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들
- 기벌포에서
사라지기 위하여 걷는 사람이 있다
두루미의 다리로 휘청거리며
절대로 뒤돌아보는 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온 몸으로 받는 자세로
하염없이 걸어간다
그러나 그는 저 강이 시작된 눈물에 닿기 전에
길이 끊겨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고요에 닿기 전에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리움이라는 집은 이미 불타고 없는데
탕진한 생生의 목마름으로
이미 껍데기만 남은 알 속으로 몸을 버린다
오늘도 그는 사라지기 위하여 걷는다
'바람과 놀다 (2022.1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둔역에서 (0) | 2024.11.22 |
---|---|
탑이라는 사람-선림원지 3층 석탑 (0) | 2024.11.19 |
안부 安否 (0) | 2024.11.07 |
안녕, 베이비 박스 (1) | 2024.11.04 |
예뻐서 슬픈 (0) | 2024.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