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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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오름, 그 여자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4. 2. 23:22

 

 

오름, 그 여자

 

- 제주도 기행. 9

 

달빛, 별빛, 햇빛

빛이란 빛은 모두 빨아들여 팽팽해진

하늘을 겨눈 활시위처럼

단단하게 여문 눈물을

제 발 밑에 던져 놓는 소나무처럼

단걸음에 내쳐 올라오라고

알몸으로 누운 여자

 

가볍게 보지 마라

투명한 거미줄이 우주 하나를 옭아매듯이

바람의 길 첩첩하여

끝내 찾지 못하리니

 

 

이미 늦었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 너를 사랑했다고

외마디 피울음 쏟아내고 난 후

말문을 닫았다

가슴을 닫았다

 

억새 흩날리는

저 아득한 분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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