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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걷는 사람들- 기벌포에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11. 15. 16:27

 

걷는 사람들

- 기벌포에서

 

 

사라지기 위하여 걷는 사람이 있다

두루미의 다리로 휘청거리며

절대로 뒤돌아보는 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온 몸으로 받는 자세로

하염없이 걸어간다

그러나 그는 저 강이 시작된 눈물에 닿기 전에

길이 끊겨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고요에 닿기 전에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리움이라는 집은 이미 불타고 없는데

탕진한 생生의 목마름으로

이미 껍데기만 남은 알 속으로 몸을 버린다

오늘도 그는 사라지기 위하여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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