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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가운데 토막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4. 7. 13:54

 

가운데 토막

 

 

걸어서 하늘까지 간 사람들이 있다.

시간의 화구火口를 지나기 위해서

신발을 벗고 더 이상 험로는 없다고

안경을 집어 던졌다.

생명을 축약한 푸른 연기 때문에

하늘이 더욱 깊어진다는 것이

그들의 거두절미 때문은 아니리라

 

오늘도 아우슈비츠를 지난다

머리를 잘리고 지팡이를 빼앗겼다

절뚝거리며 몸통만 남아 구르고 또 구른다

한 겨울 구들장을 덥히기 위해

죽은 참나무가 도끼질에 토막 나듯이

누구를 위한 가운데 토막으로 남아 있는가

 

나는 묻는다

걸어서 하늘까지 너는 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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