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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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별이 들려주는 이야기(마음글) 341

❝하수는 똑똑해 보인다

[이동규의 두줄칼럼] [111] 바보론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3.10.20. 03:00 ❝하수는 똑똑해 보인다 고수는 바보처럼 보인다❞ 옛말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아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처신하는 거라고 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난득호도(難得糊塗)’가 고난도의 처세술인 이유다. 일찍이 한비자도 “지혜를 감추면 총명함을 얻고, 마음을 드러내면 사람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살면서 가끔은 어리석어 보라는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로 유명해진 ‘Stay Foolish’는 서양판 대지약우(大智若愚)다. “태어날 땐 당신만 울고 모든 사람이 웃었다. 이 세상을 떠날 땐 정반대로 당신은 웃고 모든 사람이 우는 인생을 살아라.” 나라의 어..

우주만물은 ‘서로 안에’ 있다

우주만물은 ‘서로 안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3.09.19 00:47 지면보기 고진하 시인·목사 적적한 시골이라 누가 찾아오면 귀인을 만난 양 반갑다. 며칠 전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귀농한 젊은 친구가 환하게 웃으며 시금치 한 단을 건네준다. 이거 제가 키운 거예유. 붉은 흙이 그대로 붙어 있는 풋풋한 시금치. 감사의 말을 건넬 사이도 없이 그 친구는 바쁜 일이 있다며 낡은 트럭을 몰고 씽~ 사라진다. 나는 손을 흔들어 배웅한 후 시금치를 다듬으며 그가 한 말을 곱씹어본다. 이거 제가 키운 거예유! 겨우 귀농 2년차의 서툰 농부인 그가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키웠으니 스스로도 얼마나 대견했을까. 하지만 그의 말은 반만 진실이다. 어디 저 혼자 시금치를 키울 수 있단 말인가. 햇볕, 공..

“새만금 공항부터 취소합시다” 호남 청년의 6가지 제안

[호남 통신] “새만금 공항부터 취소합시다” 호남 청년의 6가지 제안 잼버리 사태 반복되지 않도록 호남이 스스로 변해야 할 때 새만금 1.5㎞ 거리에 군산공항, 무안·광주 공항도 수백억 적자 ‘호남독점’ 안 돼… 민주당 구미시장처럼 국힘 신안군수 나와야 박은식 의사·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입력 2023.08.22. 03:00업데이트 2023.08.22. 10:17 일러스트=이철원 호남인 여러분.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보며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습니까. 광주가 고향인 저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실의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남 탓을 할 때는 더욱 아닙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호남이 스스로 변해야 할 때입니다. 먼저 재경 학숙을 없앱시다. 은평구와 동작구의 남도학숙..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중앙일보 입력 2023.06.21 00:52 지면보기 원영 스님 청룡암 주지 뜰 앞에 나가 비 갠 뒤의 맑고 푸른 하늘을 우러러 두 팔 벌려 한껏 품에 안아보았다. ‘하늘이 나를 안은 것인가, 내가 하늘을 품은 것인가.’ 도심의 혼탁한 기운과 소음도 맑은 허공이 다 감싸주었는지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오늘은 푸른 기운이 청룡암 도량에 가득하니, 어디선가 용이라도 꿈틀할 기세다. 청량한 아침, 물 한 동이 들고 나가 산문 앞 수국에 부어주었다. 절 앞에 놓아둔 수국이 하루가 다르게 뭉실뭉실 피어나 풍성하고 아름다워지더니, 고운 자태를 뽐내려고 자리싸움까지 하는 모양새다. 과연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보았다는 신선의 꽃이 바로 이 수국이련가 싶다. ‘어느 해인가 신선..

만해의 오도송(悟道頌)

[오후여담] 만해의 오도송(悟道頌) 문화일보입력 2023-06-08 11:37 오승훈 논설위원 툇마루에 앉으니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6월 한낮 따가운 볕을 막아주는 듯했다. 좁은 비탈길을 오르느라 차올랐던 숨도 잦아든다. 한양 도성의 북쪽, 성북동에 있는 만해 한용운(1879∼1944)의 고택 심우장(尋牛莊)이다. 수행을 소 찾는 일에 비유해 붙인 이름이다. 안방과 사랑방 등이 일자로 배치된 정면 4칸의 단출하고 너무 소박한 한옥. 만해는 3·1 독립선언식으로 옥고를 치르고 나와 전전하다 1933년 벽산 스님과 방응모, 박광 등 지인들이 마련해준 이 집에서 입적할 때까지 지냈다. 그 시절엔 인가가 드문 골짜기였을 게다. 대청에 유리문을 달고 처마에 함석 챙을 단 것으로 보아 북촌 등에 개축 바람이 불었던..

장성 편백숲의 운명

언전문가칼럼 [조용헌 살롱] [1400] 장성 편백숲의 운명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입력 2023.06.05. 03:00업데이트 2023.06.05. 15:53 전남 장성 축령산 자연휴양림 편백나무숲.(2012.12.21)./조선일보 DB 이제까지 20년간 써온 ‘조용헌 살롱’의 대부분은 전남 장성군 축령산의 편백숲에서 썼다. 처음 살롱을 쓸 때는 일주일에 3회를 썼는데 심리적인 부담감이 뒤따랐다. 하나 쓰고 나면 다음 날개가 다가오는 풍차 밑에 앉아 있는 심정이었다. ‘나는 전생에 어떤 업보가 있길래 이처럼 원고 마감에 시달리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자문자답을 하였다. 원고 부담이 들 때마다 편백숲으로 들어갔다. 조상 혼령들의 계시에 의하여 편백숲 들어가는 초입에 글방인 ‘휴휴산방’을 구할 ..

삶의 승화

삶의 승화 중앙일보 입력 2023.05.26 01:02 업데이트 2023.05.26 01:52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최진석 KAIST 김재철AI대학원 초빙석학교수·새말새몸짓 이사장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나는 헤르만 헤세의 이 문구를 자코메티의 조각 ‘걷는 사람’에서 읽는다. ‘걷는 사람’은 멈추지 않는다. ‘다음’을 향한 기울기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그저 걸을 뿐이다. 이들은 다음을 향해 튀어 나가려는 탄성이 있어야 진짜 사람임을 제대로 안듯하다. 사람은 탄성의 속성을 가진 이 힘을 가지고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되는데, 사람은 바로 이 힘으로 시시포스가 천형처럼 바위를 밀어 올리듯이 자신을 메고 한계를 넘으려고 발버둥 치는 상승을 한다. 승화하는 것이다. 자신 넘어서면서 자신이 되..

과도한 가족주의가 비혼 늘리고 출산 줄인다

[朝鮮칼럼] 과도한 가족주의가 비혼 늘리고 출산 줄인다 신조어 ‘판교 신혼부부’ 최근 신분 상속·특권 세습 상징 “결혼은 중산층 이상의 문화” ‘부모 뽑기’ 실패한 다수 청년은 인생 로또에서 박탈감 커져 거래로 변질되고 있는 孝 문화 과도한 가족주의와 이별해야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사회학 입력 2023.05.19. 03:20업데이트 2023.05.19. 08:15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비혼은 증가 중이고 출산은 급감 중이다. 통계청의 ‘2022 사회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의 70%가 결혼은 필수 아닌 선택이라고 응답했다. 아예 비혼식(非婚式)까지 거행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아 비혼 직원과 기혼 직원을 똑같이 대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편 출생아 수는 올해 초 드디어 월 1만명대까지..

근로자의 날, ‘근(勤)’은 억울하다

[태평로] 근로자의 날, ‘근(勤)’은 억울하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근로’는 조선시대엔 ‘노동’보다 많이 써 일제 잔재라는 건 가짜 뉴스 누가 왜 근로에 돌을 던지나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5.01. 03:00 같은 하루인데 부르는 명칭은 둘인 날이 있다. 5월 1일, 바로 오늘이다. 누구는 ‘근로자의 날’이라 하고 누구는 ‘노동절’이라 한다.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 공무원이냐 아니냐 등에 따라 어떤 직장인에게는 까만 날이고 어떤 직장인에겐 빨간 날이다. ‘이날 쉬면 근로자, 출근하면 노동자’라는 뼈 있는 농담도 들린다. 근로자의 날 연휴를 앞둔 지난 28일 제주국제공항에서 관광객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뉴스1 생계 유지 활동을 일컫는 근로와 노동 사이에는 대립적 긴장감이 서려 있다. 보..

김형석 “동창 윤동주는 못 펼쳐 본 국어사전… 지금도 늘 뒤적인다”

김형석 “동창 윤동주는 못 펼쳐 본 국어사전… 지금도 늘 뒤적인다” [나의 현대사 보물] [2] 철학자 김형석 교수 양구=유석재 기자 입력 2023.04.25. 03:00업데이트 2023.04.25. 09:22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21일 오후 강원도 양구 근현대사 박물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기증한 백자의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박상훈 기자 원로 철학자 김형석(103) 연세대 명예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책상에 놓인 낡은 국어대사전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김 교수가 일흔 살 무렵인 1991년 구입해 30년 넘게 써 온 금성출판사 국어대사전이다. 광복 이후 비로소 국어사전을 볼 수 있었고 이후 여러 차례 사전을 바꿔 가며 사용해 오던 것을, 당시 나온 최고 수준 ..

택시를 탄 게 아니라 詩를 탔다

[오세혁의 극적인 순간] 택시를 탄 게 아니라 詩를 탔다 급한 일로 탄 택시지만 교통정체로 발만 동동, 마음만 더 다급해져 그때 기사가 나직하게 말했다 “제가 쓴 시 한번 읽어보실래요?” 한 사람 인생 그곳에… SNS에 올리자 “나도 그 택시 탔다” 잇따라 오세혁 극작가·연출가 입력 2023.03.23. 00:00업데이트 2023.03.23. 00:25 지난달 아침에 급한 일이 생겨서 택시를 탔다.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노트북으로 글 마감도 해야 하는 날이었다. 택시를 타자마자 노트북을 꺼냈는데 배터리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교통 정체 중이었다. 휴대폰을 꺼내서 메모 앱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은 화면으로 쓰니까 분량이 감이 오지 않았다. 중간중간 전화가 걸려와서 글쓰기가 계속 멈췄다. 교통 정체는 여..

유시민을 위한 칸트 강의

유시민을 위한 칸트 강의 중앙일보 입력 2023.02.23 00:58 업데이트 2023.02.23 01:33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지면보기 진중권 광운대 교수 “검찰이 왜 이토록 집요하게 이재명을 노리는가? 윤 대통령이 시켰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 유시민 씨의 말이다. 그럼 왜 윤 대통령은 그런 지시를 내렸는가? 그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하나는 감정설, 다른 하나는 전략설이다. 감정설은 “대통령이 이재명을 싫어해 감옥에 집어넣으라고 지시했다”는 것, 전략설은 “구속영장 청구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이재명을 계속 흠집 내” 민주당을 내부 분열의 늪에 빠뜨리기 위한 대통령의 계략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제 가설들을 차례로 기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국의 대통령이 설마 사적 ‘감정’ 때문..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2023.02.17 00:56 지면보기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김영삼 정부 때였다. 정계 2인자로 인정받던 김종필을 중심으로 교육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번지고 있는 학원폭력과 청소년들의 반(反)사회질서 행태들을 예방 선도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좌담회였다. 내가 그 해결 방향과 방법을 위한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재 중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편입하는 내용이었다. 대학에 가서도 인문·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인격의 가치와 인권의 절대성은 물론 선하고 아름다운 삶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정신과 사상을 계속 일러주자는 제안이었다. 청소년 시기에 봉사 생활화해야 지식전달..

청라언덕에 새봄이 옵니다

[김윤덕의 新줌마병법] 청라언덕에 새봄이 옵니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대구… 역전, 서문시장, 근대거리에 활기가 시인 이상화 골목엔 여행자 발길, “빼앗긴 들에 봄 찾아온 듯” 밥그릇 싸움 하는 정치판엔 쓴소리 “民心 이기는 권력 없지예” 조선일보 입력 2023.01.31 03:00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었다. 우옛든동 봄은 또 오겄지예 했던 늙은 여인들의 소망은 역병보다 강해서, 그사이 세 번의 봄이 오고 겨울이 물러갔다. 동대구역은 열차에서 내리고 오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땐 봉쇄를 시키니 마니 했으니 누가 오겠어요. 딴 데 겉으면 폭동 일났지. 양반이라서가 아이고, 대구 사람들이 쫌 모지라서. 지 밥그릇 하나 제대로 몬 지키는 사람들이라서.” 서문시장으로 택시를 몰던 기사는 80년대 중반 서울 ..

‘참회록’ 쓰지 않는 사회

[박성희의 커피하우스] ‘참회록’ 쓰지 않는 사회 24세 윤동주 “나의 거울을 닦아보자” 참회록 써 지금은 개인이나 집단이나 잘못했다는 반성 없어 고은 시인이 참회록 쓴다면 노벨상 탄생할 수도 지난 정부는 잘못 비춰볼 거울 가지고 있긴 하나 국민을 화나게 하는 건 반성 없는 내로남불 태도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한국미래학회 회장 입력 2023.01.27 03:00 ‘참회록’은 윤동주 시인이 1942년 조국에서 쓴 마지막 시의 제목이다. 반성과 성찰의 상징인 ‘거울’을 통해 부끄러움의 미학을 전하는 이 시는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로 시작하여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로 맺는다. 만 24세를 갓 넘긴 젊은이가 무어 그리 참회할 일이 있었을까.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