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12/06 7

[203] 지유조심(只有操心)

[정민의 세설신어] [203] 지유조심(只有操心)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3.27. 02:44    이덕무가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서 말했다. "사람이 한번 세상에 나면 부귀빈천을 떠나 뜻 같지 않은 일이 열에 여덟아홉이다. 한번 움직이고 멈출 때마다 제지함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일어나, 조그만 몸뚱이 전후좌우에 얽히지 않음이 없다. 얽힌 것을 잘 운용하는 사람은 천 번 만 번 제지를 당해도 얽힌 것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얽힌 것에 끌려 다니지도 않는다. 때에 따라 굽히고 펴서 각각 꼭 알맞게 처리한다. 그리하면 얽힌 것에 다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내 화기(和氣)를 손상시키지도 않아 저절로 순경(順境) 속에서 노닐게 된다. 저 머리 깎고 산에 드는 자 중에도 괴롭게 그 제지함을 ..

[16] 어떤 울부짖음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16] 어떤 울부짖음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7.24. 23:52    대지는 지금고요히 흔들려라기름매미여だいち ゆ あぶらぜみ大地いましづかに揺れよ油蝉아침부터 맴맴, 맴맴. 드디어 나타났다, 한여름의 사랑꾼. 짝을 찾는 뜨거운 목소리에 하늘이 울리고 대기가 요동치니 그 생명의 기운으로 대지마저 흔들리는 듯하다. 모더니즘 하이쿠 시인 도미자와 가키오(富澤赤黄男, 1902~1962)의 한 수다.기름 매미는 찌르르르, 찌르르르 우는 소리가 기름 끓는 소리 같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과연 저 나뭇가지 위에서 뜨겁게 달군 기름에 튀김옷 튀기는 소리가 나고 있으니, 기름 매미의 애타는 구애에 애먼 사람 마음도 흔들릴 지경이다. 아니면 뜨거운 여름날이 너무 좋아 저렇게 비명을..

“난 붓다처럼 살 생각 없었다” 그 하버드생이 출가한 까닭

궁궁통통2“난 붓다처럼 살 생각 없었다” 그 하버드생이 출가한 까닭카드 발행 일시2024.12.06에디터백성호백성호의 궁궁통통2세상에 문제 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모두의 삶에는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저는 그 문제로 인해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생각합니다.왜냐고요?문제를 품고서 골똘히궁리하고,궁리하고,또궁리하는 과정을 통해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그게 결국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궁리하고 궁리하면통하고 통합니다.‘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그런 이야기를 담습니다.#궁궁통1환산 스님을만난 적이 있습니다.그는미국에서태어나고 자란재미교포 2세입니다.인천 용화선원에서 수행하던 시절의 환산 스님. 깨달음은 절집 안과 절집 밖의 차이가 없다. 30년간 절집에서 수행한 그는 훗날 '테오도르 ..

붓다를 만나다 2024.12.06

"빵 없으면 케이크 먹으라"… 대중 분노가 만든 가짜 뉴스죠역사 속 오해들

[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빵 없으면 케이크 먹으라"… 대중 분노가 만든 가짜 뉴스죠역사 속 오해들 정세정 장기중 역사 교사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4.12.04. 00:30     영국 화가 윌리엄 해밀턴이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의 처형’(1794년). 앙투아네트 왕비(흰 드레스를 입은 사람)가 단두대로 끌려가는 모습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고 알려진 말인데요.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경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와 관련이 있는 300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약 67억원에 낙찰됐다고 합니다. 1780년대 중반엔 한 프랑스 여성이 앙투아네트를 사칭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빼돌렸대요. ..

문화평론 2024.12.06

사회주의·자본주의 양쪽 경험이 예술적 자산

사회주의·자본주의 양쪽 경험이 예술적 자산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獨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인터뷰황지윤 기자입력 2024.12.04. 00:37업데이트 2024.12.04. 07:39     독일 베를린에 사는 예니 에르펜베크가 책이 빼곡한 그의 서재에 섰다. 소설 ‘카이로스’는 한스와 카타리나의 뒤틀린 관계를 보여주며 베를린 장벽 붕괴 전후 독일을 비춘다. 에르펜베크는 “모든 관계는 서로 다른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의 대가로 자기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녀가 그를 향해 말했다. 벌써 문을 닫았네요. 그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커피 한잔할까요? 그녀가 말했다. 네. 그게 전부였다. 모든 것이 마치 정해진 것처럼 그렇게 되었다. 1986년 7월 1..

‘다산의 일기장’(김영사)

팩트만 나열한 '청년 다산'의 일기… 훗날 사용할 알리바이 증명이었다정민 한양대 교수 '다산의 일기장' 출간김광진 기자입력 2024.12.04. 00:38                                            3일 간담회에서 저서 ‘다산의 일기장’을 설명하는 정민 한양대 교수. /뉴스1 ‘지엄한 교지를 받고 금정찰방에 제수되었다. 오후 3시쯤 출발해서, 가는 길에 우상 채제공에게 들러 절을 올렸다. 청파에 이르러 이 판서(이가환)와 만나 작별하였다. 20리를 가서 승방점에서 묵었다.’ 다산 정약용이 기록한 ‘금정일록’의 1795년 7월 26일 내용이다.고전학자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주석을 붙여 완역한 ‘다산의 일기장’(김영사)을 출간했다. 1795년(정조 19년) 천주교..

예송 논쟁

[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상복 두고 싸운 '소모적 정쟁'일까… 조선 정치철학 논쟁이기도예송 논쟁유석재 기자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4.12.05. 00:30    정치권에서 국정과 별 상관없는 문제를 둘러싸고 치고받는 싸움을 할 때마다 언론에서 나오곤 하는 말이 있죠. “21세기판 ‘예송(禮訟) 논쟁’이다!”국민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송 논쟁이나 하고 있느냐는 말부터, 사실 예송 논쟁은 예법 문제를 빌미로 벌인 당파 간의 지배권 싸움이라는 해석까지 여러 말들이 나옵니다. 모두 예송 논쟁이 ‘민생과 무관하게 쓸데없는 걸 가지고 벌였던 정쟁’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그랬을까요? 아니, 예송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조선의 예법을 상징하는 건물인 서울 종로구 ..

유물과의 대화 2024.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