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12/02 4

시는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작업이다.

🌹시는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작업이다. 이생진  90세가 넘은 나이로 내 문학 인생을 되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길은 단순히 시를 쓰는 과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었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지는 80년이 넘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시를 썼고 시집을 출간하며 삶을 이해하려 해 보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더 이상 나를 얽매는 것들에게서 자유롭고 싶었다. 나의 시는 더 이상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우는 작업이었다. 피카소처럼 나도 내 안에 쌓여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했다.  나에게 있어 시는 늘 나의 일부였다. 내 삶의 한 조각이자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창구였다. 시를 쓰는 행위는 나..

부친은 매독에 몸 썩어갔다, 그 아들이 그린 ‘섬뜩한 누드’

부친은 매독에 몸 썩어갔다, 그 아들이 그린 ‘섬뜩한 누드’카드 발행 일시2024.11.29에디터선희연절단된 신체와 뒤틀린 근육, 적나라하게 노출된 성기.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의 그림은 왜 이토록 기괴할까요. 책『마흔을 위한 치유의 미술관』(다산초당)을 쓴 윤현희(53) 작가는 “그림보다 화가에 주목하라”고 말합니다. 화가가 삶에서 느낀 좌절과 시련, 상처와 결핍이 그림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는 이야기죠.윤 작가는 “화가들의 삶 속에, 내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줄 단서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화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길래 빛나는 작품을 만들어 냈을까요. 우린 어떤 단서를 찾아서 일상으로 가져와야 할까요.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2)

[나무편지] 죽음의 고비를 넘고 넘어 30년… 아주 특별한 은행나무(2)  ★ 1,262번째 《나무편지》 ★   주말에 기온이 오르면서 길 위에 쌓였더 눈이 녹아내리자 그 아래에는 수북히 쌓여있던 낙엽이 드러났습니다. 폭설 아래 낙엽! 이런 일은 정말 처음입니다. 폭설로 쏟아진 주중의 눈은 단풍잎, 아니 아직 채 초록인 나뭇잎 위에 쌓였습니다. 날씨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마다 ‘사상 최초’ ‘역대급’ 등의 수식어는 이제 그냥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지금 이 《나무편지》를 보시는 시간에, 나는 일본을 대표하는 식물학자인 마키노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마키노 식물원〉의 나무들을 살펴보고 있을 겁니다. 어제 일본 시코쿠에 왔습니다. 일본 나무 답사는 목요일인..

오대산 선재善財길

오대산 선재善財길  어디에 닿을지 뻔히 알면서도길을 묻는다어느 사람은 비로毘盧로 가는 중이라고 했고어느 사람은 내세來世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혼자 걸으면 나에게 던지는 질문의 목소리를 벗할 수 있고여럿이 걸으면 푸른 하늘이 팔랑거리는 빨랫줄처럼출렁거리는 손길을 마주잡을 수 있다무심하게 지나치는 전나무들도저히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냇물이이십 리 길인데선지식善知識을 멀리 찾는 어리석음으로 이미 저녁이다어느 사람은 오르는 길이 마땅하다 하고어느 사람은 내려가는 길이 가볍다 하였다 아무렴 어때!오대산 선재길은내가 만든내 마음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