그러셨든가? 무릇 예인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선 학습하고 길에서 풀이하다 길가에 묻히는 것을! 신분제도하에 광대는 팔천에 하나였으니 선대, 예인들의 삶 일상의 노곤함 이만저만이 아니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나 또한 줄탄다는 이유로 사회적 무관심 냉대 및 하대 경험치 상당한데 선대 예인들 오죽했으랴! 그래도 신분상으로는 보잘 것 없었으나 예인들의 근기는 대단들 햐셨다! 백정은 썩은 기둥에서 때어난 노래기입니다 재인광대는 똥에서 태어난 파리입니다 근디, 노래기는 사람 눈에 띄면 밟아 죽이지만 똥파리는 아닌 말로 임금님 용안에도 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광대죠? 고인이 되신 어느 어른의 말씀 과천 하늘에 메아리 친다! 김대균 1967~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안동대학교..

틱낫한 스님이 남긴 것

[배영대 曰] 틱낫한 스님이 남긴 것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9 00:28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가령 한 의사가 당신에게 3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치자. 당신은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운명을 한탄하고 시간을 낭비하며 고통과 절망에 몸을 맡길까? 아니면 그 3개월의 매 순간을 깊이 있게 살아갈 결심을 할까? 세계적 명상 지도자 틱낫한 스님이 했던 죽음에 관한 법문의 일부다. 실제 ‘3개월 시한’ 선고를 받은 한 젊은이가 그를 찾아와 털어놓은 고민이라고 한다. 스님의 대답은 매 순간을 깊이 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3개월도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하는데,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삶이란 탄생과 죽음의 연속적 공동 작업 좋음-나쁨 이분법 경계 ..

먹이 사냥 실패한 늑대, 원점서 다시 뒤쫓아 성공률 높여

먹이 사냥 실패한 늑대, 원점서 다시 뒤쫓아 성공률 높여 중앙선데이 입력 2021.11.20 00:02 업데이트 2021.11.20 00:08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일러스트=김이랑 kim.yirang@joins.com 세상에는 좋은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가 있다.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출근 첫 날 알 수도 있다. 요즘은 도서관처럼 매일 다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지금도 자기 자리가 있다. 새로 들어온 신입 직원이나 경력 직원들도 출근 첫 날 자리를 배정받는다. 자리에 앉은 이들은 주변에 자신을 알리면서 일할 체제를 갖춘다. 노트북의 네트워크 설정 같은 작업을 하고, 모르는 건 옆 사람에게 묻거나 담당부서에 연락한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

지구가 추락하지 않는 이유는…조선 유학자의 ‘우주설’

[더오래]지구가 추락하지 않는 이유는…조선 유학자의 ‘우주설’ 중앙일보 입력 2021.10.28 11:00 송의호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112) 국산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KSLV-2) 누리호가 10월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솟아올랐다. 누리호는 이날 위성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첫 도전에서 고도 700㎞ 목표에 도달했다. 미완이지만 세계 10번째 자력 발사국으로 우주에 첫발을 뗀 것이다. 일찍이 조선시대에도 우주와 천문에 관심을 보인 이들이 있었다. 장현광(張顯光‧1554~1637)이란 유학자는 78세에 ‘우주설’을 지었다. “대지가 두텁고 무거운 데도 추락하지 않는 것은 하늘을 둘러싼 대기가 쉬지 않고 빠르게 돌면서 대지를 떠받치기 때문”이란 이론이다. 이 학설은 조선 후기 ..

‘1004섬’ 신안 앞바다 ‘섬티아고 순례길’ 걸으며

‘1004섬’ 신안 앞바다 ‘섬티아고 순례길’ 걸으며 중앙일보 입력 2021.10.15 13:00 조남대 [더,오래] 조남대의 은퇴일기(26)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흥미를 유발한다. 신안은 드넓은 바다 건너 섬에서 예수 십이사도의 고행을 묵상하면서 나를 되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더욱 그러하리라. 노둣길을 만들고 마을을 홍보하기 위해 애쓰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가상스러워 보였다. K대 여행작가 과정 교수와 학생 4명은 렌터카를 타고 신안군청으로 향했다. 군청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004섬 신안’이라는 간판이다. 관내 섬이 1004개인 것을 홍보하기 위함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인 점을 부각하기 위해 ‘천사(天使)’라는 좋은 이미지와 연계시킨 것으로 보..

선비의 10년 공부 끝내게 한 절굿공이 가는 99살 노인

선비의 10년 공부 끝내게 한 절굿공이 가는 99살 노인 중앙일보 입력 2021.10.13 10:00 권도영 [더,오래] 구비구비 옛이야기(70) 한 어머니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몇십 리 밖에서 선생 하나를 정해 학비와 옷, 양식도 다 보내줄 테니 자기 아이를 10년만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이 아들이 선생 집에서 공부하며 지내게 되었는데, 팔 년쯤 지났을 때 아들은 집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한 번도 어머니를 뵙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생은 “어머니께서 꼭 십 년을 채워 달라고 했지만, 네 공부를 보니 십 년 이상 배운 놈 같다. 알아서 해라” 하고 허락해 주었다. 아들이 집에 가서 마당으로 뛰어들며 “어머니!” 하고 불렀더니 방에서 베를 짜고 있던 어..

서울 종로 거리가 탑골공원에 진 빚

서울 종로 거리가 탑골공원에 진 빚 원철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입력 2021.05.21 03:00 문화거리 인사동 길을 산책 삼아 걸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무렵이면 달아 놓는 연등들은 전통거리의 운치를 한껏 더해준다. 하지만 이런 문화유산의 혜택을 누리는 것도 역으로 계산하면 옛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유산이란 보존 전승해야 할 책임이 뒤따르는 까닭이다. 연등축제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했고 2020년 12월 1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신라 이래 천년 이상 내려온 문화유산에 대한 의무를 후손들이 힘을 모아 일정 부분 갚은 것이라고 하겠다. /일러스트=이철원 인사동(仁寺洞)은 인근 몇 개 마을이 합해지면서 대표 격 동네 이름의 머리글자를 딴 지명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