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놀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갑니다
어느 사람은 서쪽으로 흘러가는 강이냐 묻고
어느 사람은 죽어서 날아가는 먼 서쪽하늘을 그리워합디다만
서천은 에둘러 굽이굽이 마음 적시고
꿈을 입힌 비단 강이
어머니의 품속 같은 바다로 잦아드는 곳
느리게 닿던 역은 멀리 사라지고
역 앞 허름한 여인숙 어린 종씨는
어디서 늙고 있는지
누구에게 닿아도 내력을 묻지 않는 바람이 되어
혼자 울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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