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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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박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2. 14. 13:55

 

박서

 

나는 망치다

한번 내리치면 뼛속까지 못이 박힌다고 다들 한 주먹에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어두운 밤 골목을 바람으로 떠돌 때 조금 유식한 주먹 형님이 내게 말했다 주먹도 고상하게 쓰면 스포츠가 되는거야 비행기도 타고 돈도 벌어 학벌도 필요 없는 박서가 되는거야 아니 박사 말고 영어로 바악서 그래서 나는 바악서가 되었다

한 발짝 등 뒤에는 낭떠러지 임전무퇴 몸으로 탱크가 덮쳐와도 눈을 감으면 안되지 성난 황소가 되어 앞으로 앞으로 가벼운 풋 워크로 주먹을 날리면 내 눈에는 낙엽처럼 쓰러지는 그림자만 보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바람을 피하는 재주는 없어 한 방에 보내려다 맷집이 없는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정년도 명퇴도 없이 나는 자루가 없는 망치가 되어버린거야 그래도 가끔은 가위에 눌려 허공과 섀도복싱을 해 인생이 그렇지 않나 보이지 않는 꿈을 잡으려고 허우적대다 제 풀에 주저앉고마는

 

나는 녹슨 망치야

계간문예 202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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