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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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례시집 『아름다운 달력』 : 순정純情한 삶의 길을 보여주는 시詩

순정純情한 삶의 길을 보여주는 시詩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1. 시詩는 말씀 언言과 절 사寺가 합해진 글자입니다. 이를 직역하면 언어의 사원이 시라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사원寺院은 불교에서는 불상을 모시고 승려들이 수도하는 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시는 우리가 쓰는 말을 존귀하게 받드는 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공자孔子께서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編에서 “시경詩經에 있는 삼백 편의 시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생각에 거짓됨이 없다’는 것이다” (시 삼백 일언이폐지『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라고 하였듯이 시는 세상을 측은하게 살피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시의 정의는 사寺를 지持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시는 마음에서 일으켜지는 생각을 잡는 것- 시언지 詩言志-으로 풀이가..

[27] 천상의 빛과 지상의 빛이 공명할 때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7] 천상의 빛과 지상의 빛이 공명할 때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5.01.08. 23:50업데이트 2025.01.09. 02:49 달빛 한 줄기얼어붙은 호숫가함께 빛나네つきいちりんとうこいちりんひか月一輪凍湖一輪光りあふ 빛도 파도의 형태를 띤다. 진동하며 움직인다. 밤하늘의 달도, 한겨울 얼어붙은 호숫가의 얼음도 모두 흔들리며 우리 눈에 들어온다. 눈이 시리도록 추운 겨울날, 나는 담요를 덮어쓰고 베란다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흔들리는 작은 별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내게로 달려온다. 까마득한 은하계에서부터 이곳에 서 있는 내게로 별빛이 올 때까지 몇 번의 파동을 거쳤을까. 그 힘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시간도 만만치 않게 들었을 것이다. 과거로부터 ..

[225] 석복수행(惜福修行)

[정민의 세설신어] [225] 석복수행(惜福修行)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8.28. 03:06 이덕무의 '입연기(入燕記)'에 각로(閣老) 부항(傅恒)이 죽자 그 아들 부융안(傅隆安)이 석복(惜福)을 하려고 집안의 엄청난 보물을 팔았는데, 그 값이 은 80만냥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석복은 더 넘칠 수 없는 사치의 극에서 그것을 덜어냄으로써 적어도 그만큼 자신의 복을 남겨 아껴두려는 행위였다.송나라 여혜경(呂惠卿)이 항주(杭州) 절도사로 있을 때 일이다. 대통선사(大通禪師) 선본(善本)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선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출가해서 불법을 배우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단지 복을 아끼는 수행을 하라고 권하겠다(我不勸�出家學佛 只勸�惜福修行)." 석복수행(惜福修行)! 즉..

[224] 공생도사(空生徒死)

[정민의 세설신어] [224] 공생도사(空生徒死)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입력 2013.08.21. 03:05 마실(馬實)과 왕창(王暢)은 친한 친구 사이였다. 헤어질 때 마실이 왕창의 손을 잡고 말했다. "가장 좋기는 덕을 세움이요, 그다음이 공을 세움일세. 요행히 우리는 이 태평한 세상에 함께 태어나 벽돌이나 기왓장 같은 신세를 면하고 대장부의 몸을 받았으니 마땅히 후세에 이름을 남겨야 할 것일세. 그럭저럭 살다가 그저 죽는 공생도사(空生徒死)의 삶을 살아 천지 사이를 더럽혀서야 되겠는가?" 청나라 주량공(周亮工·1612~1672)의 '인수옥서영(因樹屋書影)'에 나온다.그저 살다가 이룬 것 없이 죽는 삶이 공생도사다. 무위도식(無爲徒食)은 아무 한 것 없이 밥만 축내며 산 삶이다. 취생몽사(醉生夢..

[26] 뜨거운 고드름의 시절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26] 뜨거운 고드름의 시절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12.25. 23:50 벼랑 고드름거꾸로 보면 칼이빼곡한 지옥がけつららとうりんじごくさか崖氷柱刀林地獄逆しまに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재판을 받는다고 하는데 죄의 심판을 위해 죽은 자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 도산지옥이다. 칼 도(刀) 자에 메 산(山) 자를 쓴다. 도림(刀林)이라고도 한다. 문자 그대로 칼이 빼곡한 숲이다. 살아생전에 남에게 뭘 베푼 적이 없는 인정머리 없는 자들이 떨어지는 지옥의 첫 관문이다. 배고픈 이에게 밥을 준 적도 없고, 타인을 위해 다리를 놓은 적도 없이 그저 구두쇠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죽은 지 7일째에 들어간다. 맨발로 칼을 밟으며 산을 헤매는 중생들은 살이 찢기는 ..

왕권으로 사익 추구한 28대 충혜왕

주색·재물에 눈먼 왕, 왕조 몰락 재촉해중앙일보입력 2025.04.25 00:26왕권으로 사익 추구한 28대 충혜왕이익주 역사학자‘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 꽃이 좋고 열매가 많도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않으니 내를 이뤄 바다에 이르도다.’(『용비어천가』 제2장)옳은 말이다.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바람에 흔들리고 가뭄에 마를 리가 있겠나. 세종은 새 나라 조선이 그렇게 무궁하기를 바라면서 갓 만든 훈민정음으로 순우리말 노래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이 말은 틀렸다. 불과 두 세대 전에 고려 왕조가 흔들리고 말라버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500년 왕조의 멸망, 그것은 그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중대한 사건이었다. 고려는 어쩌다 망했을까? 고려의 망국인(亡國因)은 직접적이고..

카테고리 없음 2025.04.25

종묘, 어떻게 수리했나

5년간 200억… 장인이 만든 수제 기와로 교체종묘, 어떻게 수리했나 허윤희 기자입력 2025.04.21. 00:48 5년간의 대규모 공사를 끝내고 공개된 종묘 정전에서 20일 신주 49위의 무사 환안을 알리는 고유제가 열리고 있다. /박성원 기자 이번 종묘 정전 수리는 1991년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공사다. 공사에는 5년간 약 200억원이 투입됐다. 핵심은 기와. 지붕에 있는 공장제 기와를 모두 수제 기와로 교체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기존에 지붕 앞쪽에는 공장제 기와, 뒤쪽에 수제 기와를 얹어 하중이 한쪽으로 쏠렸던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수제 기와 약 7만장을 만들어 교체했다”고 했다.기와 제작은 국가무형유산 제와장 김창대 보유자가 주도했고, 지붕 기와를 이는 작업..

유물과의 대화 2025.04.25

봐라! 꽃이다

봐라! 꽃이다중앙일보입력 2025.04.22 00:16금강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봄이 깊어질수록 나뭇가지 끝 꽃은 지고, 연초록 이파리들이 새롭게 커간다. 늘어진 복숭아꽃 가지 위에서 딱새 한 마리 맑고 높은 목청으로 노래한다. 머물고 있는 수행도량 뜨락에 수령 30년쯤 된 붉은 영산홍과 자산홍, 하얀 철쭉들 10여 그루 구해 심었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얼굴엔 미소 절로 가득하고 마음엔 활짝 꽃이 피었다.어떤 사람이 물었다. “스님은 왜 꽃나무를 심으세요?”스님이 대답했다. “꽃을 보며 화내는 사람은 없지요! 모든 사람이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어요. 꽃처럼.”마음 비워야 꽃이 아름다운 법분별 욕심을 버리고 둘러보라모두가 날 향해 꽃을 들고 있다30년 전쯤 초의선사가 심은 영산홍 한 뿌리를 구해와 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빛과 어둠 품은 박물관, 생사 초월한 순교의 역사중앙일보입력 2025.04.22 00:26업데이트 2025.04.22 03:40업데이트 정보 더보기지면보기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김정탁 노장사상가서울을 대표하는 건물이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들고 싶다. 이 건물들은 여러 면에서 대칭적이고 대조적이라 서울을 대표할만한 건물이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는 도심지 동쪽에,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도심지 서쪽에 각각 자리해 먼저 위치상으로 대칭을 이룬다. 또 디자인플라자는 지상에 지어진 데 반해 역사박물관은 지하에 세워지고, 디자인플라자가 곡선의 미를 뽐내면 역사박물관은 직선의 미를 자랑하는 점에서 서로 대조적이다. 그리고..

문화평론 2025.04.24

한라산

[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등산 코스 중 하나… 한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해요한라산신준범 월간 산 기자입력 2025.04.21. 05:19 한라산 백록담에는 눈이 녹거나 비가 올 때 물이 고이지만 이 물은 지하수로 흘러가버려요. 그래서 물이 적거나 거의 없는 날도 많아요. /뉴시스 등산 동호인뿐만 아니라 평소 등산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많이 찾는 산이 있습니다. 바로 한라산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봄철엔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한라산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지요.제주도가 관광지로 유명하다 보니 한라산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등산로는 완만하지만, 오르막이 5시간 동안 계속되고 갈수록 가팔라진다면 어떨까요? 숱하게 많은 등산 초보자가 ..

카테고리 없음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