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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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346

택시를 탄 게 아니라 詩를 탔다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택시를 탄 게 아니라 詩를 탔다 급한 일로 탄 택시지만 교통정체로 발만 동동, 마음만 더 다급해져 그때 기사가 나직하게 말했다 “제가 쓴 시 한번 읽어보실래요?” 한 사람 인생 그곳에… SNS에 올리자 “나도 그 택시 탔다” 잇따라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3.03.23. 00:00업데이트 2023.03.23. 00:25 지난달 아침에 급한 일이 생겨서 택시를 탔다.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노트북으로 글 마감도 해야 하는 날이었다. 택시를 타자마자 노트북을 꺼냈는데 배터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교통 정체 중이었다. 휴대폰을 꺼내서 메모 앱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은 화면으로 쓰니까 분량이 감이 오지 않았다. 중간중간 전화가 걸려와서 글쓰기가 계속 멈췄다. 교통 정체는 여..

유시민을 위한 칸트 강의

유시민을 위한 칸트 강의 중앙일보 입력 2023.02.23 00:58 업데이트 2023.02.23 01:33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진중권 광운대 교수 “검찰이 왜 이토록 집요하게 이재명을 노리는가? 윤 대통령이 시켰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유시민 씨의 말이다. 그럼 왜 윤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내렸는가? 그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하나는 감정설, 다른 하나는 전략설이다. 감정설은 “대통령이 이재명을 싫어해 감옥에 집어넣으라고 지시했다”는 것, 전략설은 “구속영장 청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재명을 계속 흠집 내” 민주당을 내부 분열의 늪에 빠뜨리기 위한 대통령의 계략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제 가설들을 차례로 기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국의 대통령이 설마 사적 ‘감정’ 때문..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2023.02.17 00:56 지면보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영삼 정부 때였다. 정계 2인자로 인정받던 김종필을 중심으로 교육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번지고 있는 학원폭력과 청소년들의 반(反)사회질서 행태들을 예방 선도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좌담회였다. 내가 그 해결 방향과 방법을 위한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재 중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편입하는 내용이었다. 대학에 가서도 인문·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인격의 가치와 인권의 절대성은 물론 선하고 아름다운 삶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정신과 사상을 계속 일러주자는 제안이었다. 청소년 시기에 봉사 생활화해야 지식전달..

청라언덕에 새봄이 옵니다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청라언덕에 새봄이 옵니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대구… 역전, 서문시장, 근대거리에 활기가 시인 이상화 골목엔 여행자 발길, “빼앗긴 들에 봄 찾아온 듯” 밥그릇 싸움 하는 정치판엔 쓴소리 “民心 이기는 권력 없지예” 조선일보 입력 2023.01.31 03:00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었다. 우옛든동 봄은 또 오겄지예 했던 늙은 여인들의 소망은 역병보다 강해서, 그사이 세 번의 봄이 오고 겨울이 물러갔다. 동대구역은 열차에서 내리고 오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땐 봉쇄를 시키니 마니 했으니 누가 오겠어요. 딴 데 겉으면 폭동 일났지. 양반이라서가 아이고, 대구 사람들이 쫌 모지라서. 지 밥그릇 하나 제대로 몬 지키는 사람들이라서.” 서문시장으로 택시를 몰던 기사는 80년대 중반 서울 ..

‘참회록’ 쓰지 않는 사회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참회록’ 쓰지 않는 사회 24세 윤동주 “나의 거울을 닦아보자” 참회록 써 지금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잘못했다는 반성 없어 고은 시인이 참회록 쓴다면 노벨상 탄생할 수도 지난 정부는 잘못 비춰볼 거울 가지고 있긴 하나 국민을 화나게 하는 건 반성 없는 내로남불 태도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3.01.27 03:00 ‘참회록’은 윤동주 시인이 1942년 조국에서 쓴 마지막 시의 제목이다. 반성과 성찰의 상징인 ‘거울’을 통해 부끄러움의 미학을 전하는 이 시는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로 시작하여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로 맺는다. 만 24세를 갓 넘긴 젊은이가 무어 그리 참회할 일이 있었을까. ‘하늘..

‘온고지신’?

‘온고지신’? 중앙일보 입력 2023.01.06 01:29 지면보기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 가르치는 사람의 모범으로 공자는 ‘온고지신’(溫故知新)하는 인격을 제시한다.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다. 우리의 연암 박지원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말한다. 공자의 온고지신보다 연암의 법고창신이 조금 더 실천성을 드러내 보이기는 하나, 옛것을 지키면서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균형을 말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과거를 따뜻하게 대하면서 미래를 연다고 하니 얼마나 이상적인가. 그러길래 공자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누구도 온고지신의 교훈적 의미를 줄여서 보지 않는다. 어떤 좋은 말은 의미가 좋다는 것 자체로 권위를 갖는다. 그래서 그 ‘좋은 말’을 사용하기만 해도 진짜로 실천..

상식에서 바라보면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상식에서 바라보면 진실은 복잡하지 않다 결혼해 자녀 둘 둔 47세 대한민국 공무원이 설령 빚이 좀 있다 해도 스스로 월북하겠나 외국에 함께 나가 골프까지 같이한 사람을 “모른다” 하는 게 과연 상식에 맞는 말인가 시민 법정에서 보면 진실의 풍경이 보인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2.10.28 03:00 일하러 간 40대 가장이 바다 위에서 실종되었다. 북한군이 사살해 시신을 소각했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다. 더 기막힌 건 정부가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 것이다. 가족은 졸지에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월북자 가족으로 낙인찍혔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흔적을 찾기 위해 2020년 9월 27일 서해 연평도 수..

태풍에 문단속하듯 마음도 단속해야

태풍에 문단속하듯 마음도 단속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2.09.20 00:51 지면보기 금강 스님 중앙승가대학 교수 볼을 때리는 바람이 시원하다. 태풍 오는 길목이지만 평소처럼 포행하듯 화북천변을 걷는다. 한라산 쪽에 많은 비가 내리더니 메말랐던 하천에 물이 굽이친다. 파도소리가 통쾌하게 들려온다. 바닷가가 가까워진 모양이다. 제주 사람들은 태풍 소식에 더 민감하다. 가을 초입의 태풍은 더 큰 피해를 준다니 신경이 쓰인다. 강도 높은 태풍이 잦아진 원인은 수온이 1도 높아져서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언론에서 연일 최강의 태풍이 제주를 강타한다고 경고한 덕에 뭍의 지인들이 걱정 섞인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온다. 인공위성 덕에 태풍이 발생과 예상 경로까지 알 수가 있다. 그때마다 절 집안 단속에 나선다. 바람에..

시인 꿈꾸던 필즈상 허준이 “먼 길 돌아왔다, 너무 조급해 말라"

시인 꿈꾸던 필즈상 허준이 “먼 길 돌아왔다, 너무 조급해 말라" 중앙일보 입력 2022.07.05 18:26 업데이트 2022.07.05 19:33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이해준 기자 이경은 PD구독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는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의 필즈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된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역대 수상자 명단을 보면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필즈상 명단에서 1980∼1990년 사이 현대 수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큰 흐름을 볼 수 있다”며 “특히나 제가 하는 분야인 대수기하학에 큰 공헌을 하신, 저에겐 영웅 같은 분들도 이름이 줄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명단 바로 밑에 내 이름이 ..

하느님과 어느 신부님의 대화

하느님과 어느 신부님의 대화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2.06.18 03:00 일러스트=김영석 “오, 하느님! 내가 호암상을 받았습니다. 하느님은 알고 계십니까?” 지정환 신부는 수상 소식을 듣고 하느님에게 달려가 한껏 기쁨에 겨워 자랑합니다. 하느님은 짐짓 축하나 칭찬은 감추어 두고 시큰둥하게 묻습니다. “이 사람아! 누구 공으로 호암상을 받는지 알고는 있느냐?” 신부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합니다. “알고 말고요. 40년 동안 죽을 고생을 다한 나에게 주는 상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하느님은 “제발 정환아, 내 앞에서 자화자찬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알고 있느냐?”고 질책합니다. 그러나 신부는 “하느님,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곳에서 있었던 그 많은 일과 고통스러웠던..

코로나에 숨통 틔워준 피렌체의 ‘와인 창문’

[김성윤의 맛 세상] 코로나에 숨통 틔워준 피렌체의 ‘와인 창문’ 건물 외벽 어깨 높이 지점에 뚫린 아치형 구멍… 와인 주고받는 창문 흑사병 때 애용됐지만 20세기 이후 벽돌·판자로 막아 무용지물로 코로나 때 ‘와인 창’ 되살린 가게 명소로… 팬데믹 후에도 열려 있길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입력 2022.05.31 03:00 “바바에(Babae)는 피렌체 올트라르노에 있다”고 호텔 컨시어지가 말했다. 올트라르노(Oltrarno)는 ‘아르노(Arno)강 건너편’이란 뜻으로, 이탈리아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강 이남 지역을 말한다. 두오모, 시뇨리아 광장 등이 있는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중심이던 북쪽과 구별해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울퉁불퉁한 돌길을 따라 걸으니 산토스피리토 거..

선생님, 삼도천 꽃밭 마음껏 걸어가세요

선생님, 삼도천 꽃밭 마음껏 걸어가세요 김지하 시인을 추모하며 홍용희 문학평론가 입력 2022.05.10 03:00 홍용희 문학평론가 선생님, 삼도천의 꽃밭을 마음껏 걸으며 가세요. 선생님, 창밖 신록의 가로수 사이로 붉은 연등이 고즈넉하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엄혹한 시절, 서대문 형무소 높은 담벼락 안에서 인왕산을 밝히는 연등을 보며 이렇게 노래하셨다지요. ‘꽃 같네요./꽃밭 같네요/물기 어린 눈에는 이승 같질 않네요/갈 수 있을까요/언젠가는 저기 저 꽃밭/살아 못 간다면 살아 못 간다면/황천길에만은 꽃구경할 수 있을까요/삼도천을 건너면 저기에 이를까요/벽돌담 너머는 사월 초파일’(시 ‘초파일 밤’) 저는 이토록 아름다운 꽃밭을 노래한 시는 세상에 다시 없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

유추, 생각의 중추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3] 유추, 생각의 중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22.02.15 03:00 2월 15일 오늘은 세 사람의 탁월한 사상가가 태어난 날이다. 제러미 벤담(1748), 앨프리드 화이트헤드(1861), 그리고 더글러스 호프스태터(1945)가 얼추 100년 간격으로 탄생했다. 법률가로 시작해 공리주의 철학을 집대성한 벤담과 수학을 공부하고 이른바 과정 철학(process philosophy) 분야를 정립한 화이트헤드에 관해서는 익히 알고 있겠지만 호프스태터는 좀 낯설지 모른다. 그러나 1979년 그에게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안겨준 책 ‘괴델, 에셔, 바흐’를 최애하는 독자는 은근히 많다. 호프스태터에게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Walking encycloped..

김대균의 말

김대균의 말 어느 분이 그러셨든가? 무릇 예인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선 학습하고 길에서 풀이하다 길가에 묻히는 것을! 신분제도하에 광대는 팔천에 하나였으니 선대, 예인들의 삶 일상의 노곤함 이만저만이 아니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나 또한 줄탄다는 이유로 사회적 무관심 냉대 및 하대 경험치 상당한데 선대 예인들 오죽했으랴! 그래도 신분상으로는 보잘 것 없었으나 예인들의 근기는 대단들 햐셨다! 백정은 썩은 기둥에서 때어난 노래기입니다 재인광대는 똥에서 태어난 파리입니다 근디, 노래기는 사람 눈에 띄면 밟아 죽이지만 똥파리는 아닌 말로 임금님 용안에도 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광대죠? 고인이 되신 어느 어른의 말씀 과천 하늘에 메아리 친다! 김대균 1967~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안동대학교..

틱낫한 스님이 남긴 것

[배영대 曰] 틱낫한 스님이 남긴 것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29 00:28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가령 한 의사가 당신에게 3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했다고 치자. 당신은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운명을 한탄하고 시간을 낭비하며 고통과 절망에 몸을 맡길까? 아니면 그 3개월의 매 순간을 깊이 있게 살아갈 결심을 할까? 세계적 명상 지도자 틱낫한 스님이 했던 죽음에 관한 법문의 일부다. 실제 ‘3개월 시한’ 선고를 받은 한 젊은이가 그를 찾아와 털어놓은 고민이라고 한다. 스님의 대답은 매 순간을 깊이 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3개월도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하는데,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삶이란 탄생과 죽음의 연속적 공동 작업 좋음-나쁨 이분법 경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