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작업이다. 이생진 90세가 넘은 나이로 내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은 단순히 시를 쓰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는 80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시를 썼고 시집을 출간하며 삶을 이해하려 해 보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더 이상 나를 얽매는 것들에게서 자유롭고 싶었다. 나의 시는 더 이상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우는 작업이었다. 피카소처럼 나도 내 안에 쌓여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다. 나에게 있어 시는 늘 나의 일부였다. 내 삶의 한 조각이자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였다. 시를 쓰는 행위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