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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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균의 말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4. 19. 14:54

김대균의 말

 

어느 분이 그러셨든가?

 

무릇 예인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선 학습하고

길에서 풀이하다

길가에 묻히는 것을!

 

신분제도하에

광대는 팔천에 하나였으니

선대, 예인들의 삶

일상의 노곤함 이만저만이

아니였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나 또한 줄탄다는 이유로

사회적 무관심 냉대 및 하대

경험치 상당한데

 

선대 예인들

오죽했으랴!

 

그래도 신분상으로는 보잘 것 없었으나

예인들의 근기는

대단들 햐셨다!

 

백정은 썩은 기둥에서 때어난

노래기입니다

 

재인광대는 똥에서 태어난

파리입니다

 

근디, 노래기는

사람 눈에 띄면 밟아 죽이지만

 

똥파리는 아닌 말로

임금님 용안에도 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광대죠?

 

고인이 되신

어느 어른의 말씀

 

과천 하늘에

메아리 친다!

 

 

김대균 1967~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 석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연희과 졸업

 

김대균의 줄타기* / 나호열 

 

1.

바람 센 날

한손에 부채 쥐어들고

줄에 오른다

이게 다 밥 먹고 사는 벱이여

얼쑤, 추임새 넣고

밑을 내려다본다

아차 줄 놓는 순간에

콘크리트 두꺼운 회색 바닥에

어떻게 될지

다섯 길이 안 되는

동아줄 위를

아슬아슬

양반다리 했다가

재재걸음 발름대다가

털썩 주저앉았다가

뒹겨오를 때마다

구경꾼들은 박수를 친다

배운 게 이거밖에 없어

사타구니 속 쳐다보지 말아

아무것도 없다니까

다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이 짓거리 낸들 좋아서 하남

얼쑤

 

2.

매트리스 한 장 깔지 않고

혼신의 힘

줄 위를 오간다

이 끝에서는 저쪽 춘향이가 보이고

저 끝에서는 이쪽 이도령이 보이나

오, 줄이며, 길이며, 밥줄이며, 밥길인

줄타기

절대로

줄 위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광대

연습 없는 죽음을 향해

그가 광대의 탈을 벗고 사람이 되는 날

그날은 허공에 홀연히 몸을 날려

실수인 듯

맨바닥으로

아득히 추락하는 날이다

 

 

 

*김대균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58호이다. 아홉 살, 어려서부터 줄

을 타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2001년 5월 경희대학교 축제 때 콘크

리트 마당에서 15분간 줄을 탔다. 나는 일회용 커피를 마시면서 박수를

쳤고, 바람이 유난히 거센 날의 일이었다.

http://www.jultagi.or.kr(김대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