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잘 지내기 위한중앙일보입력 2024.11.06 00:15원영 청룡암 주지밤 열 시, 지나간 하루를 복기하고 내일 일과를 꼼꼼하게 준비하기 좋은 시간이다. 습관처럼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치열했던 지난여름의 흔적을 지우려는지 살갗으로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선선해진 밤공기와 제법 조화롭다. 앉아있던 책상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책 한 권 들어갈 정도의 틈이었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더욱 커진 풀벌레 소리와 함께 달빛까지 밤공기를 타고 방안으로 흘러든다. 손톱만한 초승달이 오늘따라 또렷하게 보이는 게 이번 달도 꽤나 바쁠 모양이다.수행자에 필요한 고독의 시간쓸쓸함·외로움과는 다른 의미“말라붙은 마음 소생시킬 장소”김지윤 기자책상 위에 걸린 달력에서 큰 숫자 아래에 매달린..