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12/31 8

한강이 남긴 것들

한강이 남긴 것들나호열 (시인)   2024년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의 소설가 한강을 선정했다. 우리나라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로 최초, 거기다가 50대 초반의 젊은 작가가 영예를 안았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환호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연간 6만 2천 여종의 책이 출간되었는데 연간 독서량은 7권에 불과하며, 만 부가 팔리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이에 부응하여 그동안 발간되었던 한강의 소설집들을 다시 읽어보겠다고 서점으로 달려가는 통에 순식간에 100만부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잇달아 들려왔다. 나도 서가 모퉁이에서 그 책을 찾아냈지만『채식주의자』(2007..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20년… '죽음 공부' 쓴 의사 박광우

"잘 죽는 것이 잘 사는 것입니다"[아무튼, 주말][박돈규 기자의 2사 만루]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20년… '죽음 공부' 쓴 의사 박광우박돈규 기자 입력 2024.12.28. 00:30업데이트 2024.12.30. 16:58    가천대 길병원 박광우 교수는 신경외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더블보드 의사다. 20여 년 동안 말기 암과 파킨슨병을 주로 치료하며 환자들 생의 마지막을 돌봤다. 수술복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절대 안 죽을 듯이 사는 사람이 많다”며 “죽음을 똑바로 볼수록 삶이 더 선명해진다”고 말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들 한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거북하고 불편하다. 그런데 말기 암과 파킨슨병을 주로 치료해 온 이 의사는 ..

[207] 불위선악(不爲善惡)

[정민의 세설신어] [207] 불위선악(不爲善惡)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4.23. 23:12업데이트 2013.04.24. 04:36  을사사화 때 임형수(林亨秀·1504~ 1547)가 나주에서 사약을 받았다. 열 살이 못 된 아들에게 말했다. "글을 배우지 말거라." 아들이 울며 나가니, 다시 불러 말했다. "글을 안 배우면 무식하게 되어 남의 업신여김을 받을 테니, 글은 배우되 과거는 보지 말라." '연려실기술'에 나온다.후한 때 범방(范滂·137~169)은 만인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인물이었다. 영제(靈帝) 때 자청해서 형을 받으러 나가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네게 악을 행하라 권하고 싶구나. 하지만 악은 할 수가 없는 법. 그래서 네게 선을 권하려 한다만, 나는 악이나 행하지 않으..

구석기舊石器의 사내

구석기舊石器의 사내  하루 동안 이 만년을 다녀왔다선사先史로 넘어가는 차령車嶺에서 잠시 주춤거렸지만돌로 도끼를 만드는 둔탁한 깨짐의 소리가오수를 깨우는 강변에서말이 통하지 않는 한 사내를 만났다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강을 따라목책으로 둘러싸인 움집 속몇 겁의 옷을 걸쳐 입은 그의 손엔날카로운 청동 칼이 번득이고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은 채삼천년이 지나갔다내가 노을 앞에서 도시의 불빛을 되내일 때그 사내는 고인돌 속으로 들어가뼈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 갔다천 오백년 전 망한 나라의 나들목을 지나하루의 풍진을 씻어내는 거울 앞에수척해진 채 돌도끼를 만들 줄 모르는구석기의 사내가우두커니 서 있었다

국민

세치 혀로 천냥 빚은 갚을 수 있어도 거짓은 덮을 수는 없다. 국민 (시/ 정병근).그는 한 사람으로 지나가고 여러 사람으로 흩어진다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그들의 한 사람으로 지나가기도 한다.한 사람의 그는 겸손하고 선량하다흉흉한 뉴스를 보면 - 세상이 무서워요선행을 한 후엔 -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터뷰에 응한다.여러 사람의 그는 모범적이지 않다그는 곧잘 피해자와 가해자로 합의된다- 잘 걸렸다소박하고 수줍던 그가 법 없이 살던 그가법을 들먹이며 도사린 마음을 드러낸다.살짝 부딪혔을 뿐인데 목뒤를 잡고 드러눕거나멀쩡한 치아를 흔들어 사태를 악화시킨다밤이 되면 담 밑에 쓰레기를 버리고훌쩍 담을 넘는 허깨비가 된다.아무도 보지 않을 때 그는 힐끔거린다.여러 사람의 그가 모인 자리에서 ..

카테고리 없음 2024.12.31

‘인생 해돋이’ 여기서 봤다, 2025년 꼭 걸어야 할 10곳

쉴 땐 뭐하지 호모 트레커스‘인생 해돋이’ 여기서 봤다, 2025년 꼭 걸어야 할 10곳카드 발행 일시2024.12.31에디터 김영주호모 트레커스는 올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길을 걸었습니다. 약 30여 군데의 둘레길과 트레일을 다녔습니다. 지난 1~2월 47일 동안 강원 고성군 진부령(해발 520m)에서 지리산 천왕봉(1915m)까지 700㎞를 종주했으며, 지난 9~10월엔 다시 지리산에서 태백산(1567m)까지 백두대간 길을 한 번 더 걸었습니다. 한여름엔 울릉도 라운드 트레일(총 65㎞)을 걸었고, 산림청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동서트레일(총 849㎞) 중 경북 울진과 충남 태안·서산 구간을 모두 답사했습니다. 또 해남의 달마고도를 연결한 ‘땅끝 길’, 인제 아침가리 트레일 등 기존 걷기길에 더해 새..

인생은 대하소설

[일사일언] 인생은 대하소설나연만·소설가입력 2024.12.31. 00:32   장편소설을 쓰기 전에 소설가들은 시놉시스를 먼저 쓴다. 작가마다 시놉시스를 쓰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소설의 계획서 같은 것이다. 시놉시스에서 소설의 장르와 주요 줄거리, 주인공이 정해진다. 시놉시스 없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그런데, 단 한 번도 시놉시스대로 소설을 써나간 적이 없다. 처음에는 순조롭게 써지는 듯하다. 하지만 절반도 가기 전에 주인공이 파업을 하고 빌런이 개과천선하는 등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린다. 내가 쓰는 이야기인데도 그렇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나아간다. 빌런에게 사악한 생각을 주입하고 주인공을 움직일 동기를 안겨줘서 개연성을 확보한다. 줄거리는 바뀔지언정 한번 시..

카테고리 없음 2024.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