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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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종점의 추억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4. 8. 21:42

 

 

 

종점의 추억

 

가끔은 종점을 막장으로 읽기도 하지만

나에게 종점은 밖으로 미는 문이었다.

 

자정 가까이

쿨럭거리며 기침 토하듯 취객을 내려 놓을 때

끝내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귀잠 들지 못하고 움츠려 서서

질긴 어둠을 씹으며 새벽을 기다리는 버스는

늘 즐거운 꿈을 선사해 주었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얼마나 큰 설렘인가

西江 行 이름표를 단 버스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유년을 떠나갔지만

서강은 출렁거리며 내 숨결을 돋우었다

 

그곳에 가면 아버지를 만날까

이윽고 내가 서강에 닿았을 때

그곳 또한 종점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내 몸에 잠들어 있던 아버지가

새살처럼 돋아 올랐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내가 말한다

이 세상에 종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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