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궁궁통통2
현각 스님 연 끊은 과학자 모친, 어느 날 편지 1통을 보내왔다
카드 발행 일시2024.11.22
에디터
백성호
백성호의 궁궁통통2
세상에 문제없는 인생이
과연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의 삶에는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그 문제로 인해
우리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문제를 품고서 골똘히
궁리하고,
궁리하고,
또
궁리하는 과정을 통해
솔루션을 얻기 때문입니다.
그게 결국
삶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그러니
궁리하고 궁리하면
통하고 통합니다.
‘백성호의 궁궁통통2’에서는
그런 이치를 담습니다.
#궁궁통1
푸른 눈의 수도자
현각 스님은
미국에서 엘리트였습니다.
예일대에서
철학과 문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을 공부했습니다.
현각 스님은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수행할 때 석 달간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묵언수행을 하기도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런 그가
낯선 한국 땅에 가서
머리 깎고
출가하겠다고 했을 때,
그의 어머니는
반대했습니다.
현각 스님의 어머니는
생화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였습니다.
귀하디 귀한
아들이
머나먼 한국 땅에 가서
독신 수도자가
되겠다고 하니,
어느 부모인들
손사래를
치지 않을까요.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출가해도
반대하는 부모가
꽤 있습니다.
현각 스님은
미국에서
낯선 한국 땅으로
출가하겠다고 했으니
오죽했을까요.
#궁궁통2
실제
현각 스님이
출가한 후에도
어머니는
상한 마음을
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온
현각 스님은
전남 순천의 송광사에서
고된 절집 일을 하면서도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무슨 내용을
담았느냐고요?
나의
하루 일상은
어떠하고,
이국땅에서
어떠한 절집 문화를
체험하고 있고,
나는 지금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펜으로
일일이 적어서
보냈습니다.
현각 스님은 동안거와 하안거가 끝나고 만행을 다닐 때 종종 대중을 상대로 법문을 하곤 했다. 백성호 기자
그래도
어머니는
답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을 향해
닫았던 마음을
열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현각 스님은
계속
두드렸습니다.
꾹꾹 눌러쓴
편지를 통해
어머니의 마음을
계속
두드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현각 스님에게
편지가 한 통 왔습니다.
발신자는
어머니였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현각 스님은
봉투를 뜯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궁궁통3
“세상의 어떤 학문이든
바닥까지 파다 보면
단 하나의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 물음은
‘나는 누구인가’이다.
네 편지를 읽다가
너의 수행과
나의 학문이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내 아들이
낯설고 먼 나라까지 가서
그 물음의 답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나는 누구인가. 불교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에 깔려 있는 궁극적 물음이다. 불교에서는 이 물음을 깨달음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문턱, 화두로 삼고 있다. 챗GPT, 백성호 기자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난
현각 스님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눈물이 핑 돌지
않았을까요.
자식이지만
출가 후에는
자식 취급을 하지 않던
어머니가
인생의 도반이자,
이치를 파고드는 연구자로,
삶을 나누는 수도자로
자신을 받아들여
주었으니까요.
편지 구절을
차분히 읽다 보면,
현각 스님 어머니의
안목도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한 분야의 바닥까지
직접
파고들어 가 봤던 사람이
던질 수 있는
말이니까요.
“어떤 학문이든
바닥까지 파다 보면
하나의 물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 물음이
바로
나는 누구인가, 입니다.
#궁궁통4
일간지에서
종교 분야를 취재하며
여러 종교의
성직자와 수도자를
만날 기회가
있습니다.
때로는 사석에서
때로는 인터뷰에서
아주 깊은
속내를 터놓기도 합니다.
현각 스님이 안고 있는 존재론적 물음과 현각 스님의 어머니가 안고 있던 과학자로서의 궁극적 물음은 다르지 않았다. 결국 삶의 이치, 존재의 이치는 종교든, 과학이든, 인문학이든 서로 통한다. 챗GPT, 백성호 기자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다르고,
천도교와 이슬람교가
서로 다릅니다.
원불교와 힌두교가
다르고,
도교와 유교도
서로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자신을 던지며
자기 종교의 바닥까지
내려가
수도하는 이들을
만나면
참 놀라운 대목이
있습니다.
사유의 바닥,
궁리의 바닥,
수도의 바닥,
종교의 바닥에서
그들이 들고 있는
물음은
하나같이
닮았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쩌면 그게
진리로 들어서는
마지막 문턱이 아닐까,
싶더군요.
예수가
광야에서
마주했을 물음,
붓다가
보리수 아래에서
마주했을 물음도
이와
다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가
삶에서 던져야 하는
첫 번째 물음이고,
수도의 길에서
풀어야 하는
마지막 물음이기도
합니다.
#궁궁통5
인터뷰 말미에
현각 스님에게
부탁했습니다.
독자들에게 추천할
책 세 권을
알려달라.
현각 스님은
잠시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제가 추천할
첫 번째 책은
‘나는 누구냐’라는 책입니다.
이건
서점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책입니다.”
언제든지 꺼내서 볼 수 있는 내 인생의 책. 현각 스님은 그게 내 마음 속에 있는 궁극적 물음이라고 했다. 다름 아닌 '나는 누구인가'이다. 챗GPT, 백성호 기자
현각 스님이
추천한 첫 책은
종이로 된 책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던지는
물음이었습니다.
“이 책은
표지도 없고
손으로 넘길
종이도 없지만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마음의 책입니다.”
그럼,
두 번째 책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다음 추천서는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물음입니다.”
현각 스님은
마지막 추천서도
말했습니다.
“세 번째 추천서는
내가 죽을 때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입니다.”
현각 스님의 답을
모두 듣고서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모두
우리 안에 이미 있는
책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음들입니다.
그렇지만
좀처럼 꺼내지 않던
책들입니다.
뽀얗게 먼지가
꽤나 쌓인
물음들입니다.
현각 스님은
이제
그걸 꺼내보자고
하더군요.
왜냐고요?
내 삶의 뿌리를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나를 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한 마디!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각 종교를
서로 다른 강이라고 생각합니다.
흐르는 방향도 다르고,
도달하는 종착지도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각 종교의 내공 있는 수도자나
영성가를 만나보면
다릅니다.
그들이 안고 있는
첫 번째 물음은
다 똑같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국
이 문제를 풀면서
누구는 붓다가 되고,
누구는 천국을 찾더군요.
언어가 다르고,
풀어내는 문법이 다르고,
종교의 이름이 다르지만
그 알맹이는
서로 통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가 풀어야 할
삶의 첫 번째 단추니까요.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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